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재 | 언론인 통합진보당이 혼돈의 수렁에 빠져 있다. 분란의 소용돌이는 날로 거세지는 듯하다. 대화 통로는 없고 퇴로는 막힌 형국이다. 세상 사람들의 눈초리는 곱잖다. 적어도 도덕성에 관한 한 여느 정당들을 압도했던 터다. 그 진지성을 믿었던 순수한 지지자들조차 비판적이다. 더러는 배신감을 느낄 법하다. 한쪽에선 야권 대연합의 기반이 흔들리는 상황을 바라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12월 대권 향방에 애다는 정파들의 주판알 튀기는 소리도 요란하다. 통합진보당 사태 파장은 12월 정치게임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필자는 통합진보당 사태의 본질을 함부로 단정할 수 없다. 책임의 소재를 따질 생각도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이 사태를 바라보는 민심이 싸늘하다는 점이다. 적어도 불거진 문제를 해소하는 과정..
이남주 | 성공회대 교수·중국학 정국이 알게 모르게 대선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15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질서 있게 새로운 국면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야권은 여전히 과거에 발목이 잡혀 있다. 민주통합당도 6월 초 전당대회를 거치며 대선준비에 본격적으로 나서겠지만 야권 전체로는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선출과정에서 나타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라는 의제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최근 민주통합당 내에서 안철수와의 ‘공동정부론’으로 상황을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등장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현상을 뒷받침하고 있는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야권이 승리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 자체를 반대할 사람은 많지 않다. 통합진보당이 현재의 구렁텅이에서 빨리 빠져나오지 못하면 ‘안철수 변수’..
김윤철 |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gazeman@khu.ac.kr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상대방을 제압함으로써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인간의 집착을 야만으로 보았다. 이런 선상에서 그는 정치권력을 근본적으로 야만의 한 형태로 여겼다. 특히 대지주 귀족계급이 군부와 관료를 장악한 채 전횡을 부린 19세기 말엽의 독일제국을 보면서 그러했다. 니체는 저 세상 사람이 되어 보지 못했으나, 독일제국은 국민을 야만의 극한인 전쟁(제1차 세계대전)으로 내몰았다가 해군 병사들의 봉기로 시작된 11월혁명에 의해 결국 붕괴되었다. 1980년 5월17일, 전두환 신군부가 비상계엄령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그들은 국회를 무력으로 봉쇄해 헌정을 중단시켰고 김영삼과 김대중 등 유력 정치인들을 가택연금하고 연행했다. 민주 인사와..
김철웅 논설실장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내가 진보 편에 서 있는 이유를 다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 만약 착취, 부패, 억압, 불의가 없는 세상이라면 내겐 낭만적 보수성향이 맞았을 거다. 지킬 것이 많은 사회라면 나는 보수적인 사람이 됐을 거다. 현재에 만족 못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지 않아도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전속력으로 후진하는 나라에서 진보에 회의도 들지만 진보를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이 현재가 너무나 엉망이어서 미래에서 희망을 찾지 않을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여 나는 지금도 진보 편이다. 그 필연적 결과로 요즘 문자로 멘털 붕괴, 멘붕 상태를 겪고 있다.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 상당수가 비슷한 증세이리라. 왜 아니겠는가. 진보에게 이토록 호된 배신감을 느낀 것은 난생처음 있는 일이다...
김진호 논설위원 버마의 해방공간 역시 심각한 좌우갈등과 유혈로 얼룩졌다. 우리에게 아웅산 국립묘지로 알려진 버마 양곤의 ‘순교자들의 영묘’는 아웅산 임시정부 총리를 비롯해 한날 한시에 피살된 버마 독립운동지도자 7명의 넋이 머무는 곳이다. 독립을 다섯 달 남짓 남긴 1947년 7월19일 오전 10시37분의 일이다. 버마를 방문한 외국 지도자들은 이를 기려 오전 중 영묘를 참배하는 관례가 생겼다. 이곳이 우리에게 비극의 장소로 각인된 것은 1983년 10월9일 오전 10시28분, 전두환 대통령을 수행해 버마를 방문 중이던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등 17명이 폭사하면서부터다. 3인의 북한 특공대가 자행한 폭탄테러였다. 버마는 이 사건을 계기로 두 개의 코리아와 멀어졌다가 최근에야 관계를 맺기 시..
전원책 | 자유기업원 원장·변호사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내가 방송에서 정치비평이란 걸 하니 ‘정치판이 어떻게 되어가는 거냐’ 하는 질문들이다. 이런 류의 질문은 대개 누가 대통령이 되겠느냐라거나 누가 되는 게 좋으냐로 끝난다. 어느 쪽이든 묻는 이가 이미 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막상 나는 누가 대통령이 되는데 관심이 없다. 박근혜든 문재인이든 안철수든 잠룡이든 무슨 상관인가. 누가 되든 세상이 나아질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진 그렇다. 무슨 소리냐고? 박근혜가 되면 세상이 좋아지고 문재인이 되면 세상이 확 바뀌고 안철수가 되면 희망이 샘솟는 나라가 된다고? 그런 허망한 꿈은 꾸지 마라. 그런 말 하는 언론인과 정치평론가들은 사이비다. 사교(邪敎)의 집사보다도 못한 삐끼다. 무릇 사교 ..
# 얼마 전 e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Friend~’로 시작되는 편지의 발신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 놀라지는 마십시오. 2008년 미 대선 때 국제부에 있으면서 오바마 선거캠프의 메일링 리스트에 주소를 올려놓았더니 지금도 이따금 메일이 날아옵니다. 주로 새로운 정책이나 캠페인을 설명한 뒤 ‘Please donate(기부하세요)’로 끝을 맺곤 하지요. 이번 메일의 제목은 ‘Marriage(결혼)’였습니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동성결혼 지지 입장을 밝히는 내용이더군요. 오바마 대통령은 “게이와 레즈비언들이 공정하고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믿어왔지만 ‘결혼’이라는 말이 연상시키는 강한 전통 때문에 이를 동성커플에게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다”고 털어놨습니다. 하지만 “동성커플의 자녀를 ..
김자동 | 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 국방부는 지난 8일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및 상호군수지원협정(ACSA)을 체결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르면 5월 안으로 김관진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해 일본 측과 협정들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 측에서는 한·일군사협정 체결에 대해 알고 있으나 미국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일군사협정은 미국의 숙원사업이다. 미국은 1954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체결된 직후부터 한·미·일 3국동맹의 성립을 희망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한·일관계는 국교수립도 되지 않은 상태여서 동맹을 논의할 처지가 아니었다. 그러다가 박정희 군사정부는 1965년 6월 일본과의 매국적인 ‘한일기본조약’을 체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