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부터 석탄화력발전소 하청노동자들을 만났다. 기후위기에 따른 ‘탈석탄’ 정책에 따라 이미 석탄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고 있는 중이었다. 보령, 울산, 호남발전소 일부가 폐쇄되면서 그곳에서 일하던 2차 하청노동자 58명 모두 해고됐다. 발전소 하청노동자와 몇몇 연구자들이 모여 발전소 폐쇄에 따른 고용위기 실태를 조사하기로 했다. 실태조사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해고된 노동자들을 좀처럼 만날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 수소문 끝에 해고된 노동자 중 일부와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무작정 화를 내고 전화를 끊는 노동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어렵사리 K와 연락이 닿았다. K는 발전소에서 8년간 일했다. 일하는 동안 7번의 업체가 바뀌었다. 1년에 한 번꼴로 재입사를 반복하는 동안 발전소 폐쇄 이야기를 알려준..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에서 공공의료에 대한 강의를 할 때면 첫머리에 항상 질문을 던진다. “여기 계신 분들 중 공공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가보신 분 있으세요?” 그러면 으레 질문이 되돌아온다. “어디가 공공병원인가요?” “국립대병원도 공공병원이에요? 그러면 나도 가봤는데.” 이제 내가 잔소리를 할 타이밍이다. “아니, 지금 공공병원이 뭔지도 모르시면서 공공의료 강화하자고 캠페인하시는 거였어요?” 멋쩍은 웃음이 터진다. 수년 동안 반복되던 이 ‘의식’이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면서 조금 달라졌다. 유행 초기부터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 역할을 하면서 모처럼 뉴스 주인공이 되었기 때문이다. 국가중앙감염병병원인 국립중앙의료원 앞마당에는 아예 중계차량이 상주했고, 지역마다 지방의료원과 국립대병원의 병상 상황이 ..
바이럴(viral) 마케팅은 바이러스가 퍼지듯 홍보성 정보가 입소문 형식으로 퍼지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반대인 ‘역(逆)바이럴’은 상품의 이미지 등을 깎아내리기 위해 온라인 댓글 등을 통해 부정적 여론을 퍼뜨리는 행태다. 특히 팬데믹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활성화, 영화관람료 인상 등이 겹치면서 영화계의 역바이럴 영향력이 커졌다는 말이 나온다. 영화를 꼼꼼하게 골라 보는 관람 패턴이 굳어지며 대중이 나쁜 평가에 더 민감해졌다는 것이다. 당장 여름 극장가에서 역바이럴 의혹이 제기됐다. 제작비 260억원이 투입됐으나 흥행에 실패한 〈비상선언〉이 역바이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비상선언〉을 제외한 여름 영화에 모두 투자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가 투자 영화들에 대해서는 우호적 바이럴을, 경쟁작 〈비상..
한국갤럽에서 2019년 10월 발표한 ‘한국인이 좋아하는 40가지-문화편’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활동에 대한 조사결과 등산이 1위로 꼽혔다. 그럼 우리 국민들은 연중 어느 시기에 산을 많이 찾을까?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기 이전인 2019년도의 국립공원 탐방객 수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산악형 국립공원의 연간 탐방객 수(3198만6000명)의 25.8%가 가을 단풍철인 10월(13.9%)과 11월(11.9%)에 집중되었다. 특히 설악산국립공원의 경우 연간 전체 탐방객(286만8000명)의 3분의 1이 가을 단풍철인 10월(23.7%)과 11월(7.3%)에 가장 많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국민의 휴가시즌이라 할 수 있는 7~8월(18%)과 비교해봐도 가을 설악산의 인기가 어느 ..
‘보이는 세계’는 각자에게 달라도 ‘들리는 세계’는 대부분 비슷하다 그런데 여권은 ‘들리는 세계’를 7 대 3으로 분할하고 있다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국민 억압 ‘보이는 세계’와 ‘들리는 세계’가 뒤틀린다. 첫 유엔 연설, 대통령의 말이 들린다. 그의 말소리는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에 부합하듯 위엄이 있다. 어느 순간 불쑥 대통령 부인이 보인다. 지휘하고 응원하고 평가하는 모습이다. 혼란스럽다. 퍼스트 레이디인가, 퍼스트 퍼슨인가? 말하는 사람이 퍼스트 퍼슨이다. 언제나 그랬다. 부처, 공자, 예수, 소크라테스는 모두 말하는 사람이다. 이들의 말소리는 로고스(logos)다. 합리적 이성의 소리다. 철인, 성인 못지않게 정치 지도자의 말도 힘이 세다. 특히 최고 권력자의 말은 자체로 법적 근거를 갖는다. ..
윤석열 정부에서 맞는 첫 국정감사가 4일을 시작으로 오는 24일까지 진행된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대상으로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여 문제를 짚고 이를 개선하도록 하는 중요한 권한이자 책무이다. 하지만 기존의 국감 사례를 볼 때 이번에도 기대보다 우려가 크다. 과거 사례를 보면, 상당수가 준비 부족으로 과거의 내용을 재탕·삼탕하거나,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막말들이 난무하기도 하며, 국정감사와 무관한 정쟁에 매진한 경우가 많아 ‘최악 국감’ ‘막말 국감’ ‘정책실종·민생외면 국감’ 등의 평가가 많았다. 지금 전 세계적인 물가상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기후위기 등으로 우리나라 역시 매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민생이 안정되도록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국정감사..
우리 역사상 최초의 나라는 기원전 2333년에 세워진 고조선(古朝鮮)이다. 본래의 이름은 조선이었지만 훗날 세워진 위만조선이나 고려 멸망 후인 조선과 구분하기 위해 “옛적”을 뜻하는 고(古)를 붙여 고조선이라 부르고 있다. 이 고조선을 세운 임금이 ‘단군’이고, ‘왕검’은 “단군의 다른 이름” 또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군장을 뜻하는 임금”으로 해석되는 말이다. 단군은 제사장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즉 고조선은 제사장을 겸한 왕검들이 통치한 나라다. 이런 고조선이 우리 역사에서 크게 부각된 것은 외침이 심했던 고려 말과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던 일제강점기다. 민족혼을 일깨워 외세에 저항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오늘(10월3일)이 개천절이란 이름을 얻은 것도 1909년의 일이다. 이후 상해임시정부가 개..
“교육은 누구의 손아귀에 쥐여졌는지, 누구를 대상으로 하는지에 따라 효과가 결정되는 무기”라고 우민화 정책을 폈던 구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은 말했다. 조지 오웰은 소설 에 이렇게 적었다. “그들은 의식이 들기까지 반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란이 일어나기까지 그들은 의식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내 것인지 모르는 권리는 주장할 수 없다. 민주주의로부터 먼 사회일수록 지배엘리트의 핵심이익과 결부된 부분은 교육에서 숨겨지고 삭제된다. 교육과정에서 ‘노동’이 사라지고 있다. 2024학년도부터 일선 학교에 적용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시안에서 ‘노동의 의미와 가치’가 삭제되더니 각 교과목 단원별 성취기준에서도 ‘노동’이라는 단어가 증발하다시피했다. 노동자의 권리와 노동권의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