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셰어링 차량을 이용해 한 고등학생이 친구 3명을 태우고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를 건너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다. 피해자는 추석명절을 맞이하여 가족들과 함께하기 위해 고향을 찾은 20대 여성이었다. 해당 차량을 빌린 계정의 명의자는 30대 남성이었다. 최근 글로벌 리서치 회사인 그랜드뷰리서치는 세계 공유차량 시장 규모가 2028년에는 3282억달러에 달해 연평균 14.4%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세계 공유차량 시장 2022~2028 조사 보고서, 2022·5). 국내 최대 카셰어링 업체 역시 지난해 코로나19로 이동수요가 감소함에도 불구하고 30%가 넘는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공유차량 이용수요가 급증하면서 렌터카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광기가 최고로 행복한 상태라고 했다지만, 보답받지 못한 사랑의 광기는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앞의 광기와 뒤의 광기는 어떻게 다른 걸까? 고대 로마의 스토아학파 철학자 세네카는 “약간의 광기를 띠지 않은 위대한 천재란 없다”고 했다지만, 이런 종류의 광기는 사실상 세네카의 목숨을 앗아간 폭군 네로의 광기와는 어떻게 다른 걸까? 이런 의문이 시사하듯이 광기엔 두 얼굴이 있고, 우리 인간은 늘 그 두 얼굴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해왔다. 대체적으로 보아 결론은 늘 하나로 모아지곤 했다. 결과가 좋으면 ‘아름다운 광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추악하거나 사악한 광기’였다. 어떤 분야에서건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엔 그들이 성공을 위해..
정약용이 남긴 글 중에는 이 있다. 1810년 여름, 파리가 극성하여 온 집안에 득실거리고 점점 번식해서 술집과 떡가게가 있는 저잣거리는 물론 산골짜기까지 가득 차게 되었다. 노인들은 탄식하며 괴변이라고 하고, 소년들은 파리를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결국 사람들은 약을 쳐서 파리들을 전멸시켰는데, 정약용은 탄식을 하며 이 전멸된 파리들을 위해 조문하는 글을 쓴다. 그는 이 파리들이 그 전해 기근 때에 죽은 사람들에서 나온 것으로, 환생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죽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에는 정약용이 목도했던 재해의 참상과 그 재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치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관료들은 재해에 대처할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자신들의 안위만을 생각한다. 그는..
한자권에서 자유라는 말이 개념어로 사용된 것은 근대에 들어서이다. 서구로부터 freedom, liberty 등이 소개되자 이들의 번역어로 자유가 선택되었다. “스스로(自)” “말미암다(由)”로 구성된 자유가 ‘속박됨이 없음’ ‘억압에서 벗어남’ 등을 뜻하는 freedom이나 liberty의 개념을 담아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스스로 말미암는다”고 함은 그 어떤 것에 의해서도 간섭받거나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며 행동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자유는 “스스로가 자신의 주인이 되다”는 뜻의 자주(自主)나 “스스로 세운 규율에 따라 행하다”는 뜻의 자율(自律) 등과 늘 함께한다. 또한 자율이 “무율(無律)”, 곧 규율 없음을 뜻하지 않는 것처럼, 자주가 “나 자신의 주인이라고 하여 남을 ..
2002년 6월25일 한국 대 독일의 월드컵 4강전을 앞두고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 모인 거리응원단이 “대한민국”을 외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지난 21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 현장에 “대~한민국” 응원 구호가 짧지만 강렬하게 울려 퍼졌다. 32개 출전국의 응원가들이 소개되는 공연 도중이었다. 한국 중계 캐스터도, 시청자들도 순간 놀랐다. 경쾌한 다섯 번 박수와 합체되는 이 마성의 구호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기억을 거의 자동으로 부른다. 그해 6월 한국은 온통 붉은 물결이었다. 거리에는 ‘비 더 레즈’, 빨간 티셔츠를 입고 응원에 나선 시민들이 넘쳐났다. 이념도 정파도 없이 남녀노소가 자발적으로 뭉쳤다. 축구공 하나가 이뤄낸 일이다.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가 주도한 거리응원은 ‘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16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몹시 끔찍할 때 무참(無慘)하고, 더없이 부끄러울 때 무참(無참)하다. 6개월 넘긴 ‘윤석열 시대’가 그렇다.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4주째 사과의 덫에 갇혀 있다.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는데도, 국민은 제대로 다시 하란다. 158명이 억울하게 죽은 참사에 책임 물은 장관 하나 없어서일 게다. 대통령의 사과는 납득할 문책 뒤에 누가 뭘 어떻게 왜 잘못했는지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어찌보면, 타이밍과 진정성은 이미 놓쳤다. 점입가경이다. 이슈로 이슈를 덮는 검사 영화 속 대사같이…. 참사를 추궁한 대통령실 국감에서 김은혜 수석이 쓴 “웃기고 있네”가 세상을 뒤집었다. 그 분노는 대통령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