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을 일삼는 관중을 ‘훌리건’이라 한 연유는 확실치 않다. 1890년대 뮤직홀 노래에 등장하는 가상의 무례한 아일랜드 가족 이름을 땄다는 설, 아일랜드의 깡패 술집 경비원인 패트릭 훌리한에서 비롯됐다는 설 등…. 이 밖에 1745년 재커바이트 봉기 때 영국의 조지 와이드 장군이 영국군을 무던히 괴롭혔던 ‘깔따구’(파리의 일종인 벌레)의 게일어인 ‘meanbh-chuileag’를 ‘훌리건(hooligan)’으로 발음한 게 시초라는 설도 있다. 와이드가 영국군을 지긋지긋 물어뜯은 깔따구떼를 ‘훌리건’이라며 증오했다는 것이다. 어쨌든 ‘훌리건’이 폭력행동을 이르는 말이 된 것은 한 신문 보도가 계기였다. 1898년 8월 런던 남부에서 ‘훌리건 보이스’라는 젊은 폭력조직이 살인사건을 일으켰다. 8월22일자 런..
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에서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가 아름다운 연기를 마치고 심사위원의 점수가 나오길 기다리는 긴장된 순간.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TV 화면은 그 선수를 주목한다. 그런데 그 순간, 선수가 특정 생수 회사의 로고가 선명하게 보이는 생수병의 물을 마신다면? 그 생수 회사에게는 최고의 마케팅일 수 있지만 동계올림픽 공식 생수로 지정된 다른 생수 회사에게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올해 8월 개최되는 브라질 리우 하계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은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다. 3번의 도전 끝에 2011년 대한민국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된 날의 감격이 올림픽 개막을 앞둔 설레임으로 바뀌어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과연 우리는 동계올림픽 개최 국가로서 올림픽의 가..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29)는 2010년 여름 조국 세르비아의 한 의사로부터 “빵을 먹지 말라”는 조언을 들었다. 선뜻 동의하기 힘든 말이었다. 세르비아인들은 빵과 파스타, 피자에 유제품과 고기를 즐긴다. 의사는 심지어 파스타, 피자마저 끊으라고 했다. 부모가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그에게 유고슬라비아 내전 때 가족의 생명을 지켜준 빵을 포기하라니…. 조코비치는 21살이던 2008년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며 상승세를 탔다. 하지만 그는 치명적 약점을 안고 있었다. 체력이 약해 중요한 경기에서 후반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2010년 호주오픈 8강전에서는 조 윌프레드 송가(프랑스)와 접전을 펼치다 막판에 호흡곤란을 일으켜 승리를 헌납했다. 그러나 그는 1년 뒤인 2011년 7월 윔블..
이영철 선생님께. 윤수입니다. 평소에 자주 연락을 드렸어야 했는데, 엊그제 스승의날을 속절없이 보내는 바람에 마음이 무거웠고 또 곧 정년퇴임을 하신다고 하여 이렇게 귀한 지면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세상사 바쁘다는 핑계로 5인 이상 모이는 자리에는 가급적 나가지 않는 것을 생활신조로 삼는 저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그래도 잊을 만하면 나가는 자리가 선생님을 뵙는 반창회입니다. 숱한 동창회나 모임을 꺼리되 유독 반창회만큼은 나가려 하고, 어쩌다 빠지기라도 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저를 보고 식구들은 도대체 초등학교 5학년 반창회를 저토록 숭상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합니다만, 저로서는, 그리고 1978년에 서울화계초등학교 5학년 5반을 다녔던 친구들이라면 제 마음의 그늘을 금세 알아채리라 생각합니다. 그해의 5학년 ..
수영선수 박태환이 큰절을 했다. 5월2일 기자회견 자리에 나온 그는 “국가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한 번만 기회를 달라”며 바닥에 엎드렸다. 올해 8월 브라질 리우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가고 싶다는 게 그 이유다. 한국 수영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안겨줬고, 아시안게임에서도 많은 금메달을 딴 박태환이니만큼 이제 개인의 삶을 살겠다고 해도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을 텐데, 그의 봉사심은 나 같은 범인이 그 크기를 측량하기 어려울 만큼 큰 모양이다. 다들 알다시피 박태환은 2014년 아시안게임이 열리기 두 달 전, 남성호르몬 주사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 국제수영연맹이 금지하는 약물 중 1순위에 해당되는 남성호르몬제 ‘네비도’를 투여받았다. 박태환은 억울하다고 말한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신국창생의 신화인가, 영웅탄생의 전설인가. 대한축구협회장과 대한체육회장 그리고 문교부 장관까지 지낸 민관식의 자전기록 중 일부다. 그는 회고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현지에서 관람한 후 한국에도 선진적인 체육훈련센터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그리하여 귀국 후 이를 추진하던 중 “영겁의 어둠 속을 꿰뚫은 순백의 빛줄기” 같은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태릉, 태릉으로 가라!’ 문제는 그곳이 문화유산이라는 점이다. 그것도 세계문화유산! 아, 물론 그때는 그런 생각조차 희박했다. 태·강릉의 문화적 가치? 그런 인식이 없던 시절이다. 창경궁이 유원지였던 시절이고 경복궁 내에 사령부 막사가 있었고 1963년에는 권역 내에 골프장, 식당, 주점, 잡화점 등을 지으려 했다. 그러니 서울 저 바..
‘커제(柯潔) 1위, 알파고 2위, 박정환 3위…이세돌 5위.’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직후 바둑전문랭킹사이트인 ‘고레이팅’이 발표한 세계랭킹이다. 화제의 주인공인 이세돌의 랭킹이 실은 커제(중국 1위)와 박정환(한국 1위)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커제 9단은 최근 세계 3대 타이틀(바이링배·삼성화재배·멍바이허배)을 휩쓴 기사다. 국내 기사들은 커제와의 전적에서 19승41패의 참담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세돌 9단도 절대 열세(2승8패)다. 커제는 도발적인 언행으로 자주 인구에 회자되었다. 지난 1월 멍바이허배 결승을 앞둔 이 9단이 “내가 이길 확률이 50%”라고 예측하자 커제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였다. “무슨 50%씩이나…. 5%겠지.” 19살 청년의 ‘시건방’을 승리로..
바비 콕스(75)는 메이저리그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감독이었다. 아내 팸 콕스는 “야구에 미친 남자”라고 했다. “남편의 인생에서 99.75%가 야구였다”고도 했다. 몇 번 없었던 가족 소풍 중 한 번은 동물원이었다. 아이들과 아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안에 갇힌 고릴라만 줄곧 쳐다보곤 했다. 흐뭇하게 웃으며 콕스가 말했다. “여보, 저 녀석 팔뚝 좀 봐. 어떻게 저 녀석과 계약해서 우리 팀에 뛰게 할 수 없을까.” 29년 동안 메이저리그 감독을 지냈다. 애틀랜타 감독만 25년을 했다.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애틀랜타를 11년 연속 지구 우승으로 이끌었다. 통산 2504승은 메이저리그 감독 역대 4번째로 많은 승리다. 올해의 감독상을 4번이나 수상했다. 바비 콕스 감독이 따낸 2504승보다 더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