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을 겪고 미국과 소련이 자유와 공산의 양 진영으로 체제경쟁을 가속화하던 냉전 시대, 1957년 10월4일 소련은 스푸트니크 1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이때 미국이 느꼈던 충격을 ‘스푸트니크 쇼크’라고 부른다. 연합군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미국은 과학기술과 첨단 무기 분야도 미국이 선도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소련의 우주기술이 우주에 생명체를 보낼 정도로 발전하자 소련이 추진체의 방향을 바꿔 미국 본토에 핵탄두를 실어 나를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인 케네디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인 국민들에게 ‘미국은 달에 사람을 보내고 다시 안전하게 지구로 귀환시킬 담대한 국가전략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한다. 미국은 케네디 대통령의 구상과 선언 이후 10년이 안 되어 달..
코로나19 이전보다 일이 힘들다고 한다. 주위 몇몇 노동자들의 하소연이다. 일터에서 폭언, 폭력, 폭행, 괴롭힘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객이나 시설 이용자 등 제3자로부터의 부당한 언행은 팬데믹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최근 훨씬 심해졌다고 한다. 슬프게도 힘듦과 고통은 다니던 직장을 포기하는 결정을 할 정도다. 감내하지 못하는 불안과 스트레스가 가중되기 때문이다. 우리만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는 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노동자들의 삶에서 폭력과 괴롭힘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일부 고객의 공격적인 행동은 이전과 전혀 다르다. 노동자들에게 욕설이나 비하 등의 언어적인 폭력은 물론 의도적으로 기침을 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병원 같은 곳에서는 감정적 피해나 위협 혹은 신체적..
농사는 생명을 가꾸는 존귀한 일이다. 농민에 대한 존중이 없으면,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가 훼손된다. 농사는 생명을 살리는 땅과 더불어 하는 일이다. 먹지 않고 일할 수는 없다. 농업 노동을 가벼이 여기면, 삶의 뿌리가 말라간다. 농민이 없으면, 생명도 없다. 1930년 10월의 일이다. 일제강점기 조선은 ‘살인적인 쌀값 하락’으로 난리가 났다. 1910년 한일강제병합 이후 쌀값이 최저가격으로 폭락했다. 1930년 10월27일자 조선일보는 당시 상황을 크게 보도했다. 현미 한 섬(160㎏) 가격이 5~6년 전에는 36~37원이었다. 1930년 10월에는 18원50전까지 떨어졌다. 폭락의 원인은 대풍년이었다. 이전까지는 쌀 수확량이 평균 1300만석이었는데, 1930년에는 1929만6000석이나 되었다..
(40) 절두산 성지 서울 지하철 합정역 7번 출구에 내려 지하철 길을 따라 한강 방향으로 10분을 걸어가면 절두산 성지에 이른다. 이곳의 원래 이름은 ‘잠두봉(蠶頭峰)’이었다. 누에가 머리를 치켜든 봉우리 모양이라는 뜻이다. 1866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이곳에서 200여명으로 추정되는 천주교인들의 목이 베어졌다. 참수가 사진 중앙에 보이는 절벽 위에서 벌어졌는지, 절벽 앞의 양화나루터에서 벌어졌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그 이후 이곳의 이름은 ‘절두산(切頭山)’이 되었다. 철종 재위 때 세도정치를 하던 안동 김씨는 천주교에 대해 관대하여 많은 선교사가 활동했고, 그 결과 철종 말기에 천주교인은 2만명에 달하게 되었다. 1864년 고종이 왕위에 오르고 실권을 쥐게 된 흥선대원군도 처음에는 천주교에 ..
지난달 25일 육상 강국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2022 베를린 마라톤 대회에서 세계신기록을 작성했다. 2시간1분9초. 경악할 만한 기록이다. 2018년 9월25일에 2시간1분39초의 세계신기록을 세운 킵초게였는데, 불과 4년 만에 30초를 당긴 것이다. 42.195㎞를 어떻게 2시간에 뛸 수 있다는 말인가. 이제 1시간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기대가 나온다. 그 주인공 또한 킵초케일 것이란 예측이 많다. 마라톤은 1896년 근대 올림픽과 함께 스포츠 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이어 1908년 런던올림픽 때부터 42.195㎞로 거리가 정해졌다. 우리에게도 위대한 마라톤 시대가 있었다. 1936년 8월9일 베를린 올림픽. 그날 식민지 청년 손기정(위 사진)과 남승룡이 각각 1위와 3위를 차지했다. 당시 손..
혜화역을 매개로 지은 인연이 많다. 대학로에서 첫 데이트를 했고, 근처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렸고, 서울대병원에서 아들을 얻었다. 나중 아이에게 줄 선물로 제 태어난 날의 신문을 산 곳도 혜화역 가판대였다. 최근에는 정기검진 받으러 가끔 그 병원에 간다. 그러니 이런 상상까지도 그리 무리가 아닌 것이다. 그간 착착 진행되어온 내 생로병사의 과정(過程)도 여기에서 마침내 마무리되는 것일까. 이 세상을 빠져나갈 때 이 낯익은 지하철역을 이용하면 어떨까. 지난주 수요일 혜화역에서 또 내렸다. 이번에는 병원이 아니라 학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매년 9월28일에 봉행하는 공부자탄강일 행사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한문 공부를 더듬더듬 시작한 뒤 이런 식으로라도 참여해서 유학의 정수를 한 방울이나마 얻어 마실 수 있..
지난 5월 미국의 전설적인 벤처투자가 존 도어(71)가 기후변화 해결을 위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스탠퍼드대학에 기부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 기금을 바탕으로 환경과 에너지 기술, 식량 안보 연구와 관련한 기존 학과들을 재편해 ‘스탠퍼드 도어 지속 가능 스쿨’(Stanford Doerr 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하였다. 도어는 2006년 기후변화 문제를 다룬 영화 을 딸과 함께 본 뒤 기후변화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당시 10대 후반이던 도어의 딸은 “아빠 세대가 이 문제를 일으켰으니 아빠가 고쳐놓는 게 좋겠다”고 했다는데 부성애와 학습력이 겸비된 실행력이 놀랍다. 학구파로 알려진 빌 게이츠는 지난 6월 이 학교를 방문하고 블로그에 방문록을 남겼다. 사람의 배..
2015년 프랑스에선 신년 벽두부터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게 불붙었다. 그해 1월7일 파리에 있는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사무실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질러 12명이 사망한 사건이 계기였다. 테러는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한 만평을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샤를리 에브도는 풍자에 성역을 두지 않고 도발적인 비판을 해온 매체로 잘 알려져 있다. 무함마드를 형상화하는 일체의 행위를 죄악시하는 이슬람의 입장에서 샤를리 에브도의 만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였다. 이후 논란은 프랑스 국경을 넘어 번져나갔다. ‘나는 샤를리다(Je suis charlie)’라는 구호로 대변되는 표현의 자유와, 특정 종교를 모욕하는 자유까지 허용되어선 안 된다는 견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