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을 제안할 때는 보통 어디로 어떻게 갈 계획인지를 설명한다. 함께 가기를 기대하는 이유도 붙이기 마련이다. 그렇지 않은 동행 제안은 꽤나 무례하고 때론 폭력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약자와의 동행’은 어떤가. 그의 말에는 ‘약자’가 자주 등장한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일관된 모습이다. “공정과 상식의 이름으로 진짜 약자를 도와야 합니다.”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이렇게 말한 그는 국민의힘 선대위 산하 ‘약자와의 동행 위원회’ 위원장을 직접 맡기도 했다. 취임 후 뜸하다 싶더니 취임 100일 전후로 ‘약자’가 다시 불려 나오기 시작했다. 발달장애인 복지관, 다문화가족 지원센터, 독거노인 가정, 자립준비청년 생활시설 등을 방문하는 행보가 이어졌다. 약자를 보호한다, 두껍게 지원한다, 따뜻하게 동..
그는 여전히 교단에 있다.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 체육 교사의 탈을 쓰고 있는 성범죄자. 신입 동료 교사에게 “운동을 해서 보기 좋다”며 팔·가슴·허리 부위를 만지고, “성에 관심이 많아 보인다”며 콘돔을 건넨 그가. 학생들에게는 “선생님한테 그렇게 속살 보이면 안 된다” “여자가 함부로 허리 돌리는 것 아니다” “손가락 하나면 너희 아무것도 못하게 할 수 있다”라며 성희롱을 저지른 그가. 아직도 교사다. 그래서 우리는 2018년을 보내지 못한다. 보낼 수가 없다. 서울 양천구 금옥여자고등학교, 2018년 9월13일 스쿨미투 발생. 트위터 해시태그는 #금옥여고_미투. 하루 전날 JTBC 뉴스에 선배 교사가 신입 교사를 1년 이상 성추행했고 피해 교사가 학교에 신고했으나 학교 측과 강서양천교육지원청이 무마했..
‘초록초록’ 했던 나무들이 자기만의 색으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모두 같은 나무처럼 보였던 초록색 나무들은 이제 하나하나 다 달라진 색으로 바뀌었습니다. 마스크를 써 모두 비슷하게 보였던 사람들도 이제 지겨웠던 마스크를 벗고 자신만의 얼굴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당연했던 사람들의 맨 얼굴이 아직은 어색하지만, 그 사람의 눈 코 입과 표정을 다 볼 수 있는 이 당연하고 소중한 시간이 계속되기를 바라 봅니다. 연재 | 생각그림 - 경향신문 296건의 관련기사 연재기사 구독하기 도움말 연재기사를 구독하여 새로운 기사를 메일로 먼저 받아보세요.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검색 초기화 www.khan.co.kr
8월26일,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의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제이슨 M 앨런은 최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공지능이 이겼고, 인간이 패배했다”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가 미술대회에 출품한 작품이 AI 프로그램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었다. 인공지능의 제작물이 대회에서 수상하는 사건 자체는 낯설거나 새롭지 않다. 2016년, 일본의 문학상인 ‘호시 신이치’ 상에서 사토 사토시 교수가 만든 인공지능의 소설이 1차 예심을 통과한 적 있었다.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만으로 공모전을 진행한 사례도 존재한다. 2018년 KT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총상금 1억원을 내걸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인공지능이 만든 웹소설 공모전을 열기도 하였다. 이렇듯 예술과 수많은 공모전에선 AI의 참여가 계속되어왔다..
정권의 눈칫밥 신세가 된 특별감찰관 임명 필요성이 날로 더해지고 있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갖가지 의혹에 따른 국정 리스크로 인해서다. 특별감찰관제는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되었다.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및 대통령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의 비위를 감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한국의 대통령은 일인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제왕과 다름없다. 이런 까닭에 지난날 대통령 친·인척 등의 비위로 정권의 동력이 상실된 예가 한두 번이 아니다.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에 대한 엄중한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에도 배우자 관련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국민의 눈에는 흡사 시한폭탄 같아 조마조마할 따름이다. 이런 때를 위한 것이 특별감찰관이다. 대통령실도 국민적 의혹을..
지난달 읍에서 좀 떨어진 면에서 민주주의에 관해 강연을 했다. 같은 군이지만 차로 30분 이상 가야 하는 곳이라 평소에는 왕래가 없던 지역이었다. 그곳에는 교육이주를 한 분들이 마을의 이런저런 일을 도맡으며 활동하고 계셨다. 조금은 심심한 민주주의 이야기를 하고 같이 식사를 했다. 행사를 준비한 쪽이 김밥과 샌드위치를 준비했더니 다들 너무 좋아하셨다. 면에는 김밥집이 없고 빵집도 없기 때문이다. 인구가 빠지는 면에는 상권이 형성되지 않아 케이크라도 하나 사려면 읍내로 차를 운전해 나와야 한다. 약국이나 병원이 없는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배달앱이나 지도로 10분 내에 먹을거리나 편의시설을 찾는 도시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그곳에 살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도시와는 다른 환경, ..
꽃에는 서정이 있다. 그래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표정도 다채롭다. 화려한 제 얼굴을 자랑하듯 뽐내거나 은근하고 점잖은 모습으로 물러서 있는 꽃도 있다. 또 자기를 보아달라고 노골적으로 들이대거나 얌전하고 수줍게 서 있는 것들도 있다. 어떤 이는 화려한 색깔의 커다란 꽃을, 또 어떤 이는 조촐하고 자잘한 꽃을 선호한다. 좋아하는 꽃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최순우는 우리가 정원에 흔히 가꾸는 목련이나 모란, 또는 장미나 달리아 같은 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기름져 보여 싫다는 것이다. 그보다 들이나 산에 피는 꽃들을 사랑한다고 하였다. 그는 특히 용담을 좋아하여 용담을 소재로 글을 쓰기도 했다. 뿌리가 무척 써서 용의 쓸개(龍膽)라는 이름과 달리, 용담은 앙증맞은 꽃이다. 꽃잎이나 잎도 넙..
푸틴이 더 이상 수세에 몰릴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은 현실이다. 아직은 큰 가능성은 아니지만 침공 초기에 비하면 훨씬 커졌다. 도네츠크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을 병합하고 투표를 통해 합병 찬성을 받은 것은 언젠가 있을지 모를 핵무기 사용을 위한 사전 포석의 성격을 가진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러시아에 대한 직접 공격이고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강변할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의 김정은에게 핵 개발을 지속할 기회와 이유를 동시에 제공했다. 온통 우크라이나에 시선이 쏠린 사이 북한에 대한 감시의 눈길은 느슨해졌고, 복수의 서방 언론은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있을 뿐 아니라 5만명 수준의 북한인을 러시아군에 참전시킬 예정이라고 보도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