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에서 수입된 위스키의 소비자가격이 수입가격의 5.1배에 이르고 외국보다 평균 36%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지난해 한·EU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관세가 내렸는데도 위스키 평균 수입가격은 오히려 0.2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FTA 체결 때마다 정부는 수입품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 후생이 크게 향상될 것이라며 큰소리를 치곤 했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수입품 유통과정에서의 엄청난 폭리는 위스키뿐이 아니다. 이번에는 녹색소비자연대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EU산 수입 위스키 74종의 유통구조와 한·EU FTA 협정 발표 전후의 가격 동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수입업체 대부분이 외국 제조사의 국내 지사로 제품 유통에 독점력을 갖고 유통단계에서 가격을 높이 책정해 폭리를 취..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1961년 5월18일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5·16 군사쿠데타를 지지하기 위해 시가행진에 나섰다. 당시 육군 대위였던 전두환이 개입했다. 그는 교장 강영훈이 생도들의 지지행진에 반대한다는 것을 쿠데타 주모자들에게 알렸다. 강영훈은 구금되었고 그의 수하들은 행진을 묵인할 수밖에 없었다. 수년 전 육사를 졸업하고 영관급 장교까지 지내다 전역한 한 기업인이 그 사건에 대해 ‘육사 최대의 치욕’이라고 말하는 것을 나는 들은 바 있다. 이라는 정치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던 때로 ‘한국 정치사와 군’에 관한 이야기를 청해 듣던 자리였다. 그는 베트남전에도 참전했고 10·26 사태와 12·12 쿠데타 때는 군부 내부의 쟁투지이기도 했던 육군본부에서 근무했다. 이후 최전방 야전부..
최영찬 |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의 유종일 교수가 결국 학교에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는 보도를 접하고 분노를 누를 수 없다. 사전 승인을 받고 언론 기고나 방송 출연을 해야 한다는 KDI 현오석 원장의 위협은 학문의 자유와 지식인의 현실 비판을 송두리째 구속하려는 의도가 보여 묵과할 수가 없다. KDI가 정부 출연기관이고 국제정책대학원이 기관에 속해 있다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현 원장의 발언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한 비판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협박과 다름없다. 돌이켜보면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고 진실의 편에 섰던 학자와 시민사회의 수난은 계속되어 왔다. 잘못된 무역협상과 운하를 반대하고, 무상급식과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며, 언론..
검찰이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과 관련해 고발당한 7명 전원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명백한 위법 혐의를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야권은 지난해 10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과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혐의로 관련자들을 고발했다. 이 대통령의 사저 부지를 아들 시형씨 명의로 산 것은 편법 증여이고, 시형씨가 경호시설 부지와 함께 사들이면서 국가 예산 부담을 늘리는 대신 9억원가량 싸게 매입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는 일단락됐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저 부지 매입 과정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남는다. 검찰 수사가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란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검찰도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시형씨가 실거래가와 비교해 6억원 정도 싸게 샀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
이해찬 의원이 민주통합당의 새 대표에 선출됐다. 이 신임 대표는 엊그제 열린 임시 전당대회에서 최종 득표율 24.3%를 기록해 23.8%를 얻은 김한길 의원을 0.5%포인트 차로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의 승리는 ‘모바일의 반란’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막판 역전극으로 이뤄졌다. 여권이 파상적인 ‘종북 몰이’를 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강한 이미지의 이 대표에게 표가 쏠린 결과라는 풀이다. 먼저 이 대표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 대표에게는 “정권교체를 향한 대장정이 시작됐다”는 그의 당선 소감처럼 대선을 향한 제1 야당의 경선관리와 정권교체라는 야권의 과제가 맡겨져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가 첫 덕목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궁극적 목표는 경쟁력 있는 자체 후보를 만드는 자강에 맞춰져야 한다. 야권후보..
통합진보당이 엊그제 서울시당 당기위원회를 열어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한 이석기·김재연 의원과 조윤숙·황선 후보를 제명했다. 당 중앙위원회의 결정인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함으로써 당론과 당명에 따를 의무를 현저히 위반했다는 이유다. 통진당은 또 중앙위 폭력사태를 유발한 당원 16명을 전원 당기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 폭력사태를 엄정하게 해결하지 않고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통진당이 사태 해결을 위해 바짝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4인 제명은 통진당이 이들과의 결별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들 4인은 이의신청 여부를 포함한 다각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나섰으나 결정을 뒤엎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두 의원으로서는 무소속으로 의정 활동을 하든지, 아니면 의원직을 내..
한윤정 | 문화부 차장 북한 조선작가동맹 소속이었던 김유경씨(가명)는 지난 4월 란 소설을 펴냈다. 2000년대 중반 혼자 탈북해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인 김씨는 “내 고향(조국) 사람들의 삶을 그림으로써 이해와 연민을 구하고 싶었다”고 한다. 북한 출신 작가가 자신의 탈북 경험과 주변 동료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쓴 소설은 탈북자들의 속내를 솔직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소설의 어디를 봐도 탈북은 이념과 별로 상관이 없다. 주인공 선화는 대학교수인 아버지와 현모양처 어머니 사이의 외동딸로 곱게 자라 수학교사가 됐으나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대를 겪으면서 몰락한다. 당에서 주던 배급이 끊어지자 어머니가 채소장수로 나섰다가 병을 얻고 아버지도 쓰러진다. 병든 어머니의 약값을 벌기 위해 인신매매 조직..
서의동 도쿄 특파원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宮崎駿) 감독의 를 처음 봤을 때 한방 먹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세상에는 선과 악으로만 설명될 수 없는 진리가 있다는 것을 이토록 선명하게 그린 작품을 그전까지 접해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을 대표하는 ‘원령공주’와 인간의 편인 ‘에보시’라는 두 여성은 치명적으로 대립하지만 어느 한쪽을 편들기 어려운 미덕을 갖고 있다. 주인공 아시타카가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장면도 이분법의 도식을 넘어선다. 이런 세계관은 미야자키 감독뿐 아니라 다른 일본 작품들에서도 간혹 등장한다.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적을 벤 뒤 그 시신 앞에서 간단히 예를 올리는 장면이 심심찮게 보인다.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다신(多神)주의의 영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