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지율 스님과 환경단체가 도롱뇽을 피해당사자인 원고로 하여 제기한 천성산 터널 공사 착공금지 가처분 소송은 도롱뇽이 당사자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소 각하 판결을 받았다. 현행법에 따를 때 환경권의 주체는 국민인 인간에 한정된다(헌법 제 35조 제1항). 여기에 서식지를 파괴당한 도롱뇽이나 산양 등이 환경소송의 원고, 청구인 등으로 들어설 여지는 없다. 하지만 세계는 이미 침팬지에게 인신보호 영장청구를 허용하고(아르헨티나), 강과 빙하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등(뉴질랜드, 인도) 입법과 법 해석을 통해 이른바 생태·기후 문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잘 알다시피 코로나19 팬데믹을 야기한 생태·기후 등 복합위기 위기 앞에서, 이른바 화석에너지에 기반한 산업 문명은 패러다임 전환을 강요받고 있다. 법 분야..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속에는 늙은이가 없다. 핼러윈이라는 젊은이의 축제에 늙은이가 낄 리도 없지만, 이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한 개념이다. 동지나 정월 대보름처럼 악귀를 쫓는 우리의 전통적인 축제도 있는데 왜 미국에서 들어온 축제에 열광해서 아까운 목숨을 잃었느냐는, 비난이나 질책이 섞인 반응조차 보인다. 젊은이에게는 삶은 무한하고 긴 미래지만 늙은이에게는 매우 짧은 과거에 지나지 않기에 새것에 대체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젊음과 이에 둔감한 늙음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지난 시간에 있었던 자신의 경험세계를 절대화해서 젊은이를 가르치려 드는 근성은 늙은이에게 일반적으로 있다. 그래서 괴테의 에서 메피스토도 모두 늙게 마련이지만 누가 과연 현명한지를 묻는다. 작년 4월에 타계한 ..
언론에 따르면 북한은 올 들어 36차례나 미사일을 발사했다. 동해와 서해상으로 수백 발의 포격을 감행했고 수백 대의 전투기를 동원하는 무력시위도 벌였다. 우리나라도 대응조치를 취해 미사일을 발사하고 포격을 가했다. 지난달 31일부터 5일까지는 한·미의 최첨단 전략자산 등 항공기 240대가 참여한 비질런트 스톰 훈련이 진행되었다. 외부에서 보면 영락없는 한반도 전쟁 위기의 고조이다. 언제이냐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한반도에서는 결국 전쟁이 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질 듯도 싶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하여 사뭇 덤덤하다. 휴전 상태가 70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전쟁에 대하여 엄청 둔감해진 탓이다. 정치인의 입에서 전쟁 불사 같은 표현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어지는 것을 보면 둔감한 게 아니라..
분명 “확실히 막을 수 있었다(Absolutely Avoidable).”(뉴욕타임스 10월31일 이태원 참사 보도 제목) 대형 재난 뒤에 ‘만약에’라는 가정을 붙여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복기하는 것만큼 허망한 일도 없다. 그럼에도 이태원 참사를 두고는 ‘만약에’를 뼈아프게 되뇌게 한다. 참사 이전, 참사 발생 순간, 참사 이후 구조·수습 과정에서 너무도 부실하고 무능한 정부의 대응이 드러난 때문이다. 희생자 유족들에게는 너무나 안타까운 이 ‘만약에’가 확인시키는 건 이태원 참사에서 ‘국가는 없었다’는 냉혹한 현실이다. 만약에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로 대규모 인원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안전관리 대책을 준비했더라면 생때같은 젊은이들의 죽음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밀집 위험..
취임 초기 허니문 지지율조차 없는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리더십에 대한 국민들의 위기의식, 분노가 더욱 높아졌다. 희생자가 155명이라는 소식을 듣던 10월31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길거리 참변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긴급상황에서 155명이 무사히 구조된 실화가 떠올랐다. 위기관리 분야의 교과서로 거론되는 유명한 사례다. 2009년 1월,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1549편 에어버스는 이륙 2분 만에 갑자기 날아든 새 떼로 인해 엔진 2개가 동시에 나가는 위기를 맞게 된다. 관제탑 컨트롤러는 가까운 공항착륙을 권했지만, 당시 비행기의 상태를 고려한 기장 설렌버거는 허드슨강 비상착수라는 특단의 결심을 한다. 지상착륙보다 위험성이 몇 배 높은 수상착륙 결정에 관제탑은 당황했으나 더 나은 방법도 없었다...
“하나금융의 보고서를 받고 놀랐다. 하나금융에 요구했던 범위를 벗어났다. 나는 그저 하나금융에 론스타와의 주식인수 계약을 계속 유지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었다. 그렇지만 하나금융은 보고서에 주식인수 가격을 깎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담았다. 나는 당황했다. 왜냐하면 나는 인수 가격에 대해서는 어떤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론스타 사건 판정문 241면) 그러나 론스타 사건 판정부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금융위원회 론스타 사건 실무 책임자 손주형 팀장의 증언을 배척했다. 인수 가격을 깎아라고 요구하지 않았다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의 증언도 외면했다. 금융위의 내부 문서가 패소를 불렀다. 판정부는 대한민국 금융위는 지문을 남기지 않는 전략을 세웠으나 그 내부 문서에 많은 유죄 증거가 담겨 있다고 썼..
최정 9단(왼쪽)과 신진서 9단이 지난 7일 한국기원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된 2022 삼성화재배 월드바둑 마스터스 결승 3번기 제1국을 마친 뒤 함께 복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정 9단이 지난 2월 14일 한국기원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바둑판을 들어보이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중국의 루이나이웨이 9단(59)은 바둑 역사상 최고의 여성 기사로 꼽힌다. 입단 3년 후인 1988년 여성 최초로 9단에 올랐고 1983년부터 2013년까지 30년간 여성 세계랭킹 1위로 군림했다. 1990년대 이후 전성기 때는 남녀 통틀어 세계 20위 안에 들었다. 1992년 응씨배 4강에 들어 세계대회 여성 최고 성적을 내고, 2000년 한국 국수전에서 당시 세계 5위 유창혁·1위 이창호·3위 조훈현 9단을 연파하며 우승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