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선 논설위원 민주통합당의 존재감이 좀체 되살아날 기미가 없다. 대선이 4개월도 남지 않았으나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은 ‘마이너리그’를 면치 못하고, 이를 타개할 만한 후보들이나 당 지도부의 의지도, 능력도 안 보인다. 후보들은 참여정부의 책임론과 같은 과거 타령을 일삼고, 당은 여당을 겨냥해 삿대질을 해댈 뿐 미래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이대로는 상대의 실수에 따른 반사이익조차 챙기기 힘든 지경이다. 우연한 대반전의 계기가 찾아들 성싶지도 않다. 제1 야당이 후보도 내지 못하는 미증유의 대선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현실이 돼 가는 것 같다. 총체적 난국이다. 그 한가운데 선거 전문가를 자임하는 6선 관록의 이해찬 대표가 있다. 그가 국민의정부 탄생과 참여정부 출범의 주역 중 한..
새누리당이 오늘 전당대회를 열어 12월19일 대통령 선거에 나설 후보를 선출한다. 모두 짐작하다시피 박근혜 의원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박 의원 경선캠프에선 득표율이 너무 높게 나와 ‘추대대회’로 비칠까 염려할 정도라고 한다. 관심은 오히려 박 의원이 후보수락연설에 어떤 메시지를 담을지에 쏠리고 있다. 어제 박 의원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이번 경선 과정에 크게 세 번의 고비가 있었다”면서 비박근혜(비박)계 김문수·김태호·임태희 경선 후보의 보이콧 논란을 두 번째 고비로 꼽았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다 잘 (대응)해서 넘어갔다”며 안도했다고 한다. 실제 비박 주자 3인이 ‘돈 공천’ 파문과 관련해 경선일정에 불참한 것은 경선 전체를 파행으로 몰고 갈 만한 중대 사태였다. 당시 지도부와 후보들은 연석회의를..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여러 번 낙선했지만 IMF사태를 보고 하늘이 나를 이때 쓰려고 예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제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는 마지막 TV합동토론에서 이렇게 토로했다. 외환위기로 나라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수많은 사람이 직장을 잃고 거리로 내몰렸다. IMF체제는 경술국치에 빗대 제2국치, 6·25전쟁에 빗대 제2국란으로 불렸다. 정부 곳간에는 달랑 37억달러가 남아 있었다. 국가부도 일보 직전이었다. 당선자 신분으로 IMF외환위기 극복에 나섰다. 2년만 시간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그러나 국가위기를 불러온 세력은 총리인준도 거부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청와대 주인만 바뀌었을 뿐 국회·공직사회, 검찰, 족벌신문은 여전히 반DJ로 똘똘 뭉쳐 있었다. 개혁은 쉽지 않았..
최우규 | 정치부 차장 11세기 영국은 북유럽 바이킹 데인족 출신 왕 ‘크누트 1세’의 폭정에 시달렸다고 한다. 런던에서 가까운 코번트리 영주 리어프릭(Leofric)도 데인족이었다. 그의 부인 고다이바(Godiva)는 토착민인 앵글로색슨족으로, 농민들의 고달픔에 가슴 아파하며 남편에게 세금을 깎아달라고 요청했다. 리어프릭은 “알몸으로 말을 타고 마을을 한 바퀴 돌라. 그러면 세금 감면을 고려해보겠다”고 대답했다. 고다이바는 번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농민들은 영주 부인의 헌신에 감동받았다. 그녀가 마을을 도는 순간 그 누구도 바깥을 내다보지 않기로 했다. 고다이바는 벌거벗고 말을 탄 채 마을을 돌았다. 코번트리는 쥐죽은 듯한 적막과 의도적 무관심에 휩싸였다. 이 모습은 존 콜리어라는 19세기 신고전주의..
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선수들의 메달 색깔은 다르지만 땀의 색깔은 모두 같다.” 김제동의 이 명언에 문득 질문이 하나 떠오른다. 그럼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이유는 뭘까? 노력만으로 안되는 것이 승부의 세계다. 땀을 어떻게 흘리느냐가 중요하다. 성패는 노력의 양보다 그 질에 의해 결정난다. 이런 점에서 민주통합당 후보의 캠페인을 보면 누구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질적 전환을 모색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 후보로 누가 뽑히더라도 안철수 원장이나 박근혜 후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다. 더 강해져야 한다. 후보는 여럿이지만 사실 민주당 경선은 지금까지 3파전으로 진행됐다. 문재인 후보가 지지율에서 제법 앞서고, 손학규·김두관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할 2등을 놓고 각축을 벌이는 구도였다..
장훈 | 중앙대 교수·정치학 전격적인 독도 방문, 그리고 바로 이어진 일왕에 대한 강렬한 경고성 발언. 지난 일주일은 실용주의자임을 자처하는 이명박 대통령이 일본 문제에 대해서 이례적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이어간 기간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팀의 한·일전 승리에 비교하자면, 국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할 뿐이었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울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사실 올림픽 전후의 스포츠 애국주의를 넘어설 만한 카드는 많지 않다. 국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했지만,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차기 정부를 이끌어야 하는 예비후보들에게는 몇 가지 의미심장한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하나는 흔히 알고 있지만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현실, 또 하나는 차기 정부가 씨름해야 할 장단기 과제. 먼저 인정하기 어..
새누리당이 어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11 총선 ‘돈 공천’ 파문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에 대해 제명을 확정했다. 현영희 의원 제명안도 추인했으나 그는 현역 신분이어서 의원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최종적으로 제명된다.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현 전 의원을 제명한 것은 대선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박근혜 책임론’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새누리당이 수권정당의 자격을 입증하려면 돈 공천 문제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함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그 첫걸음은 철저한 진상조사이며, 이후 조사결과에 따라 연루된 인사들을 유력 대선주자인 박근혜 의원 주변에서 걸러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그러나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당 진상조사위원회는 공전을..
안홍욱 정치부 기자 민주노총이 지난 14일 새벽 통합진보당 지지철회를 공식화했다. 2000년 1월 창당한 민주노동당을 배타적으로 지지하며 노동의 정치세력화를 꾀했지만, 이 실험이 실패로 귀결됐음을 선언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곧바로 ‘새로운 정치세력화’를 위한 모색에 들어갔다. 하지만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감안하면 쉽게 결론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무엇이 잘못됐기에 민주노총은 통합진보당과 결별했나. 외형적 계기는 통합진보당 구주류 당권파 때문이다. 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 조준호 전 공동대표를 폭행하는 모습에서 더 이상 함께할 관계가 아니라고 봤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당과 노동이 한몸이라고 했던 지난 12년이란 시간을 되짚어보면 ‘동반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