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희 |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 안철수 교수 측에서 이른바 ‘아이젠하워 모델’에 따른 출마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이젠하워는 주지하듯이 2차 대전의 영웅이다. 쓸 수 있는 최대한의 자원을 총동원해 생사와 존망을 걸고 치른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니 그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으랴. 그런 그였기에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구애를 펼쳤다. 그 인기 덕분에 1948년 선거에서 민주당의 현직 대통령이던 트루먼은 아이젠하워에게 대통령 후보직을 양보할 생각도 있었다. 최근에 공개된 그의 일기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아이젠하워가 대통령후보가 되면, 자신은 기꺼이 부통령 후보가 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을 직접 했다고 한다. 트루먼의 발상도 놀랍지만, 어쨌든 아이젠하워란 인물이 누린 대중적 선망의 정도가 문자 그대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지난 주말 폐막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는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갈수록 각을 세우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을 재확인하게 했다. 아세안은 친중·친미로 갈렸다. 회의 결과를 담은 의장성명은 중국 측의 입장을 고려해 필리핀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이 요구한 영유권 분쟁의 기본원칙을 담은 행동수칙을 명시하지 않았다. 동시에 필리핀과 베트남 등의 입장을 수용해 무력사용을 금하기로 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갈등을 봉합하는 데 그쳤다. 동아시아 해양분쟁의 한 축은 중국이다. 남중국해에서 필리핀과 황옌다오(필리핀명 스카보로섬), 베트남 등과는 난사군도(스프래틀리군도), 시사군도(파라셀군도) 영유권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동중국해에서는 중·일 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 ..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전격 사표를 냈다.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았다는 일부 언론 보도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김 실장은 돈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름이 거론된 데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15년 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모시던 그가 아무 잘못도 없이 언론 보도로 그만둔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 일정을 챙기고, 휴가 때도 수행하는 개인비서 역할을 한다.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에 사무실이 있어 흔히 ‘문고리 권력’이라고 부른다. 집중적인 로비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김영삼 대통령 때 장학로 실장, 노무현 대통령 때 양길승 실장도 돈을 받았거나 향응을 받았다는 이유로 물의를 빚고 물러난 바 있다. 김 실..
통합진보당의 새 대표로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됐다. 신주류 쇄신파를 대표하는 강기갑 후보는 지난 9~14일 치러진 당직 선거에서 구주류 당권파의 지지를 얻은 강병기 후보를 11%포인트 차로 제치고 당선됐다. 강 대표가 조직력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낙승한 것은 구주류의 비상식적 ‘불통 정치’에 풀뿌리 당원들이 등을 돌렸음을 의미한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에 대해 당심도 민심과 마찬가지로 엄중한 심판을 내린 것이다. 최악의 위기를 맞은 통합진보당이 환골탈태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한 것으로 보고 환영한다. 강 대표는 취임사에서 “당선의 기쁨보다는 치유와 재기의 길을 걸어가야 할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강 대표 앞에는 ‘재창당 수준의 혁신’이라는 지난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이는..
김재홍 |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국가적 과제 달성을 위한 자원동원과 집행능력을 크게 제고하는 체제.’ 일본 군국주의나 독일 나치정권 같은 전체주의 체제를 소개할 때 딱 들어맞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나라의 한 역사교과서가 유신독재를 옹호한 대목이다. 뉴라이트 계열인 ‘교과서포럼’이 펴낸 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 보수단체의 공동대표 출신인 박효종 교수가 박근혜 대선캠프에 정치발전위원으로 기용돼 논란이 크다. 역시 정치발전위원인 이상돈 교수도 “5·16을 쿠데타라고만 볼 수 있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박근혜 의원은 “5·16은 구국의 혁명이었다. 유신체제도 역사에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소신을 이제 실천하는 단계로 가는 것 같다. 박 의원은 대선 출마선언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쳤지만 유신독재에 ..
어떤 조직이든 그것을 통솔하는 장(長)이라면 그 조직의 특성에 부합하는 업무 능력과 리더십 등의 자질을 갖춰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일단 조직의 수장을 맡아 직무를 수행하다 보면 그러한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는 제3자보다 본인이 더 잘 알 수 있다. 조직의 발전이나 미래를 외면할 정도로 사리사욕에 눈이 어둡지 않다면 그럴 것이다. 특히 국가기관의 장은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더 냉철하게 판단하고 처신해야 한다. 자신의 모습이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 생활, 나아가 국가의 대외 이미지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달 청와대가 연임을 내정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은 새삼 국가기관의 장이 갖춰야 할 덕목을 일깨워주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현 위원장은 ‘업무상 결격’이라는 평가 외에도 인권위..
국회는 어제 본회의를 열어 무소속 박주선,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결과는 엇갈렸다. 박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으나 정 의원의 동의안은 부결됐다. 새누리당이 19대 국회의 쇄신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한 바 있는 국회의원의 회기 중 불체포 특권 포기를 제도 정비 없이 밀어붙이려다 보니 생긴 파열음이다.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으나 사태의 원인부터 살피는 게 우선이다.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은 ‘예고된 참사’로 보는 게 옳다. 불체포 특권을 유지하려는 의원들의 꼼수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으나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지금 방식대로 체포동의안이 남용되면 검찰 편의주의만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터다. 특정인에 대해 회기 중 체포동의안이 제출되..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구속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라고 한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에게서 6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과거 사장을 지낸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5000만원을 챙긴 혐의도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시켰다. 구속되기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들어서던 이 전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에게 넥타이를 잡히고 계란 세례를 받았다. 그는 “(법원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통제하지 못했느냐”며 불쾌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저런 사람들’이란 누구인가. 채소 팔고 생선 팔아 어렵게 모은 돈을 저축은행에 맡겼다가 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