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문규 사회부장 정권 말이면 으레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가 바빠진다.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는 청와대의 레임덕과 맞물려 우리 사회의 통과의례가 된 지 오래다. 10년 전인 2002년에도 그랬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둘째아들인 김홍업씨는 ‘이용호 게이트’에 연루돼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3남 홍걸씨도 최규선 게이트에 이름이 오르면서 결국 호송차 신세를 졌다. 검찰은 당시에도 엄청난 청와대의 압력에 시달렸다. 이희호 여사가 아꼈던 김홍걸씨 수사 때는 더했다. 당시 검찰에 전화를 한 사람이 박지원 민주통합당 의원이다. 검찰의 한 간부는 “박지원 비서실장의 불 같은 전화가 걸려오는 날이면 검찰청사가 시끄러웠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은 버텼다. 결국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둘이나 구속되는 전례없는 ..
고영재 | 언론인 뻔뻔한 세상이다. 법을 어긴 청와대는 모르쇠로 잡아뗀다. 수사에 나선 검찰은 장님이 되어 면죄부만 날린다. 사회의 목탁을 자처하는 언론은 갑자기 벙어리로 돌변해 침묵한다. ‘민간인 불법 사찰’ ‘내곡동 사저 터 헐값 매입’ ‘BBK 가짜 편지’ 등 사건들은 모두 중대한 범죄행위다. 이들 사건은 한결같이 이명박 대통령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그 정황이 점점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막강한 힘과 영향력을 지닌 검찰과 언론 덕분에 세상은 평온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 태평하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서 무서운 독버섯이 피어나고 있다. ‘불의에 대한 불감증’이 그것이다. 바야흐로,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 야만 사회가 열리고 있다. 염치없는 ..
청와대가 검찰의 불법사찰 수사결과 발표 직전 일부 언론사에 연락해 “노무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례도 나올 테니 균형 있게 다뤄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국기문란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만으로도 사죄해야 할 청와대가 반성하고 참회하기는커녕 ‘물타기’를 시도한 것이다. 청와대의 치졸하고 뻔뻔한 행태에 할 말을 잃을 지경이다. 경향신문이 복수의 언론사 관계자들에게 확인한 결과, 수사 발표 당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들이 몇몇 언론사에 전화를 걸어 “과거 정부의 직권남용 사례가 발표될 것이다. 이를 (현 정부 사례와) 비슷한 비중으로 다뤄줄 수 있느냐”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기자는 “회사에서 ‘청와대 부탁이 있으니 참여정부 사례도 잘 챙겨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고, 또 다른 기자는 “정치부장이나 국..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어제 “우리가 무노동 무임금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도가 있는데 절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의원들의 ‘무노동 무임금’을 관철하려는 여당의 다짐이 퇴색한 게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한 해명이다. 무노동 무임금은 개원이 지연되거나 장기 파행, 의원의 구속·출석 정지 등으로 의정 활동이 불가능하면 그 기간만큼 세비를 반납한다는 게 골자다. 그의 설명대로라면 19대 국회 개원이 늦어진 만큼 여당 의원들의 세비 반납은 피할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무노동 무임금’ 원칙은 성사 여부를 떠나 애초 잘못된 인식에서 출발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무엇보다 의원들의 ‘무노동’에 대한 정의가 쉽지 않다. 새누리당은 19대 국회가 법정 개원일을 지키지 못한 것을 야당 때문에 ..
김갑배 | 변호사 인간사회는 긴 역사 동안 발전하고 배우면서 인권의 중요성을 깨달아왔다. 자유와 권리보장이 진전하기보다는 퇴보한 사회도 있지만, 국제사회의 발걸음은 항상 앞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해왔다고 할 수 있다. 노예제도, 고문 등 인간 평등과 존엄성에 반하는 것들은 사라지는 방향으로 나아갔으며, 성차별, 인종차별 등의 문제도 모두 해결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개선되어 온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인권이란 진보나 보수의 이념 문제도 아니고, 국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하는 필수적인 권리이며 국제적으로 보편성을 띠는 것이다. 인권을 향한 발걸음은 경제발전이나 기술발전을 이유로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보호받지 못하면 가장 침해되기 쉬운 권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많은..
김남근 변호사·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관련 고발사건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세간의 논란이 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경호처의 극구 부인에도 불구하고 사저 땅값은 싸게, 경호동 땅값은 높게 계산해 대통령 아들이 6억~8억원 정도의 이익을 봤다는 사실은 밝혀냈다. 사저 땅값과 경호동 땅값 사이에 객관적 불균형이 있다는 사실을 감사원에 통보했다는 점을 보면 검찰도 관련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필요하다는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검찰 수사결과는 일반적인 배임죄의 형사 법리에서 한참 벗어나고 있다. ‘대통령 사저가 들어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으로 경호동 부지의 땅값이 오를 것이기 때문에 미래의 개발이익의 혜택을 국가가 혼자 누리는 것은 적절치 않아 대통령 일가의 부..
전원책 변호사·자유기업원장 민주통합당 대표에 이해찬 의원이 당선된 이유가 종북 논란에 대해 정면 대응한 강성이 먹힌 것이라 한다. 그는 국무총리를 지냈고 진보(프로그레시브) 정상회담에 참석한 사람이다. 그런 그가 종북 논란을 매카시즘이라고 몰아붙였고 탈북자를 두고 변절자라고 한 임수경 의원을 옹호했다. 심지어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걸 내정간섭이라고 하고 북한인권법을 외교적 결례라고 비난했다. 이쯤해서 터놓고 말해보자. 우리 진보는 어디에서 어디까지인가? 두 개의 ‘진보 정당’,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깃발 아래 모인 세력은 다 진보인가? 그 깃발 아래에는 뭉뚱그려 미국의 리버럴, 서구의 온건사회주의, 사회민주주의, 그리고 마르크스주의에다 주사파까지 모여 있다. 바꿔 말하면 자본주의 세력부터 ..
이재오·정몽준 의원과 김문수 경기지사 등 새누리당의 비박(非朴) 대선주자 3인이 그제 “대선후보 경선 룰이 개정되지 않으면 후보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대의원 20%, 당원 30%, 일반인 30%, 여론조사 20%의 비율로 돼 있는 현행 규정을 경선 투표에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완전국민경선제로 바꾸지 않으면 아예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완전국민경선제는 이 시대 정치개혁의 핵심과제이며 새누리당의 재집권을 위한 필수요건”이라며 “이를 외면한다면 대선은 필패”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의 최고권력자이자 여야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라는 박근혜 의원은 “완전국민경선제가 도입되면 정당의 존재이유가 없다”며 반대하고 있으며, 박 의원의 의중을 헤아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