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쌍용자동차 사태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정조사를 대선 직후 실시하겠다고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이 그제 기자회견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고,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이한구 원내대표도 소관 상임위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대선 이후 교섭단체 간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과 노동계의 줄기찬 요구에도 꿈쩍 않던 새누리당의 이런 입장 변화는 그 의도와 경위가 어떻든 우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9년 8월 2646명의 정리해고로 시작된 쌍용차 사태는 관련자 23명의 죽음이 말해주듯 우리의 각박한 노동현실을 대표하는 상징어가 됐다. 영하 10도 안팎의 추위와 매서운 눈보라가 몰아치는 지금도 쌍용차 노동자들은 서울 덕수궁 앞 천막에..
대북정책은 한반도의 평화와 공영을 담보하려는 장기적인 구도에서 추진돼야 한다. 국내 정치판의 싸움거리로 전락하는 순간 추진력을 잃는다. 국가를 맡겨달라고 나선 대선 후보라면 마땅히 무거운 역사적, 헌법적 책무의식에서 대북정책을 논해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동안 정치권에 대북정책에 관한 한 이분법을 탈피하고 최소공배수를 도출하라고 주문해온 것도 그 때문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엊그제 첫 대선 후보 TV토론회에서 내놓은 일부 발언들은 이러한 기대에 어긋나는 것으로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박 후보는 참여정부 5년간 단 한건도 군사충돌이 없었다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지적에 “(대북) 퍼주기를 통해 평화를 유지하는 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라고 되받았다. 그러면서 참여정부가 북한의 핵실험을 막지 못했..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 후보 3인의 첫 TV토론회가 엊그제 열렸다. 세 후보의 날선 공방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는 반론을 펼 수 없는 제한으로 겉돌기 일쑤였고, 내용도 빈약했다. 사실상 박·문 후보의 양자 대결로 압축된 대선판이지만 토론은 3자 대결로 진행된 탓이다. 18대 대선 들어 후보들이 처음으로 유권자들에게 민낯을 드러냈다는 소득에도 불구하고 형식도, 내용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형식이었다. 사회자 질문에 답변을 한다거나 후보자 2인이 6분간 벌이는 상호 토론은 원천적으로 반론 기회가 봉쇄돼 있어 심도 있는 토론이 이뤄질 수 없는 구도였다. 형식적 제한은 토론 내용의 빈곤을 낳았다. 일방적 홍보를 해도, 실천이 불가능한 주장을 해도..
김삼웅 | 전 독립기념관장 한국사회에는 오래전부터 대북관계에서 하나의 맹신이 전해온다. 우파(보수)는 안보를 튼튼하게 하고 좌파(진보)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역대 독재정권과 그 후예 정당이 선거 때나 정치적 위기에 몰리면 어김없이 안보카드를 꺼내고 대공사건을 확대 또는 날조하여 국민을 겁박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지금 대선판에서도 달라지지 않는다. 실제는 어떤가. 보수우파들이 ‘국부’라고 떠받드는 이승만은 입만 열면 “점심은 평양, 저녁은 신의주에서”를 떠들다가 막상 인민군이 남침하자 이틀 만에 서울을 비우고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 반공의 이름으로 12년 독재를 자행하고 조봉암·최백근 등을 처형했다. 국가안보와 반공국시를 내걸고 쿠데타를 한 박정희는 1968년 무장공비 31명이 청와대..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측이 안철수 무소속 전 후보의 향후 행보를 놓고 이틀째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지원에 명운을 건 듯하고, 새누리당은 문·안 양측의 불협화음을 부추기며 반사이익을 챙기려 들고 있다. 안 전 후보가 엊그제 문 후보 지지를 재천명하면서도 ‘새 정치’라는 자신의 포부를 강조하는 바람에 해석의 여지가 넓어진 데 따른 여야의 아전인수다. 후보를 사퇴한 안 전 후보가 선거판을 쥐락펴락하는 진풍경이 선거를 2주 앞둔 18대 대선의 모습이다. 어제 양측은 대선 주자들의 첫 TV토론 대결을 벌인 것과 별도로 안 전 후보의 의중이 과연 어디에 있나를 두고 갑론을박을 계속했다. 문 후보 측은 당초 기대를 밑돈 안 전 후보의 지지 재천명이 부동층화한 지지세력을 끌..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등을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법제사법위 처리가 그제 또 무산됐다. 지난달 16일 지식경제위를 통과한 여야 합의안을 새누리당 의원들이 거부하고 집단 퇴장해버렸다. 밤 1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면 맞벌이 부부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게 그 이유라고 한다. 국민적 관심 속에 수많은 논의 과정을 거쳐 마련된 주요 법안이 또 법사위에서 막혀 연내 처리가 어려워졌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유통법 개정안은 고사 위기의 영세상권 보호를 위한 ‘민생 1호 법안’이자 양극화 완화와 상생이라는 시대정신을 담은 ‘경제민주화 1호 법안’이라고 할 만하다. 그만큼 시급성과 상징성을 갖는다. 소관 상임위는 물론 국회 밖에서도 진통과 논란을 거듭한 끝에 마련한 최소한의 상생 ..
전원책 | 자유경제원장·변호사 안철수? 그는 여전히 의문형이다. 느닷없이 무대에 등장한 작년 가을부터 해단식을 한 지금까지 그는 아직도 모호하다.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패배가 분명할 즈음 그는 출마를 ‘포기’했다. 그의 향배는 참담한 지지층을 움직여 대선판도를 흔들 것이다. 그래서 그의 언행은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고 해설기사가 따라붙는다. 종편 채널에서는 정치평론가들이 그가 한 말의 뜻과 눈물의 의미를 해석하느라 여념이 없다. 같은 나라에서 같은 말을 쓰면서 이만큼 다채로운 해석을 낳게 한 이는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아마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안철수 현상이라 말한다. 기존 정치에 염증을 내던 대중에게 변화를 약속한 그가 일으킨 바람이다. 그를 에워싸고 청년들이 환호했고 명망가들이 주변에 모여들..
안철수 무소속 전 대선 후보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재천명했다. 안 전 후보는 어제 열린 캠프 해단식에서 정권교체를 위한 백의종군과 문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사퇴의 변을 거론하면서 “저와 함께 새 정치와 정권교체의 희망을 만들어오신 지지자 여러분께서 이제 큰마음으로 제 뜻을 받아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 전 캠프 인사들과 만나 자신의 향후 역할에 대해 ‘지지자 입장에서 판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전 후보의 발언은 문 후보에게 적잖은 힘이 될 것 같다. 그는 지지 재천명 외에도 ‘새 정치’와 ‘정권교체’를 나란히 강조함으로써 여당의 재집권에 대한 반대를 다시금 명백히 했다. 향후 지원 방향에 대해선 구체적 언급을 피했으나 하락세가 역력했던 지지율을 반전시킬 만한 뾰족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