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은 코로나19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차분한 명절이었던 것 같다. 게다가 연휴기간 전국 대부분을 미세먼지가 뿌옇게 뒤덮어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스마트폰의 미세먼지 알림 앱에서는 ‘공기질 최악, 절대 나가지 마세요’라는 안내가 계속됐다. 귀성을 포기한 필자에게 집 주변 산책도 허락하지 않는 ‘최악의 미세먼지’가 야속하기만 했다. 고농도 미세먼지 상황이 연휴 내내 이어지면서 수도권에는 올해 처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문제가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게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연례행사다보니 그간 시행된 미세먼지 대책도 다양하다. 차량부제 운행, 살수차 동원은 기본이고 미세먼지 다량 배출 사업장이나 소각장 운영을 제한하고 석탄발전 가동을 축소하기도 ..
지금 전국은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3차 대유행 고비를 넘기는 듯하더니 변이 바이러스에 의한 대유행을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끝을 모르고 극성을 부리는 통에 국민적 관심에서 멀어진 또 다른 바이러스 전염병이 있다. 치사율이 100%에 가까워 돼지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다. 코로나19보다 4개월 먼저 국내에서 발생해 경기 북부지역 돼지를 거의 전멸시켰다. 경기 북부지역에서 폭풍처럼 몰아쳤던 ASF 바이러스가 이제는 강원지역을 위협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그나마 다행이지만, ASF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 철저한 방역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 그동안 방역당국의 조사에 의하면 ASF의 주 전염원은 야생 멧돼지다. 그래서 경기 북부지역..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저속한 코미디다. 야당은 ‘인신 공격’을, 여당은 ‘임명 강행’의 설전을 지루하게 벌인다. 결론은 뻔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야당 동의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28명이라 한다. 계속 늘어날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국민을 바지저고리로 보는 전형적인 정치쇼 아닌가?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의 자질과 도덕성을 국회가 검증하는 제도다. 그러나 국회는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제 역할을 못한다. 대통령도 문제다. 왜 매번 문제되는 인사를 임명하는가? 균형적인 의견을 가진 주권자가 나설 때가 됐다. 즉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국민참여 인사청문회’로 바꾸자. 먼저 인사청문회에 참여할 국민배심원을 국민참여재판과 비슷한 요령으로 선발한다. 청문을 공개 정책 검증과 비공개 도덕성 검증으로 분리하는 것이 좋다..
얼마 전 퇴근길에 감귤 한 봉지를 샀다. 11월 말, 때 이른 추위 때문에 몸이 저절로 움츠러들던 날이었다. 평소에는 무심코 지나쳤던 과일가게 앞에는 수북하게 쌓인 감귤이 하얀 전등 불빛에 반사가 되어 반짝거렸다. 감귤은 추운 겨울철이 되면 절로 생각나는 과일 중 하나다. 감귤은 일반적으로 밀감, 귤이라고 불린다. 감귤속(citrus)에 속하는 귤과 밀감, 유자, 자몽 등을 총칭하는 가장 포괄적인 말이다. 공교롭게도 일본어로 귤을 미깡이라고 하다 보니 요즘에는 밀감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귤이나 감귤이라는 표현을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감귤은 각종 비타민과 무기염류, 식이섬유, 플라보노이드, 카로티노이드 등 건강관리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기능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심지어 감귤에..
코로나19로 수출 여건이 어려운데도 한국 김치 수출은 호조다. 지난 23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김치 수출액은 1억849만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5% 증가했다. 하지만 수출량은 수입량의 5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지난해 김치 수입량이 30만t을 넘어서며 4년 연속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매년 3000만달러 이상의 무역적자가 김치에서 발생하고 있다.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저렴한 식자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식당의 70%가 이미 수입 김치에 점령됐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 김치를 맛보기 위해 한국 식당을 찾은 관광객들이 수입 김치를 먹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어떤 심정이겠는가. 수입 김치의 99.9%는 중국산 김치다. 중국 산둥성 일대에 김치 제조업체..
코로나19 확산으로 생겨난 대표적인 신조어가 ‘언택트’다. 언택트는 접촉을 뜻하는 ‘contact’에 부정을 뜻하는 ‘un’을 넣어 만든 신조어로,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식 합성어다. 언택트에서 한발 더 나아간 ‘온택트’는 콘택트에 온라인을 뜻하는 ‘on’을 넣어 만든 단어다. 코로나19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코로나 블루’,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지칭하는 ‘팬데믹’ 등 다양하다. 언택트’는 ‘비대면’으로, ‘온택트’는 ‘영상·화상 대면’으로, ‘코로나 블루’는 ‘코로나 우울’로, ‘팬데믹’은 ‘세계적 유행’으로 대체돼야 할 것이다. ‘랜선’도 최근에 만들어진 신조어다. 랜선은 온라인을 통한 만남을 의미하는데, 영어 ‘LAN’과 한자어 ‘線’이 혼용된 국적불명의 엉터리 단어다. 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식품의 이동거리가 짧고, 보다 안전하며, 공정한 로컬푸드 시스템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최신 보고서 내용이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유행으로 각종 소비가 크게 위축됐지만 로컬푸드 매출은 급증하고 있다. 전국의 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매출은 9월 말 기준 348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8% 증가했다. 거리 두기로 가정식을 먹는 횟수가 늘면서 주부들이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찾는다는 점, 사람들이 많은 대형마트 대신 소형 매장을 선호한다는 점 등이 요인으로 분석된다. 로컬푸드는 비대면 시대에 가장 적절한 먹거리다. 로컬푸드는 ‘푸드마일리지’(식료품이 생산지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이동거리)가 짧아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안전하면서도 가격..
2017년 ‘특수외국어 교육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특수외국어교육법)이 통과돼 1단계 3년간의 사업이 마무리돼 가고 있다. 법 제정 당시 53개 특수외국어 전문가 양성을 위해 연간 140억~150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현재 11개 언어에 매년 30억~40억원을 지원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무늬만 특수외국어교육법이 될 공산이 크다. 법 시행 초기부터 의견을 제시해온 전문가로서 본래의 목적을 달성키 위해 몇 가지가 시정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사업비가 빈약하다. 현재 예산으로는 지구가 망하는 날까지 손도 못 대는 특수외국어가 수두룩할 것이다. 유비무환 정신으로 과감하게 예산을 배정해 전문가 양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 둘째, 전문기관 또는 학과 중심의 지원을 탈피해야 한다. 현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