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약물 양성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수영스타 박태환 선수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두고 찬반양론이 들끓고 있다. 논란은 FINA가 내린 징계의 만료일이 내년 3월이어서 내년 8월 개막되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참가의 여지를 남긴 것에서 비롯됐다. FINA의 처분과는 별도로 ‘금지약물 등으로 징계받은 선수는 징계 만료 후 3년이 지나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대한체육회의 규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박 선수만을 구제한다면 지난해 7월 금지약물 복용을 엄단하기 위해 만든 규정의 취지는 형평성 시비와 함께 사라질 수밖에 없다. 박 선수에게 기회를 주자는 쪽은 대한체육회의 규정은 ‘이중처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나름 근거 있는 주장이다. 이미 2011년..
▲ “애국가 의식 없앤 프로축구장 혼탁 현상 빚어졌다는 말 없어 ‘스트레칭’ 논란 퇴출된 선수에 인종차별적 비난 생각해봐야” 1990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 무렵 나는 영화평론가 김정룡씨와 축구 구경을 하러 갔다. 전광판 하나라도 역사적 기념비로 남겨놓기를 바랐으나 그 흔적도 이름도 말끔히 사라진 동대문운동장에 갔다. 김정룡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학교 제자들에게 더없이 따사로운 사람이었으나 세상의 불의에 대해, 특히 문화예술계의 비린내 나는 위계와 상업주의에 치를 떨며 거침없이 평론했던 하드보일드 강자였다. 그가 얼마나 강자냐 하면, 에잇 혼탁한 세상에 이까짓 평론 하나가 무어냐 하며 어느 순간 절필하더니 영화계, 문화계에 발걸음을 딱 끊어버리고는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정도였다..
▲ ‘결정적 반칙’ 징계는 완화 선수 추가 교체는 기각 현대 축구 속도·전술에 역행 거꾸로 가는 ‘축구평의회’ 일반 사회의 법이나 규칙이 그렇듯이 스포츠의 규칙도 언제나 한 발짝 늦게 현실을 따라간다. 어수선한 상황이 반복되어 급기야 혼란 사태가 예고될 때 법과 규칙이 성립되어 복잡해진 양상을 수습한다. 이렇게 규칙이 성립되면 어수선한 상황이 정돈되는 차원을 넘어서 상당한 발전과 예상치 못한 지평이 펼쳐지기도 한다. 1863년, 잉글랜드에서 축구협회가 결성되어 가장 먼저 규칙 제정에 돌입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튼, 해로, 차터하우스, 웨스트민스터 등의 학교는 주로 발로 차는 축구를 했고 워릭셔주의 어느 공립학교에서는 손을 사용하는 방식을 고집했다. 그리하여 발로 차는 방식을 선호하는 학교들로부터 이 ..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일본 지역 경제연구소는 올림픽에 1조5000억엔을 투자하면 2조3000억엔의 경제효과가 생긴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올림픽 후 나가노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시설은 텅 빈 채 막대한 유지비만 잡아먹고 있다. 17년이 지난 지금 나가노에 남은 것은 1조7600억엔의 빚과 훼손된 자연이다. 주민들은 복지 축소와 공공요금 인상 등의 고통을 겪고 있다. 앞으로 재정이 나아질 가능성도 거의 없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일본 시민단체 ‘올림픽이 필요 없는 사람들 네트워크’ 대표 에자와 마사오(江澤正雄)가 전하는 나가노의 실상이다. 나가노 동계올림픽 예산 전문가로서 올림픽 유치활동 교부금 반환소송의 원고 대표로 활동하는 에자와의 경험담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
전남도가 유치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년간 개최했던 국제 자동차경주대회 ‘포뮬러원(F1) 코리아 그랑프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남도가 적자 누적과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회를 개최하지 않기로 한 데 이어 최근에는 아예 F1 대회 조직위를 해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F1 대회 주관사인 포뮬러원매니지먼트(FOM)가 2015년 F1 대회를 개최하지 않는 데 따른 위약금을 물라고 F1 조직위에 통보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F1 대회의 실패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들어가는 돈은 많고 기대 효과는 적어 ‘돈 먹는 하마’가 될 것이라는 애초 우려가 그대로 현실화한 것일 뿐이다. 2조원이 넘는 생산 유발 효과와 1만4000여명의 고용 유발 효..
다시 ‘슈틸리케 신드롬’이 부는가. 뛰어난 스포츠 지도자에 의해 일취월장의 성과가 났을 때 우리는 그것을 곧장 사회에 투영해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 같은 말로 활용한다. 2002 월드컵 4강 직후 ‘히딩크 신드롬’이 크게 불었고 WBC 세계야구대회 준우승을 이끌었던 김인식 감독이나 국내 리그를 평정한 김성근 감독도 이 열망의 봉화를 이어갔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거둔 홍명보 감독도 한때는 ‘맏형 리더십’의 표상이었다. 이제 그 열망을 축구 국가대표팀의 슈틸리케 감독이 잇고 있다. 예컨대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지난 6일 가진 임원 간담회에서 “무조건 많은 골을 넣는 화려한 경기를 하기보단, 한 골을 넣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실용주의 리더십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여..
한국 축구대표팀이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한 그제 밤부터 포털사이트에는 흥미로운 검색어가 떴다. ‘차두리 고마워’였다. 누리꾼들이 호주와의 결승전을 끝으로 은퇴하는 차두리 선수에게 “고마움의 메시지를 전하자”면서 자발적인 검색어 운동을 벌인 것이다. 어제 저녁까지 ‘차두리 고마워’ 검색어에는 200만 이상의 클릭이 기록됐다. 연장전에서 실수한 김진수 선수에게는 ‘괜찮다’는 위로의 메시지도 나왔다. ‘모든 선수들에게 꽃을 던지자’는 상찬의 릴레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분명 기현상이라 할 수 있다.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의 우승을 노렸기에 준우승의 ‘결과’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팬들은 대표팀이 보여준 ‘좋은 과정’에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한국 축구는 그간 2002년 월..
1960~1970 년대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투수 짐 부튼은 자서전에서 “투수들은 20승이 보장된다면 생명을 5년 단축시키는 약이라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한 스포츠 잡지는 국가대표 육상선수들을 대상으로 “약을 복용하면 금메달을 따지만 7년 후에 반드시 사망한다 해도 약을 복용하겠느냐”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무려 80%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 두 사례는 국제 스포츠계가 주요 대회 기간뿐 아니라 ‘불시에’ 선수들의 약물 복용 여부를 검사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에 불거진 한국 수영의 간판 박태환 선수의 약물 파문을 지켜보면 몇 가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나타난다. 박 선수의 경우 지난해 9월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불시 도핑 테스트 결과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검출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