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탈리아 폼페이에서 발굴, 복원된 검투사 경기장을 봤다. 영화 나 에서 본 거대한 원형 경기장과는 달리, 지름 10m 정도밖에 안 되는 반원형 광장 주위에 관중석을 둘러 세운 형태였다. 광장과 바로 맞닿은 곳에는 귀족들을 위해 특별히 길게 만든 돌 침상(寢牀)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당대 귀족들은 이 자리에 모로 누워 음식을 먹으면서 경기를 관람했다. 먹다가 배가 부르면 새의 깃털을 목구멍에 쑤셔 넣어 토해내고 다시 먹으면서, 사람끼리 서로 칼로 베고, 창으로 찌르며, 도끼로 찍고, 철퇴로 치다가 피 흘리며 죽어가는 장면을 ‘관람’했을 또 다른 사람들을 상상하니, 절로 몸에 한기가 들었다. 그런데 인간 행위에 관한 현대의 분류법을 적용하면 저런 행위는 어디에 속할까? ..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회식과 함께 17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한다. 대회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92개국 3000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이번 대회는 특히 올림픽의 지고지순한 가치인 ‘평화와 화해’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 정세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로 전쟁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고, 미국 등 일부 국가의 올림픽 참가마저 불투명하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그러나 북한의 참가가 결정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져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구성되는 등 단박에 ‘올림픽 평화무드’가 조성됐다. 전쟁으로 인한 공멸을 피하려고 고심 끝에 4년 간격의 올림픽 제전을 마련한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정신을 구현한..
한국에서만 쓰이는 영어, 즉 콩글리시의 대표선수가 파이팅(fighting)이다. 핸드폰(cell phone)과 더불어 이제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까지 이 말을 따라 쓴다. 영어의 동사 ‘fight(싸우다)’의 명사형인 이 말에는 응원이나 격려한다는 의미가 없다. 한국인들이 쓰는 대로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은 ‘고(Go·가자!)’다. ‘한국, 파이팅’은 ‘Korea, Fighting’이 아니라 ‘Go, Korea’라고 해야 맞다. 표준국어대사전도 ‘파이팅’을 등재하면서 ‘운동 경기에서 선수들끼리 잘 싸우자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 또는 응원하는 사람이 선수에게 잘 싸우라는 뜻으로 외치는 소리’라고 소개한 뒤 ‘힘내자로 순화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싸운다는 뜻만 들어 있는 만큼 외국인, ..
호모사피엔스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탈출한 이후에도 싸움이 그친 적은 한 번도 없다. 인류의 먼 조상으로 동물에 가까웠던 구 인류뿐 아니라 현생 인류도 폭력성을 버리지 못했다. 그들도 관용을 몰랐다. 인간은 왜 싸우는가. 토머스 홉스는 인간의 자연상태를 ‘만인 대 만인의 투쟁’으로 보았다. 따라서 강제적인 수단으로 국가가 내부 평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홉스는 호모사피엔스의 본성이 동물과 다르지 않다고 본 것이다. 반면 장 자크 루소는 인간 자연상태가 평화롭고 조화로웠으나 점차 인구가 성장하고 사유재산, 계급분화가 나타나면서 전쟁과 각종 병폐가 출현했다고 했다. 따라서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쳤다. 그러면 평화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다. 이 둘은 시계추처럼 시대에 따라 한쪽이 설득력을 얻었다가..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 시종일관 스피디하고 격렬한 몸싸움이 전개되는 ‘긴박한 재미’에 빨려들었다.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 단일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펼치는 첫 경기, 그 현장이 그랬다. 사실 아이스하키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출전 선수가 몇 명인지도 몰랐다. 외국 영화에서 본 게 전부였다. 정몽원 대한아이스하키협회 회장이 “아주 재미있다”며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때 아이스하키 경기를 보라고 권했다. 정 회장은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이 그동안의 방침을 바꿔 한국 남녀 대표팀에 올림픽 개최국 자동 출전권을 주는 결단을 내리도록 만든 일등공신이다. 정 회장은 아이스하키가 동계올림픽의 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단일팀 구성 논란이 우리 사회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래저래..
사상 최대 규모로 치러질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코앞에 다가왔다. 역대 대회 중 참가 국가와 메달의 수가 가장 많고, 200만명 이상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두 번째 올림픽 준비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만큼 국격이 높아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 동계올림픽의 경기종목은 얼음 위의 빙상(氷上) 경기와 눈 위에서 치르는 설상(雪上) 경기, 그리고 트랙 위에서 미끄러지는 슬라이딩 경기로 나눠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53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그 전부가 빙상경기에서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굴스키의 최재우 선수와 스노보드의 이상호, 스켈레톤의 윤성빈 선수와 같은 유망주가 있어 전망이 밝다. 포스트 김연아로 불리는 최다빈 선수의 활약도 기대된다. 선수들이 제 실력을 발휘..
지구촌의 최대 겨울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의 개막이 눈앞에 다가왔다. 12개 경기장의 준비가 끝났고 개·폐회식 연습도 한창이다. 선수들도 입국하기 시작했고 2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도 현장에 배치됐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눈과 얼음과 함께하는 겨울 축제다. 눈 내린 대관령의 산악 풍경과 강릉의 겨울 바다를 함께 즐기며 겨울의 추위를 즐길 수 있는 세계인의 축제다. 이번 올림픽은 경기뿐 아니라 문화 행사, 강원도의 볼거리·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올림픽은 무엇보다도 세계적 스포츠 스타들의 경연장이다. 스키의 린지 본, 남자 피겨의 하뉴, 여자 피겨의 메드베데바 같은 스타들의 경기를 볼 수 있다. 흑인 최초로 미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로 선발된 잭슨, 영화로 더 유명한 자메이카 봅슬레이팀,..
내가 KBO 총재로 일한 지 한 달이 넘었다. 나는 취임사에서 프로야구가 모든 국민의 ‘힐링(healing)’이 되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프로야구의 산업화와 비즈니스 모드 정착, 클린베이스볼 구현, 아마야구 적극지원 등을 약속하고 임기 3년의 기본 로드맵도 명확히 했다. 물론 구단, 선수, KBO가 탄탄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선수들의 기량이 높아져 팬들의 사랑을 얻어야 성공할 수 있는 일이다. 나의 유별난 야구사랑 때문에 언론에서는 “베이스볼 키드가 프로야구 수장이 되었다”고 평한다. 사실 총재 제안을 수락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야구에서 동반성장을 실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이익공유제가 자리 잡고 있다. 프로스포츠 분야에는 이익공유를 통해 동반성장에 성공한 좋은 모델이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