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이라고 비판받을지 몰라도, 반복적 붕괴를 경험하는 사회에서 탈출하려면 ‘안전의 여유분’부터 만들어 놓아야 한다 따라서 이태원의 좁은 공간에 수백 명이 운집할 수 있다는 신호를 받았다면, 그곳에 ‘안전의 여유분’을 만들었어야 했다 안전의 여유분 없는 사회에서 고통스럽게 희생된 청년들과 그 가족들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한다 외국 생활에서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말해보라고 하면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있다. 그중 하나가 화재경보기다. 부엌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굽기만 하면 그렇게 요란하게 울릴 수가 없다. 처음에는 경보기가 붙어 있는 천장까지 다가가 연신 부채질을 해서 경고음을 멈추게 하는 식으로 처리한다. 물론 재빠르게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을 짜증나게 할 수 있다. 혹시라도 아파트의 어느 ..
그래픽 | 김상민 기자 1989년 4월15일, 영국 프로축구팀 리버풀 FC와 노팅엄 포레스트의 경기가 열린 힐즈버러 경기장에서 94명이 압사하고 700명 넘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리버풀 팬들의 전세버스가 도로정체로 연착해 한꺼번에 몰린 게 시작이었다. 검표소에서 극심한 병목현상이 벌어진 상황에서 ‘누군가’가 출입문을 열었다. 몰려드는 관중은 통제되지 않았다. 양측면에는 다소 여유 공간이 있었지만, 인파는 이미 초만원이던 중앙구역으로 몰렸다. 경기 시작 5분 만에 보호철망이 무너지며 아비규환이 빚어졌다. 경찰은 술에 취한 훌리건들이 표도 없이 경기장에 난입해 벌어진 단순사고라고 발표했다. 황색언론들은 리버풀 팬이 출입문을 열었다는 등 경찰이 흘린 정보를 그대로 받아썼다. 유족들은 경찰로부터 사망자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