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6)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下) 키코 - 무너지는 중소기업 장관순·유희진기자 전자업체 ㄱ사의 재무담당 임원 ㄴ씨의 요즘 일과는 이른 아침 다우지수 시황 및 해외 환율 동향을 체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는 “키코라는 게 하루하루 속을 태우고, 뒤집고, 바싹 졸이면서 서서히 사람을 죽여가더라”고 했다. “외환시장이 개장하는 아침 9시면 가슴이 두근두근 뛰는데, 불안감 탓에 오후까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 때도 있습니다. 환율이 하루에 50~100원 왔다갔다 할 때마다 회사 돈 6억~7억원이 순식간에 날아가는 게 보여요. 안 그래도 요즘 회사가 극심한 유동성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대로 당하다가 한순간에 날아가는 게 아닌지 걱정입니다.” 계약 때 키코 상품 위험 듣지 못해 이명박 정부 출범 이..
1부-(6)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下) 키코 - 어떤 구조로 설계됐나 SDE | 인터넷 논객 ㆍ환율내리면 본전, 환율오르면 파산 2008년 상반기, 현 정부의 경제수장이 수출증대를 위해 환율상승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기 시작한 후, 원·달러 환율이 오르기 시작하자 한국의 수출 중소기업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엄청난 손실 때문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려워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품의 값이 싸지므로 당연히 수출이 잘되고 기업이익도 증가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실제는 달랐다. 환율이 상승하자 환율과 연동된 파생금융상품 거래를 하고 있던 중소기업들은 회사의 존립이 위태로울 정도의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바로 ‘키코(KIKO)’ 상품 때문이었다. 옵션상품을 기초로 ..
장관순기자 ㆍ금융수학의 역사 올해 전세계 금융파생상품의 규모는 500조달러(64경600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세계 국내총생산(GDP) 총합인 52조달러의 10배에 달한다. 금융수학(금융공학)이 없었으면, 이 같은 천문학적 금액이 전세계를 돌아다닌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 1973년 ‘블랙·숄스 공식’의 등장 학술지 ‘정치경제학 저널’ 81호(1973년 5-6월호)에 실린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스 공동 저작 논문 ‘The Pricing of Options and Corporate Liabilities’의 첫 페이지 및 이들이 이 논문에 발표한 ‘블랙·숄스 공식’. 금융수학은 1973년 ‘블랙·숄스 공식’으로 꽃피기 시작했다. 경제학자 피셔 블랙, 마이런 숄스가 4년간 연구한 끝에 완성한 이 ..
박종현|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 교수 ㆍ금융위기 주요 원인 - 레버리지(차입) 효과 금융에 도입된 지렛대 원리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아르키메데스는 “적당한 지렛대만 있으면 지구라도 들어 올리겠다”고 했다. 작은 힘을 큰 힘으로 바꾸는 막대 장치(지렛대, lever)는 고대 이집트에서 거대한 돌을 옮겨 피라미드를 쌓게 했다. 지렛대의 원리는 경제나 금융에서도 관철된다. 어떤 사람이 100만원으로 주식을 샀다고 하자. 한 달 후 주가가 20% 상승해 보유한 주식을 팔아 현금 120만원을 얻었다면, 투자수익률은 20%가 된다. 만약 이 사람이 자신의 돈 100만원에 더해 은행으로부터 400만원을 연리 12%의 금리로 빌린 뒤 총 500만원으로 같은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한 달 후 주식을 처분하면 600만원의 현..
1부-(5)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上) 파생상품-금융수학 시뮬레이션 송윤경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생상품의 특징은 위험이라도 돈받고 팔아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험을 사고 파는 행위는 위험은 측정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면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경향신문은 파생상품 평가에 쓰이는 확률 모형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적용, 위험을 계산해 봤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은 몬테카를로 카지노에서 벌이는 주사위 게임과 같다고 해서 붙여졌다. 시뮬레이션 적용은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박사과정 황근호씨의 도움을 받았다. 1. 위험맞춤형 상품, 부채담보부증권(CDO) 만들기 돈 빌린 사람의 과거 기록 수집 시뮬레이션을 위해 ㄱ은행이 집을 담보로 저소득층 100명에게 1..
1부-(5) 금융자본의 위험한 게임 (上) 파생상품-금융수학 논리와 허점 송윤경기자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신용도가 낮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이다. 이들의 빚을 가지고 만든 금융상품이 위험하다는 것은 상식 중의 상식이다. 하지만 월가의 ‘금융공학’은 상식을 뒤집어줄 만큼의 힘이 있었다. 금융회사는 금융공학을 통해서라면 미래에 닥칠 위험을 측정해 가격을 매겨 팔 수 있었다고 믿었다. 미래 손실도 예측할 수 있다고 자부했다. “우리 모델은 손실 없이 돈 벌 수 있다.” “우리의 모델은 매우 안전합니다. 모델에 기반하지 않는 어떤 거래도 승인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12월 AIG의 CEO 마틴 설리번이 투자자들에게 한 말이다. ‘모델’이란 금융공학자 게리 고튼이 설계한 수학모형을 말한다. AIG는 이 ..
1부-(4) 금융위기에 접속된 나 김재중기자 ㆍ노르웨이 나르비크에 무슨일이 1만8000여명이 사는 노르웨이의 작은 항구도시 나르비크. 나르비크는 지난 9월8일 노르웨이 최대은행 DnB에 지고 있는 빚 5200만 크로네(현재 환율로 약 107억원)를 갚지 못하겠다고 발표했다. DnB은행은 즉각 반발하며 법정에서 문제를 해결하자고 맞섰다. 북극권(북극 주변의 북위 66도 33분 지점을 빙 둘러 이은 선. 이 지점에선 하지에 하루 종일 해가 지지 않고, 동지에 하루 종일 해가 뜨지 않음)보다 200여㎞ 북쪽에 자리잡고 있어 겨울이면 신비로운 오로라(북극광)를 볼 수 있는 이곳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 마을 사람들이 지난해부터 경험하고 있는 일들은 금융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거품과 파생상품의 위험성을 제대로 ..
1부-(4) 금융위기에 접속된 나 장관순·송윤경기자 월가의 위험한 금융 게임이 펼친 숫자 놀음은 금융 자유화에 노출된 사람이면 누구나 예외없이 공격을 했다. 이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건 아니건, 금융 자유화를 원했든 아니든, 상관없다. 펀드·주식에 투자하지 않은 서민들의 삶도 흔들 만큼 돈장난의 파급효과는 깊고, 치밀하고 집요하다. “처음에는 TV에서 미국 금융위기 이야기가 나올 때 그게 나와 무슨 상관인가 했어요. 그런 얘기는 그냥 뉴스일 뿐이고, 배운 것 없이 그저 몸으로 때워서 먹고 사는 우리 같은 사람은 신경쓸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이게 뭡니까.” ■ 일용직 노동자 정영태씨 서울 북창동의 한 인력소개소에서 지난 11일 만난 정영태씨(가명·52)는 “올해 같은 때는 없었다”고 푸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