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교장들은 파업을 자주 한다. 공문처리 건수가 너무 많다며 줄여달라는 게 이유였다. 독일의 교장은 학교에서 가장 바쁘다. 담임교사가 결근을 하면 수업을 해야 하고 학교 행사도 직접 맡아 한다. 교사들은 골치 아픈 일을 교장에게 맡기고 수업에 전념한다. 학생지도가 어려우면 그것도 교장의 몫이다. 미국의 교장은 행정형 교장으로 교사와 이원화돼 있다. 대외적인 활동을 통해 학교발전기금을 충당하거나 지역사회의 지원을 직접 요청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교장은 어떨까? 주업무로는 업무포털이라는 문서처리 시스템에서 결재를 하고 교육당국에 보내는 일이다. 교내 각종 위원회에 참여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행정실장이나 부장 선에서 업무를 기획해오면 행정적, 재정적 결정 책임자로서 결정권을 가진다...
얼마 전 대학생들이 ‘과자 뗏목’을 이용해 한강을 횡단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학생들은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이라는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를 증명하고자 과자로 뗏목을 만들어 도강을 계획했고, 이들의 도전은 성공했다. 하지만 생산자도, 소비자도, 정부도 이 상황들을 마냥 웃어넘길 수 없게 됐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화려하고 잔뜩 부풀어진 포장의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니 과대포장에 대한 단속권이 있는 지자체도 바빠지는 모양새다. 과대포장의 문제는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기업의 입장과 포장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려는 환경당국의 이해가 엇갈리는 미묘한 지점에 있다. 또 입장을 바꿔보면 기업은 폐기물을 최소화함으로써 국토와 국민에 대한 환경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정부는 규제로 인해 기업의 영업활동을 위..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으로 재벌들의 특권의식을 비롯한 노동자와 사측 간의 비정상적 갑을관계가 도마에 올랐다. 급여를 받는 입장인 근로자들은 지나치게 모욕적인 일을 당해도 하소연하기 어렵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 사회에는 정당한 권리를 넘어 돈을 지불하는 순간 상대를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잘못된 계급의식이 생겼다. 얼마 전에는 모욕적인 언사와 폭언으로 인해 경비원이 분신 사망했다. 주민은 분리수거를 못했다고 음식을 던지고 욕설을 했다. 한마디로 도를 넘는 주민의 언행이 비통한 죽음을 불렀다. 주민과 경비원의 관계, 조현아 부사장과 대한항공 직원들의 관계는 물론 다르다. 하지만 반말과 욕설로 훈계하고 경비원에게 과일 껍질을 던지는 모습은 흡사 당시 조현아 부사장이 사무장에게 고함을 치고 서류철을..
대표적인 겨울 축제인 강원도 인제의 빙어축제가 최악의 가뭄 탓에 취소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올해는 봄 가뭄에 이어 여름의 태풍과 국지성 호우도 충분치 않아 겨울과 내년 봄까지 큰 가뭄이 전망됐다. 대도시 주민들에게는 남의 일 같지만 강원도 등 산간 마을의 주민들은 가뭄으로 인해 식수 부족과 경제적 타격 등 고통이 심각하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과 생태계 변화는 전 세계적인 화두이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1.8도 상승하며 세계 평균 온난화 추세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고, 2050년 우리나라의 연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3.2도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수량은 19.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강수일수는 감소하고 호우 발생 빈도가..
얼마 전, 일·학습병행제 1기 수료식이 있었다. 근로자이면서 동시에 학생으로 살아온 7명의 청년들이 학습근로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식 근로자로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었다. 나도 그 자리에 함께했다. 청년들은 한 단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출발선에 선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눈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무엇보다 ‘남들처럼’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나만의 길’을 선택하고 결정했기에 그들이 더욱 빛나 보였다. 한국은 유독 대학 진학률이 높다. ‘2014년 OECD교육지표’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전문대 이상의 고등교육 이수율이 66%로 가장 높다. 사회 전반에 대학졸업장이라는 ‘스펙’은 기본적으로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단단하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고용률은 평균을 밑돈다. 일·학..
정부는 정말 흡연자들이 담배 끊기를 원하는 것일까. 지난 20년간 담배를 피워온 흡연자의 입장에서 이번 담뱃세 인상은 참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일터의 노동자로 살아가며 수많은 스트레스를 담배 한 모금으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애환을 공감 받지 못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담배의 유해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암을 비롯해 각종 질환의 원인이라는 것을 흡연자들도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담배를 끊는 것이 그렇게 간단치 않다. 나 역시 과거에 담배를 끊기 위해 금연침도 맞아보고 전자담배도 피워보고 보건소에서 나눠주는 무료 패치도 붙여봤지만 번번이 금연에 실패했다. 정부는 이번 담뱃세 인상의 목적이 오로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렇다면 지금까지 흡연자들이 ..
노란 은행잎이 속절없이 떨어지던 날, 온 가족들의 돌봄 속에 즐거운 추억을 나누시던 장모님이 우리 집에서 하늘길로 떠났다. 지난달 농번기로 한창 바쁜 시골 막내처남 집에서 병색이 완연한 어머니를 딸들이 서울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시키려 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막내딸 집으로 모시게 됐다. 한 외국잡지에서 “의사들은 우리처럼 죽지 않는다”는 글을 보고 나름 느낀 바가 컸던 참이었다. 불치의 병을 선고받을 때 일반인들과는 달리 의사들은 얼마나 치료를 많이 받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적게 받는가를 선택한다고 한다. 평생 병마와 싸우는 것이 그들의 일인데도 죽음 앞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어떤 선택들이 가능한지 잘 알기에 첨단 과학에 의지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자기 삶을 살기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웰 다..
견지망월(見指忘月)이라는 말이 있다. 가리키는 달은 등한시하고, 손가락만 본다는 뜻으로 본질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것에만 집착하는 근시안적 행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최근 국내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관련해서 발전차액지원제도(FIT)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 대한 제도적 논란을 접하면서 필자는 견지망월의 우를 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두 제도는 각각의 특징을 갖고 있다. FIT는 기준가격을 정해 장기간(15년 또는 20년) 고정된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수익구조가 안정적이어서 신규 사업자를 빠르게 유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1년부터 FIT를 시행하면서 신재생 발전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도입했고, 이를 계기로 관련 산업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FIT는 정해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