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가 SJM 등 노사분규 사업장에서 노조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빚어진 용역폭력 파문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재 이유와 목적에 대해 새삼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주권자인 국민이 국가에 공권력이라는 폭력을 허용한 까닭은 국가가 자신들의 재산과 생명 등 총체적 안전을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바로 그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위해 복무하기는커녕 용역폭력업체의 후원자나 ‘사설(私設) 폭력’이라는 범죄의 ‘공동정범’ 노릇을 한다면 존재해야 할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노사갈등을 겪고 있는 17개 사업장 노조가 모여 결성한 ‘정리해고·비정규직·노조탄압 없는 세상을 향한 공동투쟁단’이 그제 국회의사당 앞에서 용역폭력의 적나라한 실상을 공개했다고 한다...
이종걸 민주통합당 의원이 트위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를 겨냥해 “그년”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일파만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의 파상적 공세는 물론이고 평소 이 의원에게 신뢰를 보내온 진보 진영의 인사들까지 그의 막말을 성토하고 나섰다. 여당 쪽에선 그를 국회 윤리위에 회부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 의원이 마지못해 ‘본의 아닌 표현’이라거나 ‘유감’이라는 언사를 빌려 파문 진화를 시도했으나 분노만 키우고 있다. 발단은 이 의원이 지난 5일 새누리당의 돈 공천 의혹과 관련해 자기 트위터에 “공천 헌금의 수지 계산은 주인에게 돌아간다. 주인은 박근혜 의원인데 ‘그년’ 서슬이 퍼래서…”라고 올린 글이다. 누리꾼이 ‘그년’이란 표현을 문제삼자 이 의원은 ‘그녀는’의 줄인 말이라거나 ‘그녀..
정부는 어제 ‘2012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내수 활성화와 민생 안정을 꾀하는 동시에 재정 건전성을 높이려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으로는 세금을 깎아주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을 더 거둬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현 정부의 ‘부자 감세’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세법개정안대로라면 5년에 걸쳐 1조6600억원의 세수 효과가 생기는 데 그친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도 “전반적인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소득 과세의 취약점을 미세조정하고 공평과세를 확립하려 했다”고 말했다. 세법개정안이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부자 증세’로 방향을 튼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증세 부문에서 정부의 세법개정안은 민주통합당이 지난 6일 발표한 ‘2012 세제개편안’과 큰 차이가 있다. 민주..
민주통합당이 어제부터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참여할 선거인단 모집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 눈과 귀를 붙잡기 위해 빈 화분에 민초들이 쓰는 모자를 닮은 패랭이 꽃씨를 심고 물을 주는 등 이벤트를 연출했다. 완전국민경선은 말 그대로 일반 국민들이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라는 점에서 선거인단 모집에 경선의 성패를 거는 듯한 민주당의 모습이 이해된다. 현실은 열악하다. 무엇보다 경선 분위기가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고 있다. 런던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국민의 시선이 경선으로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막연하다. 야권 지지층의 관심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로 쏠리는 데다, 자체 후보들이 오십보백보식으로 경합하는 상황에서 이를 반전시킬 만한 전기를 마련한다는 게 쉽지..
이명박 정부가 임기 후반 갑자기 추진한 평화의댐 보강공사가 다시 논란을 빚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지난해 10월 평화의댐을 2003년부터 진행해온 댐 치수능력증대사업 대상에 뒤늦게 포함시키고 1650억원의 사업비를 배정했다. 평화의댐은 북한 임남댐이 200년 내 최대 강수량(하루 378㎜)에 붕괴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건설·보강한 대응댐이다. 그런데 1만년 빈도의 홍수를 의미하는 극한강우(하루 587㎜)에도 견디도록 기존 댐의 하류사면을 콘크리트로 보강하겠다는 것이다. 1만년 빈도의 홍수와 임남댐 붕괴가 동시에 일어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고 댐 경사면 포장에 1650억원을 투입하는 것 또한 과도한 예산 배정이라는 게 당시 논란의 요체였다. 국토부가 이런 의문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오는 11월 공사 ..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선거 등 대사를 앞두고 정치인들이 꼭 방문하는 곳이 있다. 서울 동작동 현충원과 광주 5·18 묘역이다. 두 ‘국립묘지’는 당선 이후 가장 먼저 찾는 곳이기도 하다. 호국영령과 민주화 열사를 모신 곳으로, 대한민국 정치적 의례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나는 그 두 곳에 더해 ‘금강휴게소’ 인근을 추가하고 싶다. 그 이유는 ‘대한민국 경제를 바꾼 가장 위대한 순간 1위’로 꼽히는 경부고속도로 순직자 위령탑이 서있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주인공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이 나라 ‘산업역군’의 서러운 영혼이 깃들어 있는 곳이 바로 그곳인 것이다. 그곳에 위령탑이 있는 이유는 옥천터널(옛 당재터널)을 비롯해 가장 험난한 공사 구간이어서 희..
정제혁 사회부 기자 새누리당의 돈 문제가 또 터졌다. 지난 4·11 총선 때 현영희 의원이 3억원을 주고 비례대표 순번(25번)을 따냈다는 의혹이 매우 구체적인 증언과 함께 제기됐다. 요컨대 지난 총선 때 새누리당 일각이 대목을 맞은 상인처럼 공천장사를 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돈에 얽힌 추문으로 곤욕을 치르는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말에는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이 터졌다. 2008년 전당대회 때 당 대표 후보로 나온 박희태 전 국회의장 측이 대의원들의 표를 매수한 사실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총선 직후에는 파이시티 비리 의혹이 불거졌다.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업자로부터 청탁과 함께 8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최 전 위원장은 법정에서 “2007년..
새누리당 ‘돈 공천’ 의혹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이, 돈이 건네졌다는 날 중간전달자로 지목된 조기문씨와 같은 휴대전화 기지국 내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서울의 경우 기지국 반경이 200m인 만큼,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두 사람이 접촉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된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내용 자체보다 취재원이다. 일부 언론에선 취재원을 ‘여권 관계자’로 밝히고 있다. 이 관계자는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의 전 비서가 조기문씨에게 3억원을 전달했다는 당일, 현 전 의원과 조씨가 같은 시간대 같은 기지국 내에 있었다는 것을 검찰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현 전 의원은 검찰에서 ‘당 행사가 있어 인근 호텔에 간 것뿐’이라고 진술했다”며 당사자의 해명까지 전했다. 이러한 발언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