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경선이 출발 이틀 만에 중대 위기에 봉착했다. 어제 정세균·김두관·손학규 등 ‘비문재인(비문)’ 진영 후보들은 모바일 투표의 허점을 이유로 울산 경선에 불참했다. 당 지도부는 합동연설회를 생략한 채 현장투표를 강행했다. 제1 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초반부터 파행을 빚었다니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논란의 초점은 모바일 투표 시 후보 안내 메시지를 끝까지 듣지 않고 투표한 뒤 끊으면 ‘미투표’로 간주하는 방식이다. 기호 1~3번인 정·김·손 후보는 지지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번호를 누른 뒤 바로 끊어 무효처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결과적으로 마지막 순번인 4번 문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지난 주말 치러진 제주·울산 경선에서 1위..
경찰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 광범위한 뒷조사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와 일파만파로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뉴시스가 ‘사정당국 관계자’로부터 전해들었다며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초 안 원장의 여자관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그가 자주 드나들었다고 추정되는 룸살롱 주변에 대해 사실상의 내사를 벌였으며 그 결과 특별한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이 룸살롱은 최근 불거진 이른바 ‘안철수 룸살롱’ 논란의 배경이 된 바로 그곳이라고 한다. 참으로 믿고 싶지 않은 충격적인 내용이다. 범죄의 정황이 없는 한 개인의 사생활을 뒷조사하는 것은 범죄집단이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당시 안 원장은 KAIST 교수로서 MBC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사회적..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어제 김문수 경기지사 등 비박 경선주자 4인과 오찬 회동을 했다. 박 후보는 이 자리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한 4인의 협조를 구하고, 4인은 흔쾌히 수용했다. 경선에 참여하지 않은 정몽준·이재오 의원과의 회동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날 박 후보는 20대들을 만나 반값 등록금 추진을 약속했다. 나흘 전에는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나흘 동안 보여준 박 후보의 행적이다. 가히 광폭 행보라 할 만하다. 좌우, 앞뒤를 가리지 않는 박 후보의 대선행보는 진보진영의 정책 차용은 물론이고, 사람을 구하는 일도 진보와 보수의 기존 울타리를 뛰어 넘을 기세다. 정책의 경우 박 후보가 경제민주화와 복지에 이어 반값 등록금까지 꺼내들자 민주당에서 ‘모..
최민영 | 국제부 지난 5월 프랑스 대선 취재 당시 유권자들과의 인터뷰를 취재수첩에 받아적으면서 이해하는 데 애먹은 말이 있었다. 중도보수인 니콜라 사르코지 대중운동연합(UMP) 후보가 내건 ‘진짜 노동(le vrai travail)’ 슬로건에 대한 진보진영의 깊은 불쾌감이었다. 요약하자면 이랬다. “노동자를 어떻게 진짜와 가짜로 나눈다는 것인가? 노동자를 서로 대립시키겠다는 것인가? 사르코지는 재선 욕심에 눈이 멀어 사회대립을 부추기고 있다.” 말을 되새김질한 뒤에 아찔함을 느꼈다. 한국 사회에 속한 이에게 그 같은 이분법은 익숙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동가요 ‘단결투쟁가’는 “살아 움직이며 실천하는 진짜 노동자”라고 자부한다. 정부 공익광고는 국기 의례부터 축구 응원에까지 애국심의 진짜 가짜 감별을 ..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硏 연구실장 지난 4·11 총선에서 복지 의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정치권, 특히 말로만 보편복지를 다루는 야권이 원망스러웠다. 대선에선 다르겠지 생각했는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 어느새 후보선출 투표 시점인데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들로부터 복지국가 그림을 접할 수 없다. 몇 가지 사안별 복지 공약을 발표할 뿐 총괄적인 복지국가전략이나 복지재정방안을 내놓는 후보가 아직 없다. 민주통합당이 얼마 전 세제개편안이라고 내놓은 건 고작 연 5조원 증세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약 1300조원 기준 0.4%다. 이것으로는 GDP 19%대의 부끄러운 조세부담률에 수치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의 연 1조원 증세안과 오십보백보다. 토목지출을 어떻게 절감할지, 어떤 항목에서 조세감면을 ..
손제민 정치부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독도에 다녀온 뒤 열흘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대통령이 우리 영토에 다녀오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있는 일이다. 국민들이 속 시원하다며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지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 해결에 무성의하게 나와 행동으로 보여줬다는 이 대통령의 설명에도 공감한다. 일왕이 한국에 오려면 독립운동가 자손들을 찾아가 사과하는 게 먼저라는 것도 백번 옳은 말씀이다. 그러면 이 대통령의 방문으로 독도에 대한 한국의 실효적 지배가 더 공고해졌을까. 이 대통령의 질타로 일본인들이 대오각성하고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그런 것 같지 않다.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행을 공언한 뒤 독도는 한발 더 국제 분쟁지역화했다. 일본 사회 역시 반성하기는커녕 반한 감정만 키..
김재홍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만주 서쪽 변방인 열하에서 복무하던 만주군 중위 박정희가 일제 패망과 한반도 해방이라는 뜻밖의 소식을 접한 것은 1945년 8월17일이었다. 만주군은 일본 관동군의 통제를 받았고 일본군 장교가 직접 지휘하기도 한 ‘황군’이었다. 일제 패망 소식을 들은 박정희는 같은 부대에 있던 만주군관학교나 일본육사 선배들인 신현준 상위(해병대 사령관, 모로코 대사 지냄)와 이주일 중위(5·16 쿠데타 후 최고회의 부의장, 감사원장 지냄) 등과 함께 북경으로 갔다. 이들이 9월21일경 북경에 도착했을 때는 그 주변지역 일본군에 복무하던 많은 한국인 청년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군국주의 체제에서 더 출세하기 위해 교사직을 버리고 황군에 가담한 박정희와는 처지가 전혀 다르게 대부분 강제 ..
박근혜 의원이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다. 박 의원은 어제 당내 경선 개표 결과 84%를 득표했다. 압도적 1위다. 이로써 그는 한국 정치 사상 처음으로 유력 정당의 여성 대통령 후보가 됐다. 승리한 박 후보에게 축하를, 선전한 김문수·김태호·안상수·임태희 경선후보에게 위로를 보낸다. 새누리당 경선은 처음부터 끝까지 ‘박근혜 대세론’이 지배했다. 이변도 드라마도 없이 조용히 치러졌다. 투표율(41.2%)은 전신인 한나라당을 포함해 새누리당의 대선후보 경선 중 가장 낮았다. 반면 박 후보의 득표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본선은 다를 것이다. 장외 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지지율 선두를 다투고 있고, 민주통합당 유력주자인 문재인 의원과의 지지율 격차도 좁혀지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