아직도 빅데이터가 마법처럼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서비스를 개선하며, 고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빅데이터 1.0의 시대는 크기, 속도, 다양성 등 데이터 속성에 열광한 시기라면, 빅데이터 2.0의 시대는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사용한 모델을 적용하는 분석의 보편화 시대라 할 수 있다. 금을 만들려는 연금술사들의 노력이 과학의 발전을 낳았듯, 빅데이터는 산업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다. 빅데이터 2.0의 미래 모습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이 독일의 인더스트리 4.0(Industry 4.0)이다. 생산장비에 설치된 사물인터넷(센서)에서 수집된 자료를 분석, 모델화해 공장을 자동화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불량률을 낮춘다. 이것을 하나의 공장이 아니라 전 제조업에 적용한다면 독일의 산업 경쟁력을 넘..
경남 대표도시 창원의 광역시 승격 추진이 이슈다. 창원시가 광역시를 추진하는 이유는 많다. 창원은 인구 108만명에 면적은 서울보다 넓다. 또 지역내총생산(GRDP)은 광역시인 대전, 광주보다 높고 전라북도, 강원도와 비슷하다. 하지만 인구 10만의 기초자치단체와 같은 자치권한으로는 108만 대도시의 행정 수요를 감당하는 데 재정적, 행정적 한계가 있다. 도시 성장 과정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창원은 공업도시로 성장해왔다. 1970년대 조성된 마산수출자유지역과 창원국가산단은 국가경제에 무시할 수 없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노키아가 사업을 철수한 마산과 기계공업 중심의 창원은 성장력을 잃었다. 대한민국 곳곳에 R&D센터와 첨단산업이 들어서는 이 시점에 하루라도 빨리 혁신을 추구하지 않으면 자동차산업..
최근 보건복지부는 ‘감사원 리베이트 관련 조사 통보사항에 대한 자료 제출 요청’이란 제목으로 대학병원에 자료 제출을 요청했다. 이번에 ‘조사 대상자’로 지목된 교수들은 2011~2012년 2년 동안 제약회사 주최의 세미나, 심포지엄 등에서 강의를 한 후 강의료 명목으로 1000만원 이상을 받은 사람들이다. 2년에 1000만원 이상의 강의료는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사실상의 리베이트로 간주하고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는 것이다. 한국제약협회와 한국다국적의학산업협회의 규약은 40분 이상의 강의에 1회당 50만원 미만의 강의료 지급을 규정하고 있다. 이 규약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승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 규약에 따라 집행된 강의료를 마치 불법 리베이트인 양 소명 자료 제출을 요청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
내가 출근하는 곳은 서울의 어느 종합병원 재활센터이다. 난 이곳에서 9년 넘게 불의의 사고로 장애인이 된 환자들을 치료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의 사고 경위와 생활 수준은 각양각색이다. 등산 중 낙상사고, 다이빙 사고, 갑작스러운 뇌혈관 질환 등으로 장애인이 되어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재활치료에 임하고 있다. 이들의 생활수준 또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전직 대학교수, 비정규직 노동자, 중국교포 등이 치료를 받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의 생계수단뿐만 아니라 삶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낭떠러지에 맞닿아 있다. 결혼 후 가정을 꾸려 행복한 생활을 잠시나마 영위했던 이들의 앞날은 예상치 못한 사고로 위장이혼까지 결심해야 했으며, 연세가 지긋한 남편을 간병하느라 아내의 몸은 점점 골병이 들고 있다. ..
연말연시 이웃돕기 모금 현황을 보여주는 사랑의 온도탑이 올해도 100도를 넘어 100.5도를 기록하며 마감됐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지난해 11월20일부터 진행한 연말연시 모금 캠페인이 목표액인 3268억원보다 16억원 많은 3284억원으로 마감됐다고 밝혔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기부의 형태다. 몇 년 전만 해도 후원을 받기 위해 사회복지사들이 기업을 찾아다니며 도움을 요청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기업이나 단체에서 스스로 알아서 복지관으로 전화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사회복지사로서 업무를 덜어낸 것 같지만 마냥 기뻐할 만한 일은 아닌 듯하다. 기업의 기부문화가 사회공헌이라는 명목으로 마케팅 수단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기부의 계절을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도와서 기업 이미지가 좋아질 뿐만 아니..
일선 파출소에 근무하는 경찰관이다. 얼마 전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가 생활고를 비관해 유서를 쓰고 집 밖에 나가 자살하려는 사건을 취급하는 과정에서 느낀 점을 몇 자 적어 본다. 신고현장에 출동하여 계속된 설득과 함께 자살예방기관으로 연결하여 상담을 시도하였다. 생명의전화(1588-9191), 보건복지부 콜센터 희망의전화(129)는 전화상담만 가능하고,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자살예방센터(1577-0199)만이 현장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다. 자살기도자는 흥분한 상태에서 전화상담을 완강히 거부하여 서울시 자살예방센터로 몇차례 통화를 시도한 끝에 상담사를 보호 중인 파출소로 보내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상담사들이 현장에 오기까지는 자그마치 4시간 이상이나 걸렸다. 어렵게 현장 상담을 마친 ..
새해 벽두에 우리 경제를 생각해 본다. 고용 없는 저성장에 양극화가 확대되고 사회적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소상공인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 심각해 보인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경제 상황이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소상공인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현실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새해가 되면 ‘열심히 살아보자’며 각오도 다지고 희망을 품어보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모름지기 270만 소상공인들도 그러할 것이다. 하지만 새해를 시작하자마자 들려오는 부정적인 소식과 시각들이 한 해를 희망차게 시작하려는 소상공인들의 기를 꺾고 있어 무척이나 난감하다. 얼마 전 서울고등법원이 대형마트 영업제한 위법 판결로 소상공인들의 기를 꺾어 놓았다.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더 놀..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모녀의 백화점 주차요원에 대한 횡포 등 연이은 갑질 논란로 우리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다. 갑의 횡포는 어디서 비롯되었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갑의 횡포는 자신의 위치에서 어떻게 행동을 하더라도 상대방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오만에서 비롯된다. 어떤 일을 하든 정해진 대로 진행되도록 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절차를 따랐는지의 여부가 사전·사후 감독에 의해 적절하게 통제된다면 좀처럼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세월호 사건도 이를 운영하는 회사 내부에서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 나가는 노력이 없었고, 감시하는 기관에서 정해진 절차를 준수하지 않았으며, 국가기관의 관리감독이 철저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갑의 횡포로 인한 재난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일방통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