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四時)는 명확하고 지금은 틀림없는 겨울이다. 거꾸로 자라는 고드름, 뺨을 에는 찬바람, 구슬피 우는 철새. 몇 가지 익숙한 풍경이 있지만 그래도 흰 눈이 보자기처럼 세상을 덮어야 비로소 겨울이 완성된다. 그리하여 손오공이 근두운을 타고 천하를 주유하듯, 우리도 그 흰 천을 뒤집어쓰고 매서운 세계로 날아가는 것. 퍽 불길하다. 올해처럼 이렇게 낡고 닳은 보자기가 있었던가. 지난주 철원 고대산으로 갈 때, 혹 눈이 있을까. 은근한 기대가 있었다. 꽃을 찾아 남쪽으로 간 적은 허다했지만 일부러 눈을 찾아 북쪽으로 가기는 처음이었다. 응달의 으슥한 골짜기를 지나 능선에 도착하니 눈기운이 완연해졌다. 이윽고 문바위를 지나면서부터 발밑에 시장이라도 선 듯 시끌벅적해졌다. 눈 밟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 것이다. ..
선물을 뜻하는 영어 ‘gift’는 독일어에서 기원한다. 일차적으로 독(毒)을 뜻하지만, ‘선물’이란 뜻도 함께 가진다. 잘못된 선물은 독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어원적으로 내포하는 셈이다. 어떤 선물을 하느냐에 따라 말 그대로 선물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 선물은 독이 될 수밖에 없다. 선물이란 본디 물품 자체뿐 아니라 받는 사람에게 전달되기까지 들어간 정성과 시간을 총칭하는 것일 터이다.정치인들의 선물은 마음과 별개로 메시지가 담기게 마련이다. 왕의 선물 이야기로 조선왕조사를 재조명한 저자 심경호 교수는 “선물의 종류나 주는 방법을 보면 왕의 특징이나 시대상이 드러난다”고 했다. 현대 정치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의 명절 선물에는 시대 상..
작년에 국내 개봉된 영화 (전류전쟁)에서 토머스 에디슨을 연기한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말한다. “전류를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하는 거야.” 전기의 등장으로 백열전구와 공장 대량생산이 가능해지고, 이로 인해 인류의 삶이 통째로 바뀌고 산업 생산성이 폭증할 걸 내다본 걸까. 요즘엔 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을 위협하는 지경이니 대단한 미래예측이다.영화는 19세기 후반의 전기 도입 시기에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라는 두 명의 걸출한 천재가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노력형 에디슨은 직류를 밀었고, 천재 테슬라는 교류를 주장했다. 요즘 건전지에 사용되는 직류는 전압을 올리고 내리기 힘든 속성 때문에 가정에서 사용하는 낮은 전압으로 송전해야 했다. 전압이 낮으면 멀리 못 가고 발전소를 곳곳에 분산 배치해야 하니..
지난 18일 밤 대검찰청 한 간부의 상가(喪家)에서 양석조 대검 선임연구관 등이 심재철 반부패강력부장(검사장)에게 거친 말로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유재수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사건’ 관련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무혐의 의견을 낸 심 검사장에게 “어떻게 무혐의입니까” “당신이 검사냐”며 따졌다는 것이다. 상갓집에는 일반인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검사들이 고성을 지르며 상급자를 윽박지르고 모욕까지 줬다니 이 무슨 추태인가.조 전 장관에 대한 불구속 기소는 16일 윤석열 검찰총장 주재로 열린 대검 반부패부 회의에서 결정됐다. 심 검사장은 당시 “민정수석의 정무적 판단으로 볼 여지가 있다”며 직권남용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주장을 했다고 한다. 수사팀 등이 반박했고 윤 총장은 “수사팀 의견이 맞..
지난 19일 중국 우한에서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중국 국적 여성(35)이 ‘우한 폐렴’에 감염됐다고 질병관리본부가 20일 공식 발표했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우한 폐렴’ 확진자가 확인된 것이다. 중국 이외의 국가에서 우한 폐렴 환자가 발생한 것은 태국,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번째다. 폐렴 바이러스가 국경을 넘으면서 우리도 더 이상 마음을 놓을 수 없게 됐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로 상향했지만, 더 높은 단계의 방역과 경각심이 필요하다. 중국에서는 지난 주말을 계기로 우한 폐렴 환자가 급증했다. 폐렴 발원지인 후베이성 우한에서만 주말 새 136명이 확진판정을 받아 19일 현재 누적 환자가 198명으로 늘었다. 중국 전체의 우한 폐렴 환자는 200명을 넘어섰다. 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