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엊그제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구명운동에 참여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러자 안 원장은 즉각 이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안 원장은 벤처기업인들과 재벌 2·3세 모임인 ‘브이 소사이어티’ 회원의 일원으로 2003년 4월 1조5000억원대의 분식회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최 회장의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냈다. 논란이 불거지자 안 원장은 기자들에게 e메일을 보내 “인정에 치우칠 것이 아니라 좀 더 깊이 생각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의 과거 처신이 문제가 된 것은 탄원서 내용이 전형적인 친재벌 논리였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최근 낸 책 에서도 “(기업주의 전횡을) 행정·사법부가 입법 취지..
최진봉 |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앞으로 3년 동안 MBC 사장 선임과 방송국의 경영을 관리 감독할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을 새로 선임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이번에 새로 선임된 9기 방문진 이사에 지난 8기 방문진 이사로 활동했던 김재우 전임 방문진 이사장과 김광동, 차기환 이사 등 3명을 다시 추천했다. 이들을 다시 방문진 이사로 추천한 이명박 정부와 새누리당의 의도는 명확하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공영방송 MBC를 친정부 성향의 MB방송으로 전락시켜 국민적인 지탄을 받고 있는 김재철 현 MBC사장을 해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지난 170일 동안 차가운 길바닥에서 공정방송 사수를 외치며 개인적인 피해와 징계, 그리고 갖가지 탄압에도 불구..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마이너리그’로 전락할 위기를 맞고 있다. 경선 1주일이 지나고 있으나 ‘안철수 바람’에 묻혀 존재감마저 사라져가는 듯한 형국이다. 거센 안철수 바람에서 연유한 바 크지만 당 지도부가 경선을 통한 자강 노력을 등한시한 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인 탓도 적지 않다. 컷오프 이전의 예비 경선에 불과하다고 자위하기엔 상황이 심각하다. 내실 없이 ‘이벤트 정치’에만 의존해온 한계가 아닌가 싶다. 민주당 경선은 야권의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해 안 원장에게 맞설 대항마를 뽑는 예선쯤으로 치부되고 있다. 이해찬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애초부터 안 원장과의 최종 경선을 기정사실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지도부라면 그런 시나리오가 불가피했다 할지라도 경..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27일 김재우 이사장을 비롯해 김광동·차기환 등 8기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3명을 재선임했다. 이들은 공영방송 MBC의 장기간 파행방송사태를 무책임하게 방치한 장본인들이다. 김재철 사장의 퇴진과 공영방송 복원을 외치며 MBC 구성원들이 170일 동안 벌인 파업을 무위로 돌리는 것은 물론, 국회 개원협상을 통해 공영방송 정상화에 뜻을 모은 정치권의 합의정신마저 흔드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김재우 이사장은 공영방송을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온 김재철 사장의 행태를 적극 비호해왔다. 지난주에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에 불참해 국회마저 무시하는 태도를 내보였다. 방통위의 이번 결정은 김재우-김재철로 이어지는 공영방송의 걸림돌들을 온존케 함으로써 임기 말까지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저축은행 브로커와의 부적절한 관계를 비롯해 위장전입, 아들 병역 특혜 등 온갖 비리 의혹이 불거져 국회 임명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던 검찰 출신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가 결국 스스로 물러났다. 김 후보자는 그제 ‘사퇴에 즈음하여’라는 문건을 통해 “제가 사퇴하는 것이 대법관 구성 지연이라는 국가적 문제를 풀고 국가에 마지막으로 헌신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탁월한 법률 지식뿐만 아니라 고도의 도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대법관이라는 자리를 ‘비리 공직자의 마지막 보신처’쯤으로 욕되게 하는 등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서야 ‘국가적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러나 그의 사퇴로 ‘최악의 대법관’이 등장하는 일은 막게 됐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이지만 사필귀정인 셈이다. 국회..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어제 검찰의 세번째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검찰은 예고한 대로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구인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 새누리당은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넘어오면 다음달 2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가결시킬 방침이라고 한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에 이어 또다시 체포동의안이 정국의 뇌관이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그는 ‘검찰이 물증을 갖고 있으면 기소하라. 그럼 재판에서 진실을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선 경선자금으로 파이시티 돈을 받았다”고 진술한 직후 갑자기 소환을 통보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대선자금 수사에 대한 물타기용 아니냐는 것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일..
부산저축은행에서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이 오는 30일 가석방된다고 한다. 지난해 5월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자마자 S1급 수형자(모범수)로 분류된 은 전 위원은 1년6개월 형기의 70% 이상을 복역해 가석방 요건을 갖췄으며, 법무부 장관의 최종 승인만 남겨 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이 친인척·측근 비리로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몇 차례나 고개를 숙인 것이 바로 며칠 전인데 수감 중인 측근인사를 곧바로 풀어주는 것이 온당한 일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가석방은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복역한 수형자를 대상으로 죄질·행형성적 등을 따져 석방하는 제도로서 복역 기간만 놓고 본다면 은 전 위원도 요건을 갖춘 셈이다. 그러나 서민들의 꿈..
북한 조선중앙TV가 엊그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부인 리설주의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북한이 지난 6일 모란봉악단의 시범공연장에 김 제1비서와 나란히 좌석에 앉은 장면이 공개돼 관심을 끌던 차에 즉각 실명을 공개한 셈이다. 오랜 세월 홀로 공식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던 북한 최고지도자에게 익숙했던 우리는 ‘20대 신혼부부’가 풍기는 낯선 분위기를 접하고 있다. 리설주가 2005년 9월 인천에서 열렸던 아시아 육상대회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북측 ‘미녀 응원단’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친근한 이미지를 주기도 한다. 옛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 대통령은 부인 라이사를 국내외 외교무대에 대동하면서 남성들만의 리그로 비쳤던 크렘린궁의 칙칙한 인상을 바꿔놓은 바 있다. 리설주의 존재가 라이사와 유사한 효과를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