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찰이 발표한 스포츠 비리 수사 내용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올 지경이다. 선수들에게 지급돼야 할 거액의 훈련비와 지원금을 허위로 타내는가 하면 기업 후원금의 일부를 개인 성과금 명목으로 빼돌린 스포츠인들이 적발됐다. 예컨대 어떤 종목 코치는 선수들의 식사·숙박비 등 훈련비와 대회출전비 등 총 1억5000만원을 횡령했다. 또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출신의 지도자는 이 같은 비리를 묵인해주는 대가로 공무원들에게 거액의 뇌물까지 뿌렸다. 해당 공무원은 그 대가로 지원금 요청 공문을 허위로 작성했다. 심지어 조직폭력배 행동대장이던 어떤 종목의 전무이사는 우수선수 관리지원금을 1억5000만원이나 빼돌렸다. 문제는 적발된 종목이 쇼트트랙·레슬링·스키·씨름 등 4개 종목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적발 내용에..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1000일 앞으로 다가왔다. 삼수 끝에 유치한 동계올림픽이 이제 3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지금 벌어지고 있는 논란은 기존의 대형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벌어졌던 것들과 매우 유사하다. 올림픽 주최 측은 사업의 경제성과 국격, 매몰비용을 들며 사업을 강행하고, 분산 개최 등 사업방향의 선회를 요구하는 쪽은 환경파괴와 경제효과 추정의 허구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일한 논쟁이 벌어졌던 사업들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새만금사업의 경우 소실된 갯벌의 가치를 차치하고, 경제성 평가만을 봐도 ‘밑 빠진 독’이라고 할 만하다. 공동조사단이 총 사업비 약 3조원의 비용을 기준으로 비용편익분석을 한 결과, 시나리오에 따라 편익이 비용의 최대 3.81배에서 최소 1.25배로 산출됐다. 이마저..
▲ 싱겁게 끝난 ‘세기의 대결’ 링은 냉혹한 현실의 축소판 다 이룬 뒤 늦게 만난 두 사람 ‘패자’ 없는 이상한 경기로 오하이오주립대학을 다니면서 조정, 육상 그리고 무엇보다 권투에 매료되었던 조지 벨로스는 훗날 화가가 되었을 때 이 스포츠를 통하여, 특히 사각의 링, 바로 사투를 벌이는 권투 장면을 강렬하게 묘사하여 20세기 초엽의 미국 사회를 증언하였다. 그가 그린 권투 장면들은 냉혹하고 음산하고 선혈이 낭자하였는데, 사람들은 곧장 그가 권투를 통하여 미국 사회를 묘사한 것임을 알아챘다. 그도 그럴 것이 벨로스는 산업사회의 살벌한 경쟁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볼트와 너트로 소모되고 분쇄되는 노동자계급의 처지에 서서 시카고와 뉴욕이라는 비열하고 살벌한 도시를 응시하였던바, 그는 사각의 링을 통해 미국 자..
시민·환경단체 로 구성된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를 촉구하는 시민의 모임’이 어제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 5명을 서울중앙지검에 형사고발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업무상 배임과 직무유기를 한 혐의라고 한다. 고위 공직자의 잘못된 결정에 대해 책임을 엄중히 묻고 무분별한 국제행사 유치와 낭비적 시설 건립을 경계하는 차원에서 제기한 공익소송으로 그 의미를 평가할 만하다. 현직인 최 지사와 김진선 전 지사에 대한 고발 이유는 강원도의 행정 책임자로서 알펜시아 리조트, 가리왕산 중봉 활강스키경기장, 횡계리 올림픽 개·폐회식장 등의 건설을 무리하게 추진함으로써 국가와 지방 재정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를 발생시킨 것이라고 한다. 국회 ‘평창동계올림픽 및 국제경기대회 지원 특별위..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스포츠 강국이라는 위상에도 불구하고 스포츠 선진국들에 비해 기반이 취약한 국내 스포츠의 질적 성장을 이끌기 위해 ‘인재 육성’이라는 큰 사명감을 갖고 2007년 출범했다. 그동안 한국 스포츠계는 기초종목의 열세, 일부 선수에 의존한 메달 획득, 소수에 의존한 외교 활동 등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일환으로 체육 인재 양성을 위한 전문교육을 추진할 전담기관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06년 7월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이 수립한 ‘차세대 체육 인재 육성 기본계획’을 통해 체육인재육성재단 설립이 추진됐다. 체육인재육성재단은 설립 이후 체육 영재, 은퇴선수, 심판, 지도자 전문역량 교육을 통해 매년 국내외 2000여명, 누적인원 약 9000여명에 대한 교육을 실..
인천 아시안게임을 위해 새로 지은 경기장이 결국 가뜩이나 열악한 인천시 살림에 엄청난 부담을 주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한다. 어제 경향신문이 보도한 인천 경기장 르포 기사는 1조7000억원을 들여 지은 세계 최고 시설의 경기장이 아무 쓸모없이 방치되고 있는 한심한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인천시가 당초 남구 문학경기장을 리모델링해 활용하라는 정부의 권고를 무시한 채 경기장 건설을 강행할 때부터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우선 4700억원짜리 주경기장은 아시안게임이 폐막된 지 6개월이 되도록 국제행사를 치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앞으로 계획도 없다. 경기장에 값비싼 양잔디를 깔아놓고도 축구경기 한 번 열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됐다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인천시는 먼지만 수북한 주경기장..
▲ “은퇴식 때 아버지 품에 안겨 펑펑 울던 차두리 선수를 보며 힘겹고 암담하게 사는 청년들도 누군가에 안겨 울고 싶었을 게다” 한번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차가운 아스팔트로 추락하여 금세 이지러지고 말 운명이건만, 그래도 봄날에는 꽃이 핀다. 어느 시인이 장중하고도 난해한 어느 시에 썼다는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관용적 표현이, 지난해 4월 이후로 우리에게는 그야말로 잔인한 실체적 진실로 굳어져버렸다. 국가는 쓰라린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모욕을 당하도록 방치해왔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 저열한 공작으로 비인간적인 수모를 입히는 전략을 1년 내내 구사해왔으니 이런 잔인한 세월이 달리 또 어디 있으랴. 이런 모진 시간에도 우리는 일상을 살아간다. 차가운 겨울이 지나고 새봄이 되어 그라운드와 필드에 프로스포츠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의 시름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강릉에 새로 짓는 남자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1079억원의 공사비가 소요되지만 올림픽이 끝나면 1000억원을 들여 철거한다. 200억원의 비용으로 서울 아이스링크를 활용하면 큰돈을 절약할 수 있다. 역시 강릉에 1311억원을 들여 짓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도 1000억원의 철거 비용을 길바닥에 버릴 바에는 서울 태릉 스케이트장을 활용하면 400억원으로 충분하다. 환경 파괴 논란을 빚으며 사업비와 복원비에 2190억원을 쓰는 정선의 활강 경기장 또한 1997년 동계유니버시아드를 치른 무주리조트를 활용하면 300억원이면 가능하다. 여기에 859억원을 들여 짓는 4만5000석의 개·폐회식장은 단 5∼6시간을 사용한 뒤 1만5000석만 남기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