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금지조항(이하 전파매개행위죄)과 제25조 처벌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공개 변론을 진행한다. 2019년 12월 서울서부지방법원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고 3년이 지나 열리는 것이다. 이 법은 HIV 감염인이 혈액 및 체액을 통해 전파매개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1987년 제정된 이래 크게 바뀌지 않은 법 조항은 치료법이 발전하여 감염인이 꾸준히 치료제를 먹으면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고 전파할 수 없는 지금도 과거의 공포에 기반한 엄벌주의를 고수한다. 전파매개행위죄는 무엇이 전파매개행위인지, 체액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다. 서로 콘돔 없는 성관계를 합의했을지라도 감염인은 재판의 대상이 된다. 상..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일어났다.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유가족은 물론 나라 전체가 슬픔에 젖었다. 천붕지통(天崩之痛)은 보통 제왕 또는 부모의 죽음을 뜻하는 말로 쓰이지만, 국가적 재난으로 부를 수밖에 없는 이번 참사에서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뉴스 등을 통해 크고 작은 사건·사고를 접하고, 그로 인해 누군가의 죽음과 맞닥뜨리는 일이 적지 않다. 하지만 상사(喪事)를 당사자로서 직접 겪는 일은 흔치 않다. 그런 까닭인지 평소에 상사와 관련해 잘못 쓰는 말들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분향소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따위처럼 언론 보도에서도 자주 나오는 ‘조문’과 ‘문상’이 대표적 사례다. 조문(弔問)은 “남의 죽..
지난달 17일 경향신문 10면 상단에 “SPC 빵공장 노동자 끼임사 … 1주 전 비슷한 사고 있었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같은 면 바로 아래에는 “기재부 ‘형사처벌’ 빼자 중대재해법 힘빼기 노골화”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모순의 현실이 한눈에 들어온다. SPC 계열사 SPL에서의 사망사고 이후에도 산재 사망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지난달 18일 밀양 한국화이바에서 추락으로, 19일 거제 대우조선해양에서 지게차에 깔려, 20일 DL이앤씨 경기도 광주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추락으로, 21일 SGC이테크건설 경기도 안성 물류창고 신축 현장에서 추락으로 노동자들이 사망했다. DL이앤씨의 사망사고는 올해만 벌써 4번째다. 일하다 죽고 죽고 또 죽는 참혹한 현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더 엄격히 적용하고 개정한..
한 남성이 6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셰이크에서 개막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의 로고가 새겨진 벽 앞을 지나고 있다. 샤름 엘셰이크|신화연합뉴스 전쟁과 참사로 나라 안팎이 어수선하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기후정상회의가 개막했다. 6일 시작된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라는 긴 이름의 이 회의 개최지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이다. 당사국총회(Conference of Parties)의 영문 앞글자와 올해 회의 차수를 따서 ‘COP27’로 부른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체결된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따라 1995년 독일 베를린의 첫 총회(COP1) 이후 매년 대륙별로 돌아가며 연다. 1992년 리우 회의 이후 30년간의 기후외교가 없었다면 지구는 지금보다 더 뜨거워졌을 것이다. 구속력 ..
경북 봉화군 아연 광산 사고 열흘째인 4일 오후 구조 당국이 고립된 작업자 2명의 생존 신호를 확인하기 위한 천공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사건이 있다. 경북 봉화군의 아연 광산 매몰 사고다. 지난달 26일 일어났으니 열흘째를 맞았다. 4일 당국은 고립 광부 2명의 생존 확인 및 구조 진입로 확보 작업을 벌이고 있다. 광부들이 있을 곳으로 추정되는 지점 부근까지 구멍을 뚫는 데는 성공했다. 구멍에 내시경을 넣어 살펴보니 다행히 물이나 토사가 차 있지는 않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생존 신호는 없고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사고 당시 갱도 내부에서는 총 7명이 레일 관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토사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