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글몽글, 함께하실 거죠?” 서강대에서 스포츠심리학을 가르치는 정용철 교수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숨쉬는 것만큼이나 영어를 자연스럽게 한다는 그가 모국어의 낱말을 잘못 쓴 줄 알았다. ‘몽글몽글’이라는 부사가 있다. 작은 덩어리로 된 사물의 말랑말랑하고 매끄러운 느낌을 뜻하는 말이다. 그런데 ‘몸글몽글’이라니, 의아해 다시 물었더니, 또 몸글몽글이란다. 덧붙여 말하기를 언론인이자 시인인, 아니 그보다는, 1970년 문교부 주최의 스포츠꿈나무선발대회에서 무려 3600여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최종 12명의 합격자에 포함되면서 한때 촉망받던 농구 선수의 기억을 갖고 있는 한림대 고광헌 교수가 ‘몸글몽글’이라고 작명했다고 한다. 다시, 그 낱말을 입안에 넣고는 혀끝으로 살살 쓰다듬어 보니, 과연 농구 선수..
중종의 둘째 계비인 문정왕후는 아들(명종) 대신 8년이나 수렴청정하며 권세를 휘둘렀다. ‘여주(女主·여왕) 때문에 나라가 망할 지경’이라는 대자보까지 시중에 나붙었다. 왕후의 소원은 남편(중종) 곁에 묻히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첫째 계비(장경왕후)와 합장한 남편(서삼릉 소재)을 정릉(강남구 삼성동)으로 옮기는 무리수를 뒀다. 하지만 1565년 승하한 왕후는 끝내 남편 곁에 가지 못한 채 태릉(노원구 공릉동)에 안장됐다. 중종 능의 지대가 너무 낮아 물이 스몄기 때문이다. 문정왕후로서는 아들(명종)과 며느리(인순왕후)가 태릉과 이웃한 강릉에 나란히 묻힌 것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았을까. 그 후 400년이 지난 1965년 어느 날 화장실에서 민관식 대한체육회장의 뇌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태·강릉’..
스포츠계에서 틈만 나면 참새들의 입방아거리로 오르는 주제가 하나 있다. 다른 종목에서는 두각을 나타내는 흑인들이 왜 유독 수영에서만은 약할까 하는 궁금증이다. 다른 인종에 비해 물갈퀴가 짧다느니, 땀구멍이 너무 커서 물을 많이 품기 때문이라느니 하는 별의별 근거없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 가운데서도 메이저리그 LA다저스 단장을 지낸 알 캄파니스의 해석이 즐겨 인용된다. 그는 1987년 “흑인들은 부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단장직에서 쫓겨난 바 있다. 흑인들은 근육이 많은 대신 체지방이 적어 물에 잠기는 부분이 많다는 말이다. 물론 모두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한 이야기이다. 이는 1988년 9월21일 서울올림픽 수영 접영 100m에서 입증됐다. 수리남의 앤서니 네스티가 7관왕을 노..
프로야구 한화의 최진행 선수가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실시한 도핑테스트에서 금지약물(스타노졸롤) 양성반응을 보여 30경기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스타노졸롤은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지정한 제1종 상시 금지약물이다. 근육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하고 간이 손상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난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 출전한 육상스타 벤 존슨(캐나다)이 이 성분 때문에 금메달이 박탈된 바 있다. 이번에 최 선수는 “체력이 떨어져 지인이 권유한 영양보충제였다”며 “금지약물인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말을 100% 믿더라도 구단 트레이너에게조차 한마디 묻지도 않고 이 같은 위험한 성분을 복용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는 최 선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두산 투수 이용찬 선수에 이어 올..
세 명이 자동차를 탔다. 제프 블라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사무총장 그리고 대변인. 누가 운전할 것인가. 정답은 ‘경찰’이란다. 이 농담을 확대해 보자. 택시가 아니라 대형 버스라고 해보자. 국제 축구계를 쥐락펴락해온 사람들이 대거 탑승하면 과연 누가 운전대를 잡을까. 이번에도 정답은 ‘경찰’이 되지 않을까. 지난 7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일간지 ‘선데이타임스’는 타보 음베키 전 대통령이 블라터로부터 100억원대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검찰은 남아공 정부쪽에서 나온 거액이 잭 워너 전 FIFA 부회장과 2010 월드컵 개최지 투표권을 행사하는 집행위원 2명에게 건네졌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현재 미 검찰은 워너를 포함한 14명의 관계자들을 부패 혐의로 체포한 상태다...
코트디부아르가 2006년 독일 월드컵 지역예선을 통과한 2005년 10월, 동료들과 함께 본선 진출을 자축하던 디디에 드로그바는 중계방송 카메라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단 일주일 만이라도 내전을 멈춰달라”고 외쳤다. 이 호소로 정부군과 반군 간의 내전은 1주일간 휴전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마침내 2007년 평화협정을 맺었다. 드로그바의 호소는 유엔 회원국(193개국)보다 많은 가입협회(209개)를 자랑하는 축구의 역할과 가치를 보여준 사례이다. 인류가 야만적인 전쟁 대신 축구를 통해 갈등의 마음을 풀고 경기장 밖에서는 서로 손잡고 평화와 화합의 장으로 나서야 한다는 게 축구의 메시지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축구의 ‘심장부’(국제축구연맹·FIFA)가 실상은 온갖 비리..
2013년 당시 동부 감독이던 강동희씨 사건은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스타 출신의 현역 감독이 브로커들로부터 4700만원을 받고 후보 선수들을 투입하는 수법으로 승부를 조작한 혐의가 인정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창진 KGC 감독이 수사선상에 올랐다. KT 감독 시절이던 지난 2~3월 경기에서 후보 선수들을 기용해 승부를 조작하고 불법스포츠 토토에 돈을 건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전 감독이 지인들을 동원해서 빌린 사채(3억원)로 자신의 팀 경기에 베팅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만약 경찰이 제기한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면 충격적이다. 현역 감독이 직접 승부조작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긴 셈이기 때문이다. 경찰은 2014~2015시즌에 펼쳐진 5경기를 주목하고 승부조작 여부..
▲ 대여섯점 차이 났다고 끝난 경기로 봐야 하나 가장 중요한 불문율은 응원하는 팬 존중하는 것 우리는 왜 스포츠에 열광하는가. 인생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길고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이 세상에서 어떤 정황에 처해 있는지 좀처럼 알 수 없다. 어떤 일은 분명히 내 실수였다, 내 탓이다, 인정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분명치 않다. 왜 내 보고서가 묵살되었는지, 왜 내가 야박한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왜 나에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언제나 길고도 불투명한 고립과 고통인지 알기 어렵다. 세월호 참사 당시 아이들을 구하다가 죽음에 이른 선생님들. 그 중에 몇 분은, 인사혁신처의 순직심사위원회에 따르면, ‘기간제 교사’라서 순직 대상이 아니라고 한다. 왜? 도대체 왜? 이제는 다급한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