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영 | 한신대 교수·국제관계학 간혹 옛날 신문을 뒤져 읽기도 했다. 내가 살았던 그 시절이 이렇게 기록되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면, 문득 역사에 대한 경외심이 새로이 움트기도 한다. 그런데 요즈음은 옛날 신문을 뒤지기 위해 굳이 도서관을 찾을 이유가 없다. 검색어만 넣어도 상당한 기간의 뉴스가 검색되기 때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날치기 통과된 때는 오래전도 아니다. 최루탄 가스로 자욱한 회의장, 의원들의 난투극이 우리 모두의 뇌리에 선명히 각인되어 있는, 과거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여야 특히,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했다. 그때 대통령은 입법부에 이렇게 제안했다. “국회가 한·미 FTA를 비준 동의하면서 정부에 양국 ..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을 읽었다. 그의 불확실한 행보가 야권 대선 준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던 터라 그의 책 출간이 반가웠고, 그의 ‘생각’을 읽은 후에는 반가움이 배가되었다. 주제마다 진보적 식견이 돋보였는데, 보편증세에 대한 그의 생각이 특히 그렇다. 그는 “보육, 교육, 건강 등 민생의 핵심 영역에서는 중산층도 혜택을 볼 수 있는 보편적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도입하자”는 보편복지론의 입장에 서 있다. 그런데 재정방안이 남다르다. 복지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여유계층의 누진적 부담구조를 전제로 “소득 상위층뿐만 아니라 중하위층도 형편에 맞게 조금씩 함께 비용을 부담하면서 혜택을 늘려가는” 능력별 보편증세를 이야기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국가가 건강보험 재..
공영방송인 MBC의 사장 임면권을 갖고 있는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9명의 이사와 1명의 감사로 구성된 특별법인으로 ‘방송 문화의 발전·향상을 위한 사업’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방문진 이사들, 특히 여당 추천 6명 이사들이 ‘방송문화 진흥’을 위해 기여한 적은 전무하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이 지금까지 한 일이라고는 온갖 개인적 비리와 정권편향 프로그램 양산, 비판적 기자·PD에 대한 무더기 보복인사로 MBC를 쑥대밭으로 만든 김재철 사장을 비호하는 것이었다. ‘방송문화 진흥’이라는 취지에 부합하기는커녕 방송문화를 철저히 왜곡하고 유린한 김 사장의 배후세력으로 기능했던 셈이다. 이들 여당 추천 현직 이사 6명과 감사 등 7명 전원이 차기 이사 공모에 지원했..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어제 “새누리당이 총선 당시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망각한 것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화 대법관 후보자와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을 둘러싼 논란을 지칭한 것이다. 박근혜 의원의 대선 경선캠프에서 정치발전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김 후보자와 관련해 “새누리당 의원 몇 분은 고위공직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성 기준보다 법률가로서의 자질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그러나 국민에게 더 중요한 것은 위장전입 같은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연임이 내정된 현 위원장에 대해서도 “이런 분을 또다시 임명할 수 있는가. 당 지도부가 민심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상돈 전 위원의 발언은 정곡을 찌른다. 검찰 출신 김병화 후보자는 위장전입·다운계약서 작성에 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까지 받..
김봉선 논설위원 이 출간되던 날이다. 부산의 한 기업 방문을 마친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이 회사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고 돌아서려던 참이었다. 동행한 기자들이 “몇 가지 질문을…”하면서 다가섰으나 박 의원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안철수 원장 이야기 들으셨죠” “사실상 대선 출마라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기자들이 따라붙었지만 그는 서둘러 승용차에 올랐다. 기자들은 “기자도 국민인데…”라며 멋쩍음을 달랬다. 이 말은 박 의원이 토론회에 나가 ‘불통’이라는 지적을 받자 “소통이 안되면 총선에서 이겼겠느냐. 국민들과 소통은 잘되고 있다”고 한 해명을 패러디한 것이라고 한다. 현장에 다녀온 기자의 후일담에 비친 박 의원의 모습이다. 박 의원이 예민한 현안을 두고 즉각적 언급을 피하는 일은 흔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어제 라는 책을 펴냈다. 안 원장은 책에서 자신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과 사회 현안 진단, 청소년에게 전하는 이야기 등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그는 책 출간을 계기로 출판기념회나 지난해의 ‘청춘 콘서트’ 형식을 빌려 시민들과의 접촉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안 원장이 연말 대선을 향해 또 한발짝을 내딛는 모습이다. 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의 정책적 비전과 정치참여 의지를 어느 때보다 분명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안 원장이 사회적 현안들에 대해 원론들을 제시한 적은 있으나 자신의 생각들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한 건 처음이다. 이런 생각들은 그가 대선 출마에 나설 경우 대선 공약으로 발전될 것이며, 지난해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 때처럼 측면 지원에..
장훈 | 중앙대교수·정치학 장마와 무더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안녕하십니까? 연일 이어지는 각종 토론회, 회견, 지역 방문 등으로 얼마나 바쁘십니까? 경제민주화부터 일자리 창출, 노인 복지까지 실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질문에 끊임없이 답해야하니 더운 줄도 모르고 지내시겠지요? 저는 요즘 수없이 이어지는 대선주자 분들의 인터뷰, 토론회를 지켜보면서, 무언가 중요한 고리 하나가 빠져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었습니다. 사실 대통령에 선출되면, 대통령의 귀한 시간과 에너지의 절반 이상은 대외적인 문제에 쏟게 됩니다. 안보와 국방에서부터 국제경제 동향, 에너지와 식량 확보 등등은 국가의 사활적인 이익이 걸려있는 문제들이고, 최고 결정권자로서는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슈들입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요즘..
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bau100@empas.com 암탉이 20일 넘게 알을 품고 있다가 병아리가 나오면 그 병아리들은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죽어라고 어미를 쫓아다닌다. 새끼가 어미를 따라다니는 것은 거의 모든 동물의 공통된 속성이다. 하나의 국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19세기에서 20세기 초반에 강대국의 식민지로 전락한 대부분 신생국가들의 정치체제를 살펴보면 예외 없이 식민지 모국을 흉내 내고 있다. 36년간 일제의 식민지였던 한반도 역시 당시 일본의 천황제 군국주의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었다. 유교 이데올로기에 기초한 왕정체제가 무너진 후 타의에 의해 식민지 근대화의 길에 들어선 조선 사람들에게 일본의 통치체제는 거의 유일한 준거틀이었다. 사나운 맹수가 우글거리는 정글과 같은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