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15일 분당 데이터센터 화재로 국민들의 일상생활과 업무용 소통수단인 카카오톡과 다음 메일이 불통돼 모든 국민들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었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기능도 마비돼 이를 통해 주문, 택시호출, 결제 등의 거래를 하는 농민, 소상공인, 택시기사 등 사업적 이용자들도 상당한 영업 손실을 입었다. 플랫폼 독점의 위험과 폐해를 체감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카카오에 대한 불신으로 270만명이 다른 메신저로 이동했지만 180만명이 하루 만에 돌아왔다고 한다. 카카오에서 활동했던 단톡방, 거래내역 등의 데이터를 가지고 이동할 수 있어야 하는데 데이터의 호환성, 이동성을 보장해 주는 기술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잠금(lock-in)’효과로 독점이 더 공고해지는 것이다. 미국 ..
“웃기고 있네.” 얼마 전 대통령실 대상 국정감사장에서 논란을 일으켰던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이 나눈 필담의 내용이다.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타이밍에 내뱉은 ‘잘못된 말’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공적 논의가 이루어지는 장소에서 사적인 대화를 나누었다는 점이 그렇고, 전 국민을 비통에 잠기게 한 이태원 참사에 관한 질의가 이루어지는 시점이었다는 점이 그렇다. 한마디로 적절치 못한 단어였다. 김은혜 수석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사과하였지만, 야당은 국회 모독이라고 과장된 공세를 이어가고 여당은 이들을 퇴장시킨 주호영 운영위원장의 처사에 대한 불만으로 자중지란에 빠진 모습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하는 꼴이 정말 웃기고 있다. 때로는 의도치 않게 던진 말 한마디가 문제의 핵심을 찌른다..
천계영의 만화책 오디션을 읽었을 때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다. 드러머가 방에 누워 시곗바늘 소리와 자신의 심장소리, 여러 소리들을 들으면서 시간을 쪼개고 박자를 쪼개던 장면. 그가 가장 좋아하던 소리는 자신이 엄마를 껴안을 때 두 심장이 마주하여 만들어지는 불규칙한 리듬이라고 했다. 나는 누군가에게 청진기를 가져다 대려고 할 때마다 이 장면이 떠오른다. 나도 이렇게 심장소리, 공기가 기관지를 통과하는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청진을 할 때 눈을 종종 감곤 한다. 하나의 감각을 차단하면 다른 감각이 좀 더 예민해지는 느낌이 들어, 소리에 좀 더 집중하고 싶을 때 눈을 감는다. 너무 피곤할 때는 청진을 핑계로 살짝 눈을 감고 피로를 달래보기도 한다. 눈을 감고 심장소리에 집중하고 있을 때, 두근거리는..
입동 지나서도 푸근하던 날씨가 어제 오늘 갑자기 추워졌다 싶더니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일자가 내일로 다가왔다. 대학입학전형이 다양해지기는 했지만 수능 성적이 당락에 끼치는 영향은 여전히 지대하다. 직장인의 출근 시간과 대중교통 배차 간격, 항공기 이착륙 시간까지 조정될 정도로, 수능은 전 국민의 관심 속에 진행된다. 특히 이번 수능은 코로나 확진 및 격리 대상 수험생은 물론 일반 수험생도 무증상과 유증상으로 시험장을 분리 운영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 치러진다. 언제부턴가 ‘수능대박’이 수험생을 응원하는 말로 많이 사용된다. 엿이나 초콜릿 등 합격 기원 선물이나 시험장에 늘어선 후배들의 응원 팻말 등은 물론, ‘수능대박’이라고 쓴 부적까지 유행하고 있다. ‘대박’이라는 말은 도박 용어에서 유래했을 가능성이..
선진국에 대한 기준은 명확지 않다. 보통은 경제력 강한 국가를 일컫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국내총생산(GDP) 1위 중국이나 1인당 국민소득(GNI)이 10만달러를 넘는 버뮤다, 군사대국 러시아 등을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경제가 중요한 기준이기는 하지만, 시민 삶의 질이 높고 글로벌 책임을 이행해야 선진국이라고 할 수 있다. 주요 7개국(G7,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캐나다·일본)은 모두 선진국이지만 범위가 좁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과거 선진국 클럽으로 불렸으나 회원국을 늘리면서 개발도상국이 다수 참여해 지금은 달라졌다. 한국이 포함된 G20은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 대륙을 대표하는 국가들도 있어 순수한 선진국 모임이라고 하기 어렵다. 유엔무역개발협..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뉴욕 사무실 입구. 뉴욕타임스는 아마존이 이번 주부터 역대 최대 규모인 1만명가량의 인력 해고 작업에 착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EPA연합뉴스 빅테크 기업들에 살벌한 감원 바람이 불고 있다. 세계 최대 상거래업체 아마존은 기술직을 포함해 1만명을 해고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메타(구 페이스북)는 1만1000명, 트위터는 인원의 절반을 이미 해고했다. 올해 인텔 등 약 790개 테크기업에서 12만명이 잘린 것으로 집계된다. 실리콘밸리가 20년 전 ‘닷컴버블’ 기시감에 떠는 것은 당연하다. 감원 칼바람의 직접적 요인은 실적 부진이다. 메타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었고, 트위터는 파산 경고까지 나왔다. 아마존은 연말특수에도 4분기 매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