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우 논설위원 조조의 군대는 원소군의 맹장 안량과 문추의 활약으로 위기에 처한다. 이때 조조에게 억류된 몸이지만 극진한 예우를 받던 관우가 앞에 나선다. 조조가 기뻐하며 술 한 잔을 따라 권하지만 관우는 “술이 식기 전에 안량과 문추의 목을 베어와서 마시겠다”고 말한다. 과연 관우는 바람같이 말을 달려 두 적장의 목을 베어 돌아와 땅바닥에 내팽개친 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켠다. 에 나오는 유명한 장면이다. 의 이 광경이 느닷없이 대한민국의 정치판에 등장했다. 이준석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이 어제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작가 요코야마 미쓰테루의 를 패러디하면서 땅에 뒹구는 적장의 머리에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의 얼굴사진을 집어넣은 것이다. 이 위원은 또 관우의 얼굴에는 이번 총선에..
이명박 대통령은 측근 챙기기와 회전문 인사로 끊임없이 논란을 빚어왔다.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이 대통령이 그제 차관급 인사에서 남주홍 주 캐나다 대사를 부임 8개월 만에 국정원 1차장으로 내정했다. ‘8개월짜리 대사’의 탄생이자 측근 챙기기와 회전문 인사의 전형적 사례다. 여론의 따가운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구습을 되풀이하는 이 대통령의 용인술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국익을 최일선에서 다루는 외교는 정권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분야다. 그래서 각국은 외교관들의 임기를 3년 안팎으로 정하고 나름대로 주재국의 위신을 배려하고 있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직업 외교관들의 임기는 일반적으로 3년을 전후해 순환근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8개월짜리 대사’는 주재국에 대한..
‘실세 중의 실세’로 통하는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비리로 구속됐다. 구치소행 차량에 오르는 그의 모습은 이명박 정권의 도덕성에 ‘파산 선고’가 내려졌음을 상징하는 장면으로 기억될 것이다. 박 전 차관과 이 대통령 일가의 각별한 인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보좌관으로 대통령 형제와 인연을 맺은 그는 정권 출범 후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과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등을 거치며 승승장구했다. ‘왕차관’으로 불릴 만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러온 그가 수많은 비리 의혹에 휘말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터이다. 과거 박 전 차관의 권력사유화를 비판했던 정두언 의원은 “4년 전부터 일종의 112 신고를 했고, 여러 차례 경고하고 언질을 줬는데 (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국내 22개 연구단체로 구성된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가 표절 의혹이 제기된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7명의 학위·학술 논문을 검증한 결과 모두 표절이라고 판단했다. 학단협은 “새누리당 강기윤·정우택·염동열·유재중·신경림, 민주통합당 정세균, 무소속 문대성 당선자의 논문에서 ‘심각한 수준의 표절’이 드러났다”며 이들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당초 문 당선자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비롯된 표절 파문이 다른 당선자들로까지 번지면서 19대 국회를 강타하기에 이른 것이다. 학단협은 4·11 총선 전에 문 당선자의 국민대 박사논문을 표절로 판정했으며, 문 당선자는 총선 직후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학단협에 따르면 당선자 7명은 모두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표절 가이드라인’에 저촉되거나, 2011년 국가과학기..
회장이 영업정지를 앞두고, 고객 돈을 챙겨 밀항하려다 붙잡힌 미래저축은행이 무려 60억원 이상을 종합편성채널에 투자한 것으로 밝혀졌다. 26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상황에서도 이 은행은 채널A에 46억원, MBN에 15억원을 투자했다. 업계 1위 솔로몬저축은행도 지난해 MBN에 10억원, 보도전문채널인 뉴스Y에 3억원을 투자했다. 솔로몬 역시 부동산 PF 부실로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상태였다. 이 밖에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한 제일저축은행은 채널A에 30억원, MBN에 10억원을 넣었고, 토마토저축은행도 지난해 jTBC와 MBN에 각각 20억원을 투자했다. 요약하면 퇴출 직전의 경영상태인 저축은행들이 투자자가 모이지 않아 어려운 상황에 처하기도 했던 채널A와 MBN 등 종편에 ..
프랑스 사회당이 31년 만에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사회당 후보가 지난 6일 대선 결선투표에서 51.67%의 득표율로 우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의 연임을 저지하고 대권을 거머쥔 것이다.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이 퇴임한 지 17년 만의 대권 탈환이다. 프랑스 좌파는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올랑드 당선자는 “좌파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했다. 극좌에서 극우까지 정치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프랑스 정치에서 좌·우파의 교체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지난 5년 동안 친미 성향의 사르코지가 지향했던 우파 신자유주의 노선에 대한 준엄한 심판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의 의미는 프랑스 영토를 넘어선다. 2008년 월스트리트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파동 이후..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가 엊그제 심야에 공동대표단 및 비례대표 당선·후원자 전원의 사퇴를 의결했다. 당권파들의 극렬한 저항 속에서 무려 33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이다. 최종 결정은 1주일 뒤 열리는 중앙위의 몫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결의이자 권고라 할 수 있다. 이는 진보당이 과오를 털고 재기를 모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점에서 예견했던 바다. 정작 당권파들은 ‘운영위 결정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사태 수습의 출발이 아닌 또 다른 분란을 예고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운영위는 진보당이 이번 사태를 국민들에게 얼마나 잘 설명하고, 제대로 된 수습 방향을 찾아낼 것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기회였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보당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을 넘어 ..
4·11 총선에 나선 비례대표들의 경선 부정 파문을 둘러싼 통합진보당 내 계파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공동대표들이 어제 첫 회의를 열어 대책을 숙의했으나 조사 결과와 수습 방안에 대한 현격한 인식차만 노출했다. 예상한 바 그대로다. 이른바 당권파의 패권적인 당 운영과 안이한 사태 인식, 기득권 지키기가 주 요인이다. 회의에서 공동대표들이 정치·도의적 책임을 지고 도덕성 회복과 당 쇄신을 이뤄나가겠다고 다짐했으나 당내 기류 탓인지 울림이 없다. 진보당 사태에 대한 당권파와 비당권파 양측의 접근법을 보면 이들이 같은 당 사람들인가라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번 파문의 핵심인 비례대표직 사퇴 여부를 놓고 벌이는 공방이 대표적이다. 당권파는 이정희 공동대표를 사퇴시켜도 비례대표 1, 2, 3번은 포기하지 않을 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