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외신은 스페인 프로축구 FC바르셀로나가 불이익을 감수하고 카탈루냐 지방의 독립을 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그 불이익이란 일차적으로 연간 7100억원에 이르는 수익의 대폭적인 감소를 말한다. 이 중계권료를 포함하여 FC바르셀로나의 전체 수익 및 리오넬 메시 같은 은하계 극강의 스타들이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는, 아마 천문학자들도 놀랄 것이다. FC바르셀로나가 카탈루냐의 독립을 지지한다는 뜻은, 그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이 엄청난 수익의 상당 부분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물론 카탈루냐의 바람대로 독립이 이뤄진다 해서 FC바르셀로나가 스페인 리그에서 자동적으로 이탈하게 되고, 따라서 일정 수준 이상의 리그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카탈루냐 내에 웅크리고 앉아 있게 될 가능..
발터 벤야민이 현대의 새로운 예술, 곧 영화의 가능성에 주목한 것은 익히 알려진 대로, 신성과 제의로서의 전통 예술이 지녔던 ‘아우라’가 상실된 이후, 현대 예술의 운명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19세기 말에 태어나 고전과 낭만의 유럽 전통 문화를 어릴 적부터 배우고 익힌 20세기 초반의 뛰어난 예술 사상가들은 영화와 같은 새로운 예술을 짐짓 경멸했는데, 거의 유일하게 벤야민은 달리 생각했다. 그는 영화의 ‘추락과 상승, 중단과 분리, 연장과 단축, 확대와 축소’에 주목했으며 인류가 영화를 통해 비로소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알게 되었다고 썼다. 그런데 벤야민이 시각예술로서의 영화, 그 가능성에만 몰두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영화, 나아가 거대한 스펙터클 문화 자체에 내장된 위험성까지 직시했다. 그가 ..
인천 아시안게임 개막 8일째인 지난달 26일 권경상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에서 “아시안게임을 운동회라고 하는 것은 굉장한 모욕”이라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미숙하기 짝이 없는 운영으로 문제점이 속출하는 것과 관련해 기자들이 “아시안게임이 아니라 ‘아시아 운동회’라는 비난을 받는 근본 원인이 무엇이냐”고 묻자 이처럼 발끈하면서 “17번의 아시안게임 중 가장 진행이 잘되고 있다”고 강변한 것이다. 권 총장은 ‘역대 아시안게임 중 최고’ 운운했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주경기장 화장실 배관에서 소변물이 밖으로 새어나오고, 냉방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선수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경기장과 선수촌 주변에는 편의시설도 없었고, 선수들이 먹는 도시락에서 대장균이 검출되기도 했다. 안전..
인천 아시안게임의 개막식은 화려했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화려함을 걷어내고 내용을 살펴본 이들은 실망스러웠다는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개막식뿐일까? 연일 인천 아시안게임에 대한 비판적인 보도들이 쏟아지고 있다. 더불어 인천 아시안게임과 같은 국제경기의 필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도 대두되고 있다. 아시안게임을 45억 아시안의 축제라고 하지만, 아시안게임 경기 입장권 전체 판매율은 20%에 머물고 있고, 그중 단체나 기업이 사들인 것이 80~90%라고 한다. 단체 예매 뒤 관람하지 않은 경우도 많아 시민단체들이 티켓 기부캠페인에 돌입했고, 전국 이·통장연합회에서는 입장권 판매 홍보활동에 나섰다. 국제경기에 공무원과 학생을 동원하는 것은 이제 관례가 되어 버렸다. 45억 아..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다.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지 않은 한반도, 한국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대도시로 성장한 인천에서 ‘평화의 숨결’을 확산시키겠다는 의지, 딱 들어맞는 슬로건이다. 나아가 45억 아시아인의 전쟁과 갈등을 치유하고 평화로운 아시아의 미래를 염원하는 의미의 슬로건으로 이해한다. 아시아인의 평화와 우정을 나누는 대제전이니, 다들 최고의 대회로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 한결같을 것이다. 그러나 뭔가 어색한,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북측 응원단이 참관하지 않은 경기가 이어지면서 이 대제전의 감동의 농도는 묽어지고 있다. 200여 선수단의 참가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응원단이 빠진 북측 참가 경기는 어색하기 짝이 없다. 북측 참가 경기 그 어디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정가에서는 ‘무대’라고 부르는 모양이다. 그를 따르는 자들이 ‘무성 대장’이라고 무슨 조폭들처럼 불러왔는데 이를 줄여 부르다보니 ‘무대’라는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한번 결심하면 밀어붙인다고 해서 ‘무대뽀’의 무대라는 얘기도 있다. 에 나오는, 어리숙하고 실속 없는 무대라는 인물을 빗댄 말이라고도 하는데 그동안의 정치 이력으로 볼 때 김 대표가 제 잇속도 챙기지 못하는 어리숙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방송 카메라가 즐비한 가운데 일국의 국방부 장관에게 책상을 두드려가며 모욕을 준 인물 아니던가. 특히 지난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발언을 보면, 별칭대로 김 대표가 ‘무대뽀’이거나 아니면 늘 세상을 아래로 굽어보는 ‘대장 놀이’에 익숙한 정치인임을 알 수 있다. 전후 사정..
지난 주말, 일제히 개막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가슴이 뭉클한 장면이 있었다. 뉴캐슬 대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가 열린 뉴캐슬의 홈구장 세인트 제임스파크 경기장. 수많은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무거운 침묵의 시간이 먼저 흘렀다. 뉴캐슬의 열혈 팬 두 명을 추모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지난 7월18일, 우크라이나 영공을 지나던 말레이시아항공 여객기가 미사일을 맞고 격추당한 사건이 있었다. 죽음이 일상화된 이 살벌한 세계적 상황에서도 이 사건은 내전 와중에 벌어진 정교한 조준 타격이었다는 점에서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그 비행기에 뉴캐슬의 팬 두 명이 타고 있었다. 뉴캐슬의 1군 경기는 물론 유스팀 경기까지 찾아다니며 응원해 온 존 알더(63)와 리암 스위니(28)는 뉴캐슬 선수들의 프리시즌 투어를 보..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고 했던가. 브라질월드컵의 쓰라린 패배 이후, 한국 축구계가 마침내 낡고 닳은 외양간을 고치기 시작했다. 우선, 엘리트 축구와 생활 축구로 극단적으로 양분된 한국 축구의 생태계를 단일한 우산 아래에 재구성하는 작업이 시도되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생활체육전국축구연합회로 양분된 현 체제를 ‘1종목 1단체’로 통합하되 그 방법과 시기를 전담할 태스크포스(TF)를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대한체육회, 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생활체육전국연합회 등의 인사들로 구성한 것이다. 문화부 체육국장을 비롯하여 각 기관의 부회장, 사무총장, 기술위원장 등 축구 행정에 관한 한 막강한 권한을 지닌 인사들이 참여했다. 정치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장관은 물론 각 기관의 상징적 인물인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