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우리 정치 현실을 살피면 보수와 진보논쟁을 빼놓을 수 없다. 모든 정치인은 이 두 개의 프레임에 스스로를 속박하고, 언론마저도 그 잣대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1980년대에 생긴 NL과 PD 논쟁은 아직도 진행되며, 이번 통합진보당 비례경선 사태에서 비롯된 진통도 그 궁극적 뿌리를 이들 이념논쟁과 연관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세상이 변했음에도 진보진영이 여전히 철지난 사상과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물론 보수진영이 실망스러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종북 운운하며 개XX 논쟁이나 벌이고 있으니 말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기준은 다양하다. 시장, 복지, 경제성장, 환경, 남북문제, 대외관계 등에서 두 진영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김지환 경제부 기자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피청구국은 의사통보, 중재통보 등의 문서를 수령한 뒤 신속하게 비분쟁당사국에 송부하고 대중에게 이용 가능하게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1.21조(중재절차의 투명성)에 적혀 있는 문구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지난달 22일 “한국 정부의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로 투자와 관련해 손해를 입었다”며 주벨기에 한국대사관에 협의를 요청하는 문서를 보냈다. ‘처음 행동을 취하는 분쟁당사자가 서면으로 통보한다’는 한·벨기에 투자보장협정 8조에 따른 론스타의 분쟁절차 개시였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저녁 보도자료를 내고 론스타가 한국 정부에 문서를 전해왔고 과세조치 등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론스타가 보내온 문서 자체는 아직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으로 고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오늘 다시 검찰에 출석한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이번 조사에서도 발언의 근거를 대지 못할 경우 사자(死者)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지난달 검찰 조사에서 조 전 청장은 “2009년 우리은행 삼청동지점의 권양숙 여사 비서 명의 계좌에서 20억원이 발견됐고, 당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이 계좌를 추적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확인 결과 문제의 계좌가 존재하지 않으며 대검의 계좌추적도 없었던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한다. 조 전 청장은 서울경찰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0년 3월 기동부대 지휘관을 상대로 한 특강에서 “노 전 대통령, 뭐 때문에 뛰어내렸습니까. 바로 전날 계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
최기련 | 아주대 교수·에너지학 유럽 경제위기가 한창인 지금 전기요금이 또 오를 것 같다. 관련 장관회의에서 의결되었고 정치권과의 최종 조율만 남았다. 올여름 성수기 정전사태를 막기 위해 가격인상이 시급하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다. 두 번째 이유로는 원가 보상률 87.4%라는 낮은 전기요금 수준을 올려 한전 누적적자(최근 4년 8조원) 해결 등 장기 안정공급과 해외진출 여건 조성이란다. 과연 그럴까? 가격인상에 따른 전기 소비절감 효과는 경험상 반년이 안 간다. 전력이 공공재이자 민생 필수재이기 때문이다. 가격인상으로 소비절감을 유도해 올여름 정전을 막겠다는 것은 현실적 대응능력을 도외시한 초보 경제학자들이나 할 소리이다. 공급과 수요 여건을 아우르는 실현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 원론적으로 공공재인 ..
서배원 논설위원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질 조짐이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엊그제 경기 악화에 대비해 기금 운용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가계와 기업의 사정이 안 좋으니 정부 쪽에서 돈을 풀어 경기를 떠받치겠다는 얘기다. 실물경제는 급한 대로 정부 생각처럼 돈 풀어서 둔화 속도를 늦추는 시도라도 할 수 있지만 해외발 악재에 휘둘리는 금융시장은 속수무책이다. 유럽 위기 고조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과 외환수급 불안 우려로 주가는 급락하고 환율은 뛰고 있다. 지난 한 달 4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증시를 이탈했다.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2012년 다중(多重)위기’란 제목의 칼럼에서 올해 경제가 직면할 위기요인을 짚은 적이 있다. 가계부채, 고용없는 성장, 유럽 재정위기..
이승철 논설위원 탈춤놀이만큼 힘 없는 사람들이 힘 있는 사람들을 향해 ‘개기는’ 놀이문화가 없을 듯하다. “‘난양공주 영양공주 진채봉 백능화 계섬월 적경홍 가춘운의 집을 다 찾아도 서방님은커니와 아무 개아들놈도 없음디다.’ ‘이 놈 개아들이라니.’ … ‘일관암 이목골 삼청동 사직동 오궁토 육조앞 칠관암 팔각재 구리기 십자골 두루시 다 찾아도 서방님은커녕 아무 새아들놈도 없읍디다.’ ‘이 놈 새아들놈이라니.’ … ‘1원산 2강경 3파주 4마산 5삼랑 6물금 7남창 8부산을 두루시 다 찾아도 아무 내아들놈도 없음디다.’ ‘이 놈 내아들놈이라니.’” 부산 ‘수영야유계’에서 말뚝이(하인)가 왜 자신들을 찾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는 양반들을 상대로 치고빠지면서 개기는 한 대목이다. 말뚝이는 재치있는 풍자와 희롱으로 ..
이용욱 정치부 기자 말에도 무게가 있다. 객관적으로 측량할 수는 없지만, 말이 초래하는 파장에 따라 그 무게를 가늠해볼 수는 있다. 대중에 대한 영향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유명인들의 발언은 더 무겁게 취급되기 마련이다. 새누리당 정몽준 전 대표의 3일 ‘핵무장’ 주장을 접하면서 말의 무게를 생각했다. 정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그토록 우려했던 북한 핵무장이 현실이 됐다”며 “미국에 의존하는 핵 전략을 넘어 우리도 (자체적으로) 핵무기 보유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헌법에 ‘핵 보유국’을 명시했으니, 맞대응하자는 것이다. 그는 “6자회담을 비롯한 한반도 비핵화 외교는 실패했고, 이는 바로 우리 정치의 실패”라며 “ ‘핵에는 핵’이라는 ‘공포의 균형’이 없이는 평화를 얻을 수 없다”고 ..
지난 금요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석기·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기본적인 국가관을 의심받고 있고 국민들도 불안하게 느끼는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주 이명박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때처럼 종북세력을 직접 거론해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국가관, 국민불안 등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그가 문제삼은 것이 경선 부정이 아니라 종북 논란 등 사상검증과 관련된 것임을 충분히 짐작케 한다. 그의 발언은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제기한다. 첫째, 그것이 이른바 종북 의원에 대한 제명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면 매우 초법적 발상으로 적절치 않다. 박 전 위원장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국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보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