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의 파트너만 찾아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다른 선수들의 의욕이 떨어질 수 있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국가대표팀 명단 발표 및 기자회견 과정에서, 신태용 감독이 한 말이다. 다른 질문들에서는, 신태용 감독이 특유의 ‘어~’ 하는 간투사를 습관적으로 쓰면서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답변을 했는데, 이 질문에서는 고개를 들어 특히 강조하였다. 해당 기자의 질문 의도는, 기성용을 중심으로 한 미드필드 라인의 전술과 조율에 관한 것이었지만 어쨌든 ‘기성용 파트너’라는 단어가 활용되었고, 이에 관하여 대표팀 감독으로서 분명한 뜻을 밝힐 필요가 있었다. 마저 인용한다. “기성용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대표팀을 운영하는 건 아니다. 다른 선수들에게 예의가 아니다. 23인 엔트리를 똑같이 대우해줬으면 한다.” 중..
일제강점기의 스포츠 문화는 대체로 ‘나라 잃은 설움으로 청년들이 어울려’ 같이 낭만적으로 서술된다. 그런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일제강점기라 해도 시민/노동자에 의한 새로운 도시 문화의 형성과 그에 따른 집합적 정서의 강렬한 표출이 여러 도시에서 전개되었다. 북방의 대표적인 항만, 무역, 공업 도시 원산. 이곳에서는 1897년에 6홀 규모의 골프가 시작되었고 그 하늘 위로 축구공이 날아다녔다. 1926년 11월18일자 신문을 보면 폭우로 경기가 취소된 줄 모르고 관중들이 ‘우중에 장시간을’ 기다렸으나 주최 측은 ‘하등의 일언반구도 끗(끝)까지 막연’하여 결국 관중들은 원산체육회를 항의 방문까지 했다. 개항 이후 항만, 정미, 목재, 연초, 제분, 철강 등 근대적인 산업 도시로 탈바꿈한..
성화가 꺼지고, 열창의 공연이 평창의 밤하늘을 가득 채우는가 싶더니 이윽고 축포가 터지면서 패럴림픽이 끝났다. 관객들은, 그러나 간결하게 편곡된 ‘아리랑’을 들으면서 사진을 찍고 하이파이브를 하며, 좀 더 머물렀다. 조직위원회가 마련한 ‘방한 6종 세트’는 봄비 탓에 쌀쌀해진 평창의 밤을 충분히 견딜 수 있게 해줬다. 지난 2월9일 개막한 동계올림픽까지 다 합하여 한 달 넘게 진행된 평창의 겨울 동화는 이렇게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동계올림픽 때도 그랬지만 이번의 패럴림픽! 와보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이스하키 동메달 결정의 순간, 텔레비전 중계로 보면서 나는 감격적인, 아니 가슴이 미어질 듯한 ‘애국가’를 모처럼 격정적으로 들었다. 감독과 선수들과 관중들의 ‘애국가’는 화면 밖으로 넘쳐흘렀다. ..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18일 폐회식을 끝으로 10일간의 대장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게 한다’를 주제로 진행된 폐회식에선 다양한 공연과 퍼포먼스가 펼쳐져 평창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전 세계인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던 평창 패럴림픽은 역대 최대 규모인 49개국 567명의 선수가 참가해 각본 없는 열정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장애를 딛고 일어선 선수들의 도전정신은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전했다. 평창 패럴림픽은 역대 어느 대회보다 성공적으로 치러졌다. 특히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이어 20명의 선수단을 꾸려 동계패럴림픽 사상 처음으로 참가해 ‘평화올림픽’을 구현한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대회 운영도 나무랄 데 없었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저상 셔틀버스와 휠체어리프트 설치 차량을 운..
■ 2018년 3월 한국 강릉 10일 오후 1시15분. 셔틀버스에서 내렸다. 30명은 돼보이는 사람들이 강릉올림픽파크로 향하는 건널목에 서 있었다. 고요했다. 둘러보았다. 고요하지 않았다. 수어(手語)가 오가고 있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을 보러 온 청각장애인들이었다. 사람이 모이면 소리가 나야 한다는 고정관념. 부끄러워서 길을 재촉했다. 오후 3시30분. 강릉하키센터 관중석이 가득 찼다. 입장객 6058명. 파라아이스하키(para ice hockey·장애인 아이스하키의 공식 명칭) 예선 한·일전에 나설 양국 대표선수들이 입장했다. 차례로 호명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졌다. ‘빙판 위의 메시’로 불리는 세계적 골잡이 정승환(32)이 소개되자 함성은 더 커졌다. 휘슬이 울렸다. 1피리어드는 잘 풀리지 않았다...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결승에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이상화 선수를 안아주는 장면이 최근 성공적으로 끝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의 포옹장면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고다이라 선수의 작은 배려가 우리 국민을 비롯해 친구인 이상화 선수에겐 큰 감동으로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고다이라 선수는 사실 직업 스포츠인이 아니라고 한다. 병원에서 스포츠 장애 예방센터의 직원으로 근무했으며, 이상화와 비슷한 시기에 데뷔하여 소치 올림픽까지는 늘 벤치를 지키던 무명의 아마추어 선수였다고 한다. 그가 금메달의 기쁨을 뒤로 미루고, 한국인들 앞에서 한국 선수를 진심으로 격려하고 안아주는 모습과 인터뷰 내내 언니를 대하듯 깍듯이 고맙다고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스포츠맨십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곧 동계패럴림..
최근 미국 주간지 ‘타임’은 북유럽의 작은 나라 노르웨이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미국을 누르고 종합 1위의 성과를 거둔 비결을 소개했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 노르웨이는 242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미국의 절반 수준인 109명의 선수를 파견하고도 미국이 따낸 23개 메달보다 많은 총 39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타임은 노르웨이가 거둔 성과의 비결은 천혜의 자원으로 눈이 많고, 무료로 보편적인 의료보험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재능을 지닌 어린 선수들이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13세 미만의 유소년 스포츠팀 선수들에게는 어떠한 점수기록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한 비결이라고 했다. 노르웨이 유소년 선수들은 스포츠와 경기를 통해 보다 많은 것을 익히고, 자기개발과 함께 사..
평창 동계올림픽이 25일 열린 폐회식으로 17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미래의 물결(Next Wave)’을 주제로 한 폐회식에선 남북 선수단이 태극기와 인공기, 한반도기를 흔들며 입장했다. 2022년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중국 베이징의 차기 개최도시 공연도 펼쳐졌다. 한국이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다시 치른 평창 올림픽은 스포츠를 통해 대립과 반목, 갈등을 녹여냈다. ‘평화올림픽’의 새 지평을 연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할 만하다. 평창 올림픽에 이르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이 계속됐던 터라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일부 국가는 대회 참가를 망설였고,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놓고도 진통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