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는 외롭고 힘든 자리다. 그렇지만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앞으로도 아시아 야구와 메이저리그를 잇는 역할에 기여하고 싶다.” 지난 1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스카우트재단(HBSF) 주최 ‘야구의 정신’ 시상식에서 ‘야구 개척자상’을 수상한 박찬호의 연설이다. 그는 유창한 영어 실력에 여유 있는 유머로 의미 있는 연설을 남겼다. 박찬호가 1991년 청소년 대표로 처음 LA에 가서 다저스타디움에서 기념품을 산 일은 인상적이었다. 난생처음 미국을 방문한 고교생 박찬호는 친구들을 위해 연필같이 작은 선물을 많이 사갈 생각이었는데 별처럼 파랗게 빛나는 재킷, 곧 LA 다저스의 선수용 재킷에 매혹되어 온 종일 그 재킷을 입고 다니면서 메이저리그 꿈을 키웠다고 한다. 할리우드의 감성팔..
“세 가지 소원이 있어요.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가는 것, 월드컵을 개최하는 것,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입니다.” 2011년 당시 중국의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은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만나 중국 축구의 세 가지 소원을 꼽았다. 중국 언론은 이것을 ‘족구몽(足球夢)’이자 ‘중국몽(中國夢)’이라 했다. 중국 축구의 꿈은 곧 중국 인민의 꿈이라 한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미국과 함께 부동의 G2 반열에 올랐지만 유독 축구에 관한 한 힘을 쓰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한국만 만나면 위축되는 공한증 때문에 역대전적(1승12무16패)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이 샤오황디(小皇帝·부모의 과보호 속에서 자란 자녀)를 양산하면서 축구와 같은 단체경기에 약점을 드러낸다는..
절묘한 페인트 모션이다. 지난 28일 문화부가 발표한 ‘스포츠 4대악 중간조사 결과 발표’는 이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제치는 과감한 드리블이었다. 문화부가 10개월 가까이 ‘비리 근절’이라는 무서운 단어를 앞세워 전진 압박을 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은 이 정부가 천명한 대로 뿌리의 뿌리까지 캐내는 ‘발본색원’이 될 것인지, 아니면 태산명동에 서일필로 그칠 것인지 주목해 왔다. 일단 총론에서 쥐 한 마리로 그치지는 않았으나 그저 태산의 울음 때문에 혼비백산한 서너 마리가 뛰쳐나온 격에 머물렀다.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69건의 비리 제보가 접수돼 118건이 종결되고 2건이 합동수사반 수사 후 검찰에 송치되었다. 이 제보들 중 89건은 사실상 ‘..
문화체육관광부 가 그제 체육계 비리에 대한 스포츠 4대악(승부조작·편파판정,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 폭력·성폭력)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문화부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스포츠 4대악 신고센터에 269건의 신고·제보가 접수돼 그중 118건이 조사 종결됐다고 한다. 이번 발표로 13억원이 넘는 공금을 빼돌린 대한택견연맹 회장 등 국가대표 지도자와 경기단체 임직원 등이 모두 36억원을 횡령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렇게라도 ‘복마전’이라는 체육계 비리에 대한 단속이 이뤄진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신고센터·합동수사본부까지 꾸려 10개월간 대대적인 조사를 벌인 결과치고는 그리 대단한 성과라고 할 수 없다. 신고센터에 접수된 사안 가운데 검찰 송치와 수사 의뢰는 각각 단 2건에 불과하다. 25건..
2부 리그로 강등된 프로축구 경남FC가 팀 해체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구단주인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그제 “특별 감사 후 팀 해체를 결정하겠다”고 공식 언급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거친 입담을 보여주는 홍 지사는 이날 작심한 듯 “프로는 과정이 필요 없다. 결과만이 중요하다. 따라서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나쁜 것이다. 이것이 아마추어와의 차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는 것이다. 홍 지사 말대로 경남의 강등이 리더십 부재와 선수들의 프로 근성 부족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130억원이나 되는 예산을 쓰고도 참담한 결과를 낸 데 대해 구단주가 질책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홍 지사가 ‘구단 해체론’을 들고 나온 것은 대단히 충격적이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본다. 경남은 지난 2005년 도민주 공모..
대전에 강의를 하러 가던 중이었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라디오를 틀었는데, 대전의 라디오 채널이 잡혔다. 서울에 있었더라면 듣지 못했을 이야기를 그때 들었다. 시민구단 대전시티즌이 2부 리그에서 우승했고 그에 따라 내년 시즌을 1부 리그에서 뛰게 되었는데, 이에 김세환 사장이 출연해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고난의 행군을 했는지 말했다. 그의 말투는 정치인에 가까웠다. 매끈한 문장에 기름칠을 한 거침없는 달변이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역시나 지역 정치계에서 활동해온 인물이었다. 달변 속에 한 움큼의 진지함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세련되었으되 대단히 공세적인 발언은, 불안하게 느껴졌다. 정치적 풍향에 따라 휘둘리는 시민구단의 운명 말이다. K리그에 시민구단이 있다. 주로 지자체가 관장하는 시민구단의 역사는 2..
국제올림픽위원 회(IOC)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일부 종목의 교류 개최를 추진하는 모양이다.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과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을 각각 치른 양국이 일부 종목의 개최지를 서로 바꿔 대회 비용을 줄이고 낭비를 막자는 취지라고 한다. 그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그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양국 체육계와 개최지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올림픽의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개최는 매우 바람직한 일로서 적극 검토할 만한 방안이다. 가뜩이나 최근 올림픽은 천문학적인 개최 비용은 물론 사후 활용성이 떨어지는 경기장과 시설 문제 등으로 개최지에 큰 부담과 후유증을 안기는 행사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2022년 동계올림픽에서 노르웨이 오슬로가 유..
지난 10월18일 공부를 위하여 한국사회사학회 주관의 학술대회에 참석했다. 이틀간에 걸친 학회의 마지막 순서인 ‘스포츠 메가이벤트와 한국 사회’에 토론자로 갔지만, 진짜로 공부를 하러 갔다. 스포츠를 통해서 한국 중산층의 감정 상태를 파헤친 정준영 교수가 사회를 봤고 스포츠교육학 전문가 정용철 교수와 우리들의 일그러진 스포츠 영웅들에게 어퍼컷을 날려온 정희준 교수가 참석하였는데, 나까지 더하여, 일순간 스포츠비평의 ‘정 콰르텟’이 형성되었다. 나는 사회사 전문가들이 이틀에 걸쳐 발표한 논문을 일별하여 보았는데, 아! 꼼꼼하게 읽을 만한 게 무척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했다. 며칠 동안 논문들을 살펴보았고, 각 논문들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각주나 참고문헌에 언급된 자료들을 일별해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