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1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2015년 8월, 어느 방송국의 스포츠 ‘전문’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 있다. 스포츠 ‘전문’이라고 했지만, 정보와 분석을 대중적으로 재미있게 전달하는 교양 프로그램이었고 부분적으로는 ‘예능’적인 요소도 없지 않았다. 그 방송사 소속의 전문 아나운서와 여성 연예인이 진행을 맡았는데, 녹화 시작하면서 ‘마스코트’라는 말이 나왔다. 나를 포함하여 몇몇 출연자를 소개한 후 고정으로 출연하는 그 여성 연예인을 가리켜 ‘이 프로그램의 마스코트’라고 말한 것이다. 일단 녹화가 진행되다가 다른 이유로 잠깐 중단이 되길래 나는 웃으면서 “아까, 그 마스코트라는 말 요즘 안 쓰는데, 자칫 오해 받아요”라고 말했다. 다행히 남성 아나운서는 낡고 닳은 답답한 사람은 아니었다. 무슨 뜻인가..
이미 팀을 떠난 선수의 옛 유니폼이 다시 팔린다.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제 나라로 훌쩍 떠난 선수다. 미국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뛰고 있는, 그러니까 NC 다이노스에서 뛰는 동안 홈런 47개, 도루 40개로 KBO 사상 최초의 ‘40-40’ 대기록을 세운 에릭 테임즈 이야기다. 한국에서의 놀라운 기록으로 야구의 본향 미국에 ‘역진출’하여 큰 성과를 이루고 있는 테임즈. 그가 밀러파크의 타석에 등장할 때 울려퍼진 응원가는 1900년대 초 영국 군가를 NC 응원단이 개사한 곡이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에릭~ 테임즈 날려라~’라는 응원가가 현지에서 울려 퍼졌고 테임즈와 동료들은 이를 같이 불렀다. 5년 만에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테임즈는 내셔널리그 홈런 공동 1위로 활약하고 있다. 타율은 0.405..
- 5월 3일 지면기사 내용입니다- 스포츠 경제학자인 영국의 스테판 지만스키와 미국의 앤드루 짐벌리스트는 라는 책에서 축구와 야구의 역사와 발전 배경, 축구가 유럽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된 이유, 그리고 유독 야구가 미국에서 그토록 열성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를 흥미롭게 보여준다. 실제로 야구는 미국의 인기 있는 스포츠 중 가장 독자적이고 미국적인 요소를 담고 있는 스포츠다. 일찍이 명실상부한 야구의 본고장 미국에 박찬호 선수가 진출해 매우 인상적인 활약상을 보여준 바 있으며 현재 추신수·류현진·박병호를 비롯한 여러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활동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오승환·김현수 선수도 메이저리그에서는 신인에 속하지만 좋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버락 오바마와 타이거 우즈. 두 인물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인 오바마는 학창시절 농구선수로 뛰며 학업과 공부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렸다. 우즈는 ‘골프 황제’라고 불리며 천부적 재능을 발휘한 선수이지만 대학시절 학업을 따라갈 수가 없어 중도 포기했다. 최근 초·중·고교 최저학력제, 대학의 C0 이하 학점 출전금지가 학원 스포츠계의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이미 2012년 발효된 학교체육진흥법이 최저학력제를 명시하면서 학생선수의 학습권 유지를 강력하게 시행토록 했다. 2015년 1월에는 대학선수 가운데 학점이 C0 이하인 선수의 출전을 제한한다는 규정을 널리 공지했다. 하지만 각급 학교, 지도자, 학부모들은 경기성적에만 매달리는 관행에 얽매여 학습권 박탈 이후에 올 아이들..
지난 9일, 서울 올림픽공원 역도경기장에서 ‘2017 대한민국 체육인대회’가 열렸다. 각종 자료와 인터넷 영상으로 제공된 대회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뜨겁고 간절하였다. 과거에 스포츠 선수들이 많이들 모여서 대회를 한다는 것은, 4열종대로 서서 누군가의 선창에 따라 오른팔을 크게 흔들면서 결의하고 맹세하는 풍경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21세기이고 게다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의 국면이다. 스포츠 단체와 선수들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자립하여 자생할 수 있는 기회, 스포츠 용어로 쓴다면 ‘위기 뒤의 찬스’이며 가히 전방 압박을 통해 거침없이 자신들의 요구와 주장을 외칠 수 있는 상황이다. 몇몇 그러한 요구가 있었고 그런 요구들의 현실적 근거가 너무나 분명했기 때문에 대회 현장의 분위기 ..
지난 2월 말 막을 내린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단이 빙상 등 다양한 종목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종합 2위라는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태극 마크를 단 귀화 선수들이 대거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서 이중 국적을 포함해 지금까지 결정된 귀화 선수와 추가로 귀화 절차를 밟고 있는 선수를 포함하면 무려 20여명이 된다고 한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단이 130명 정도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귀화 선수가 우리 선수단의 15% 이상을 채우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귀화 선수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단지 메달을 위한 외국인 귀화가 절실하게 필요한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재 귀화 선수는 5년 이상의 국내 거주 요건..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각 구단은 미국의 애리조나와 일본의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예년에 비해 보름쯤 늦게, 2월 초에 일제히 다녀왔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비시즌 보장’ 덕분이다. 프로야구는 초봄에 시작해 늦가을까지 지속된다. 혹서기에 잠시 쉬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일찍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지만, 어쨌든 세 계절을 호텔을 전전하며 경기를 치르는 ‘고난의 행군’이다. 가족과도 자주 떨어져 지내고 개인적인 활동이나 생각의 시간도 많이 갖기 어렵다. 시즌이 끝나면 연봉 협상이나 팀 이동 등으로 연말을 보낸 후에 며칠 쉬었다가 곧장 전지훈련을 가게 되고, 돌아와서는 시범경기 치르고 나면 또다시 기나긴 리그를 뛰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
사회 일각의 극악한 악행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이 합리적인 논거에 따라 진행된다고 할 때, 곧 미증유의 조기 대선이 황사보다 일찍 들이닥칠 것이다. 평소의 수순이라면 여러 후보자들의 정견이 수개월에 걸쳐 검증되고 두 달여의 인수위 과정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올해의 봄은 그 모든 과정이 압축되어 전개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오히려 인수위 과정조차 없는 지금의 상황은 어떤 점에서는 그 말이 뒤집힐 공산도 크다. 차기 정권이 10년 가까운 보수 정권의 적폐, 특히 박근혜 정권 이후 그야말로 국정 파탄의 지경에 처한 각 분야의 참담한 상황을 허겁지겁 진단하고 단기적인 처방을 내리다가 그만 집권 초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면 ‘예기치 못한 기회가 곧 장기적인 위기’로 고착될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