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에 20명 이상의 북한 선수들이 참여한다고 한다. 논란이 되었던 여자 아이스하키 팀에는 무려 12명이 합류한다. 남북 단일팀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부와 조직위가 애를 많이 썼고, IOC도 적극적으로 협조한 결과이다. 한반도의 군사적 위기감 때문에 참가를 꺼리는 선수나 국가가 적지 않았고 올림픽에 대한 국내외의 관심도 저조했던 터라 북한의 참가는 여러모로 긍정적 효과를 낳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도 많다. 단일팀만 구성되면 국민의 환호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던 정부는 반대여론이 거세자 크게 당황한 눈치였다. ‘단일팀’이라는 단어의 함의가 달랐기 때문이다. 정부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의 국민적 환영만을 기억한 듯하다. 총리는 기자 시절 경험했던 남북한 탁구 단일팀을 언급하기도 했다. 1991..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주재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위한 ‘남북한 참가회의’에서 북한선수단 46명의 올림픽 참가가 확정됐다. IOC는 관심의 초점인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코리아’의 엔트리를 한국선수 23명에 북한선수 12명을 더해 35명으로 늘렸다. 그러나 북한 선수의 출전은 경기마다 3명 이하로 제한했다. “북한선수 중 전력에 도움이 되는 선수는 2~3명 정도”라던 새러 머리 아이스하키팀 감독의 주장이 관철된 셈이다. 돌이켜보면 단일팀 구성을 둘러싸고 부정적인 기류가 거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세대의 달라진 북한관을 읽지 못한 채 일방통행식으로 단일팀을 밀어붙인 정부의 책임도 있다. ‘한민족’ 혹은 ‘통일’의 기치라면 그 무엇도 참아내야 한다는 희생의식이 옅어..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가 놀고 있을 때 그녀에게 반한 제우스가 황소로 변장하여 나타났다. 이 황소에 관심이 끌려 에우로페가 그의 등에 오르자 제우스는 바다 건너 크레타섬으로 날아가 황소를 좋아한 그녀를 위해 하늘에 황소상을 남겨두었는데 이것이 황소별자리다. 이 공주의 이름 에우로페(Europe)는 영어의 유럽(Europe), 프랑스어의 외로프(Europe), 독일어의 오이로파(Europa), 러시아어 예브로파(Европа) 등 구라파의 다양한 명칭이 되었다. 이렇게 흩어진 자신의 이름을 빌린 국가들을 에우로페는 하나로 모으고 싶었을까. 오늘날 대부분의 에우로페 국가들은 정체성은 달라도 유럽공동체로 통합되어 거대한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단군의 단일자손이면서도 70년을 넘게 적대시하며 갈..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관련 업계 및 정부부처의 관심과 인력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관광과 교통 혜택이 결합된 한정판 카드 및 패스를 선보이고,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장을 축소 구현한 ‘상상 스타디움’을 공개하는 등 새로운 한국 방문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업계는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외국인 관광 시장이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 기대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기준 방한 외국인 수는 사상 처음으로 1700만명을 돌파했다. 이를 통해 19조4000억원의 관광수입과 34조5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를 얻고, 취업유발인원이 37만4000명에 달하는 등 내수 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보았다. 이처럼 황..
1968년 10월 멕시코 올림픽 남자육상 200m 경기 시상식. 미국의 토미 스미스(1위)와 존 카를로스(3위)가 검은색 스카프를 두른 채 시상대에 올랐다. 미국 국가가 흘러나오자 두 선수는 성조기를 외면한 채 검은 장갑을 낀 손을 들어올렸다. 인종차별에 대한 저항의 표시였다. ‘검은 장갑 시위’ 말고도 스포츠가 정치적 의사표현의 도구가 된 사건은 많다.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서 에드워드 7세에 대한 미국 팀의 경례 거부, 1948년 런던 올림픽 경기에서 독일·일본팀 축출, 미국의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참가거부와 소련의 1984년 LA 올림픽 보복 보이콧…. ‘핑퐁외교’는 스포츠가 국가 간 관계개선을 위해 나서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대장정 등 고난의 세월을 보낸 홍군은 탁구로 지친 심신을 단련..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시험발사로 내년 2~3월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평화적 개최가 위태로워졌다. 만에 하나 29일의 미사일 발사가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과 북한의 추가 도발의 방아쇠가 된다면 세계인의 축제이자 평화제전이라는 올림픽의 취지가 빛을 잃게 된다. 이대로 가다간 ‘평화올림픽 이전에 전쟁올림픽이 먼저 펼쳐지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해야 할 판이다. 유엔이 지난 14일 평창 올림픽 휴전결의안을 채택한 데 이어 정부는 올림픽 기간에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한다는 구상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한국과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북한이 화답할지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발사 이후 낸 성명에서 스스로를 ‘평화애호국가’로 칭하며 “세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
평화적 방법에 의한, 평화를 위한, 평창 올림픽, 그 험난한 도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 13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휴전을 결의하는 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됐다. 이로써, 숱한 무리수와 거의 파괴적인 개발 홍역에도 불구하고, 내년 2월의 동계올림픽이 평창에서 열려야만 하는 상황적 명분을 일단 사후적으로라도 확보했다. 다행이다. 이마저도 없었더라면 평창 올림픽의 역사적 명분이나 문화적 가치는 훨씬 가벼워졌을 것이다. 김연아 홍보대사가 특별연설에서 밝힌 대로 평창 올림픽은 “남북의 얼어붙은 경계를 넘어서 평화적 분위기 조성”을 모색할 수 있는 일차적인 출발점이다. 그러나, 누구나 아다시피, 결의안 채택이나 특별연설로 평화적 분위기가..
저는 대학에서 ‘장애인복지론’과 ‘문화복지론’을 가르치고 있는 여성장애인 방귀희입니다. 지난 30여년간 KBS에서 방송작가로 일을 하면서 휠체어에 의지해 무난히 사회생활을 해왔으나, 두 번 다시는 이 같은 삶을 감당해낼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450만 장애인 가운데 2%에 해당하는 장애예술인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힘겹게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있으며, 또 저를 포함한 1000여 장애예술인들이 합심해 한국장애예술인협회를 창립하여 함께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습니다. 장애인 선수들은 장애인올림픽에 출전해 메달을 획득하면 일반 선수들과 같은 액수의 연금을 받습니다. 그리고 전국대회, 세계대회, 종목별 대회 등 출전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