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책 | 변호사·자유경제원장 임기 말이 되자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지어 감옥에 간다. 그 중엔 실세도 있고 캠프에 가서 충성을 바친 덕분에 한 자리 꿰찬 분도 있다. 그리고 정해진 수순처럼 대통령의 형이 감옥에 갔다. 그는 전(前) 정권의 봉하대군에 빗대어 영일대군으로 불렸고 대통령도 어려워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래서 취임 전부터 만사형통이라고 수군대는 소리가 자주 들렸다. 그런데도 대통령만 몰랐다는 말인가. 아니면 형의 결백을 믿었던 것일까? 누가 권불오년(權不五年)이라는 우스개를 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던 세도가들이 줄줄이 망신당하는 걸 두고 이런 허망한 우스개로 아직은 이 땅에 정의와 법치가 살아 펄떡인다고 자위해야 하나. 야당은 신을 냈다. 그러나 권부의 부패를 도마에 올려 요리하기도 전에..
윤여준 한국지방발전연구원 이사장 연말 대통령선거의 대진표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정당후보들은 이미 모두 출사표를 던지고, 목하 당내 경선 중에 있다. 안철수 원장 역시 얼마 전 사실상의 대선 공약집 성격의 대담집을 출간, 실질적으로 대권 참여선언을 했다. 일부 이변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현재의 판세로 보아 일단은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3인 대립구도로 압축되는 듯하다. 따라서 먼저 이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제시된 비전을 간략하게나마 비교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정치적 비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특정 정치인의 단순한 이념이나 정책적 지향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첫째로 그것은 정치인의 총체적 삶의 역정 속에서 체화된 가치관, 철학을 의미한다. 대부분 유권자들은 후보의 정책을 일일이 따지..
새누리당의 ‘돈공천’ 파문과 관련해 대선후보 경선 보이콧을 선언했던 비박근혜(비박)계 주자 3인이 경선일정에 복귀하기로 했다. 어제 경선 주자들과 황우여 대표 등이 참석한 연석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당 차원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돈공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황 대표가 책임진다는 데 합의했다. 앞서 안상수 전 인천시장 등 비박 주자들은 “공천헌금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박근혜 의원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촉구해 당내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연석회의에서 합의가 이뤄지면서 내분 사태는 봉합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는 친박과 비박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친박은 박 의원의 ‘불통’ 이미지 강화를 우려했을 법하고, 비박은 경선 파행이 계속되면 정치적 책임을 ..
공천헌금 파문에 휩싸인 새누리당이 어제 의혹의 당사자인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키로 했다.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당 윤리위원회 회부 조치에 그쳤으나 오후에 다시 회의를 열어 입장을 번복했다. 박근혜 의원을 제외한 당내 대선주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부랴부랴 수습책을 내놓은 것이다. 그러나 비박 주자 중 3인은 황우여 대표 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경선 일정 잠정 불참을 선언했다. 박 의원도 “당을 망치는 일”이라고 이들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공천헌금 사태가 새누리당 경선 판을 뒤흔들고 있다. ‘돈 공천’ 파문이 확산된 것은 새누리당 지도부의 무원칙한 대응 때문이다. 어제 종일 우왕좌왕한 당의 행태는 이를 잘 드러낸다. 오전 회의에선 의혹에 연루된 인사들이 부인한다는 이유로 윤..
정치권에서 정년을 최소 60세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지난 1일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이 개정안을 당론화할 방침이라고 한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31일 교섭단체 대표 방송연설에서 “현재 법적으로 권고사항인 60세 정년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다음주 개정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 4·11 총선 때 장년층과 노인층을 위한 공약으로 같은 내용을 각각 발표한 바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대선을 앞둔 올 정기국회에서 정년 연장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고령자고용촉진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정년..
지난달 27일 자동차부품업체 SJM과 만도의 사업장에 난입해 파업 노동자들에게 무차별 폭력을 휘두른 용역경비업체 컨택터스의 끝없는 범법행각과 당국의 묵인방조 행태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 나라가 최소한의 법과 상식이라도 작동하는 곳인지 근본적인 의심을 품게 된다. 곤봉과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용역깡패’들을 앞세워 수십명의 노동자들에게 중경상을 입힌 이 업체는 2009년 9월 충남지역 자동차부품업체인 한성실업의 노조를 파괴하기 위해 자사 직원을 위장취업시키는 참으로 믿기 어려운 짓까지 저질렀다고 한다. 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사측은 노조의 반대를 무릅쓰고 6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며, 이들은 곧바로 노조에 가입했는데 이 중 4명이 컨택터스의 직원이었다. ‘내부첩자’로서 노조에 침투한 이들은 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그제 전격적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저축은행 2곳에서 8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박 원내대표는 앞서 세 차례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았으나 이날 자진해서 조사를 받았다. 검찰도 “긴급하게 체포해 조사할 필요성이 사라졌다”며 체포영장을 철회했다. 이로써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일단 진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박 원내대표가 뒤늦게나마 시민적 상식과 법 감정을 존중하는 선택을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가 검찰에 나가지 않았다면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을 통과시키려는 새누리당과 이를 저지하려는 민주당의 극한 대치가 계속됐을 것이다. 그사이 국회의 본분인 민생 문제는 뒷전으로 밀리고 국민의 정치 혐오는 가중됐을 것이 분명하다. 어제 민..
이일영 | 한신대 교수·경제학 경제가 매우 어렵다. 단골 식당에 들렀더니 대뜸 하소연이다. “죽을 지경입니다. 지난 4월께부터 아주 힘들어졌습니다. 이대로 가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정치는 불신의 대상이다. 식사 전 타이어를 교체하느라 카센터에 앉아 있는데, 드나드는 이들이 대선 후보를 화제에 올렸다. 선호하는 후보는 모두 달랐지만, 이구동성인 바가 있었다. “정치는 뿌리째 싹 바뀌어야 한다.” 일찍이 그레고리 헨더슨이 관찰한 한국 정치의 모습이 재현되고 있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안철수 현상’이라는 소용돌이로 나타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정당·언론·지식인들은 정책적 대립을 반영하는 독자적·중간적 집단으로 기능하지 못했다. 모두 정치권력을 향해 돌진하는 행태를 보일 뿐이었다. 보수는 물론 진보 이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