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온실가스 감축이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회의 또는 협약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강력히 추진 중이며, 이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우리나라 또한 친환경차 보급 촉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정부는 ‘평균 온실가스 제도’와 무공해차를 포함한 ‘저공해차 보급목표 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며, 이러한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소비자를 대상으로 전기자동차와 수소전기자동차의 보조금 지원, 친환경차에 대한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전기자동차의 보급 확대를 통해 온실가스 저감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정책방향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이다. 그러나 그 목표를 실현해 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를 둘러싼 논란으로 한국 사회가 시끄럽다. 비속어나 욕설은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사회에 어디나 존재하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를 빼놓고는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어릴 때의 추억이지만 걸핏하면 비속어로 시작하고 비속어로 끝내지 않고서는 말을 시작하지 못하는 욕쟁이가 있었다. 뜻도 모르면서 노트 한 권을 채울 만한 욕설을 주르르 입에도 올렸다.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라 생활전선에 나섰던 이른바 ‘양공주’라고도 불렸던 여성과 미군에 관한 비속한 내용이 주였다. 일반적으로 일본어에는 비속어와 욕설이 상대적으로 적고 반대로 러시아어는 이 분야에서 아주 풍부하고 창의적이라고까지 알려졌다. 하지만 그 친구를 생각하면 우리말도 결코 이에 못지않다는 생각이 든다. 엄밀한 의미에서 비속어는 대중적이지만 너..
국민이 정치인으로부터 시험받는다는 것은 봉건왕조라면 모르겠지만 민주공화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근자에 우리 국민은 청력 테스트를 강요받았다. 그런데 국민이 시험받은 건 그저 청력이 아니었다. 외양은 청력 테스트였지만 실질은 기본 테스트였다. 국민의 기본 말이다. 국민의 기본은 무엇일까? 우리나라가 민주공화국이고 헌법 제1조에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규정됐으니 제일가는 기본은 주권자라는 정체성이다. 그렇다면 주권자의 기본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권행사를 바르게 할 줄 아는 역량의 구비가 제일로 꼽히지 않을까 싶다. 주권자는 바로 주권을 행사하는 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주권을 바르게 행사하려면 어찌해야 할까? 공자라면 주저 없이 정명(正名)을 해야 한다고 답했을 것이다. ..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늘 에너지 넘치는 오랜 친구가 있다. 연고주의 팽배한 사회에서 별다른 학맥·인맥 없이 오로지 성실성으로 경제적 안정을 이룬 데다, 과도한 욕망이나 허영도 없고 부모님 봉양과 가족 돌봄도 남다르다. 한길로 달리기보다는 샛길과 골목길에 흥미가 많은 나와는 참 다르지만, 달라서 잘 맞고 배울 점도 많은 사람이다. 그런 친구가 얼마 전 평소와 다르게 누군가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이야기했다. 즐기는 사교모임에 자주 오는 여성이 있는데, 늘 남들 신세만 지며 먹고 놀다 간다는 것이다. 평소 인색하거나 없는 사람 무시하는 인격이 아니라 처음엔 함께 호응했지만, 듣다보니 궁금한 점이 있었다. 혹시 우울 증세가 없는지 물으니 그런 얘기를 들은 것 같다고 한다. 열심히 나오기는 하지만 그리 즐기는 모..
이겼다. 헌법재판소 대법정을 나와 피해자를 부둥켜안고 함께 울었다. 이긴 기쁨이었을까? 헌법재판 6년을 버틴 서러움이었을까? 지난달 29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거대한 국가기구와 싸워 이겼다. 헌법재판소는 박근혜 정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인체 무해’ 표시 광고를 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고발하지 않고 조사 종결한 것이 피해자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선언했다. 한 명의 피해자가 6년을 싸워, 가습기 살균제 생산자 SK와 판매자 애경을 처벌할 수 있는 첫 관문을 열었다. 정부가 인정한 피해 사망자만도 1066명에 이른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다른 비극적 사고들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가족 건강에 좋은 줄로 믿고, 사랑하는 가족의 머리맡에 정성스럽게 가습기 살균제를 넣고 틀어 주었다는 것이다. ..
정상 범주의 지능인데도 산술에 유독 취약한 경우 ‘난산증’(dyscalculia)을 의심해봐야 한다. 글자를 좀처럼 읽지 못하는 학습장애인 난독증(難讀症)처럼, 난산증은 숫자와 수학에 약한 것을 말한다. 난산증 어린이의 경우 더 큰 숫자를 구분하는 데도 애를 먹으며, 간단한 사칙연산도 잘하지 못한다. 거스름돈을 계산하거나 시계를 보는 데도 애를 먹어 또래의 놀림을 받곤 한다. 성인이 되어서는 요리재료를 계량하거나 지도를 읽고 안무를 외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업무를 위한 시간 배분에 실패하기도 한다. 수학 시험은 공포 그 자체이다. 공식이 머리에서 뱅글뱅글 돌 뿐 도무지 답을 써내지 못한다. ‘수포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은 이만저만 ..
결국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부박(浮薄)하고 무치(無恥)한 대통령의 언행을 각인하는 참사로 길이 남게 됐다. 애초 비속어 발화자인 윤 대통령이 쿨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비판은 좀 받더라도 넘어갔을 사안이다. 기대는 난망했지만, 대통령 언행의 중함을 벼리고 성찰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더할 나위 없었을 터이다. 하지만 적반하장, 거꾸로 갔다. 보도된 영상을 통해 비속어가 확인됨에도, ‘이 ××’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윤 대통령이 앞장서 거짓과 억지로 잘못을 덮으려 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외교 현장에서 비속어를 썼다는 사실보다 이후 대처 과정에서 뾰족해진 몰염치한 태도가 더 분노를 불러왔다. 왜 이리 어이없는 대응이 나왔을까. 윤석열 대선 캠프 대변인을 지낸 이동훈이 지난 5일 SNS에 올린 글에 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