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대화와 소통의 핵심적 요소이다. 물음표는 질문을 통해서 듣는 사람의 참여와 대화를 적극적으로 요청한다. 쌍방 간에 생성되는 질문과 답은 상호호환적으로 이어지면서 이들의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린다.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함께 바라보고 있는 문제상황을 명료화하고, 분석하며, 개선한다. 질문은 의문에서 나온다. ‘의문’이 한 개인이 갖는 의구심이라는 심리적 상태인데 반해서, ‘질문’은 그런 심리적 상태가 대화를 통해 소통의 장으로 진입하는 사회적 행위이며 적극적 행동이다. 또한 의문이 비판을 동반한다는 점에서 질문은 곧 비판적 행동일 수 있다. 그래서 권위적 사회일수록 질문은 저항의 상징이 되고, 의문을 가지는 것은 도전이 된다. 질문은 제한되고,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며, 답변은 이미 정해져 있다..
출판계에서 10월은 노벨상의 계절이었으나 이제는 트렌드서의 계절이라고 바꿔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김난도 교수의 은 9월 하순 예약판매를 시작하였고, 뒤를 이어 10월에만 10종 이상의 트렌드 도서가 줄을 이었는데, 지난해를 돌아보면 대략 30종 이상의 트렌드서가 연말까지 출간될 거라 짐작할 수 있으니, 이 시기 가장 뜨거운 키워드라는 데에 이견이 없겠다. 은 출간 후 요약본이 돌아다닐 정도로 관심도와 열독률이 높은데, 이런 대표작 외에는 어떤 트렌드서가 나오고 있을까. 큰 틀에서 마케팅, 시장, 소비를 중심에 두는 트렌드서와 최근 2, 3년 동안 크게 늘어난 세부 주제별 트렌드서로 나눌 수 있을 텐데, 이 전자라면, 등을 후자로 분류할 수 있겠다. 특히 후자의 세분화와 확장이 눈에 띄는데, 이쯤 되..
‘오트르망’(autrement·다르게)이란 연구자 모임이 있습니다. 대안연구공동체에서 10년 동안 미셸 푸코의 사상을 강의해온 철학자 심세광 선생이 역시 철학 연구자 전혜리 선생과 함께 만든 모임입니다. 푸코의 콜레주드프랑스 강의록을 번역하는 것을 비롯해 푸코와 루이 알튀세르, 질 들뢰즈 등을 중심으로 프랑스 현대 비판철학 전반을 연구해왔지요. 모임은 작지만 이들의 성과는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넷 서점에서 ‘오트르망’을 치면 이들이 번역한 책들이 주르르 뜹니다. 등등. 물론 등 각자의 이름으로 번역한 책까지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최근에는 피에르 다르도와 크리스티앙 라발이라는 학자가 쓴 도 번역하는 등 외연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들과 짧게, 학문과 번역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은..
1859년 찰스 다윈의 (On the Origin of Species)이 처음 세상 빛을 보았을 때, 누군가는 그 주장에 열렬히 옹호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은 그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것을 넘어 무시하고 반박하고 때로는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흔히 다윈의 진화론을 둘러싼 대립은 과학계와 종교계의 대립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과학자들이라 해도 다윈이 찾아낸 방식에 모두 동조한 건 아니었다. 마이바트도 그중 하나였다. 한때 다윈의 지지자로 스스로를 칭했던 마이바트는 1871년에는 다윈의 책에서 단어 하나만 교묘하게 바꾼 책인 (On the Genesis of Species)를 통해 다윈의 진화론을 공격한다. 다윈 진화론의 골자는 생물체에 일어나는 다양한 변이들 중에는 생물체의 생존율과 번식률을 아주..
현재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 중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이과형 과목을 택한다. 문·이과통합 교육과정 체제에서 처음 치른 지난해의 수능과 대학입시의 결과에서 문과형 과목을 택한 학생들이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문과형 과목(수학의 확률통계 등)을 택해서는 점수를 잘 받아도 표점에 밀려서 이과형 과목(수학의 미적분이나 기하 등)을 택한 학생들에게 경쟁이 될 수 없고, 특히 상위권 대학에는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자리하게 되었다. 그러니 자신의 적성을 불문하고, 대학에서 문과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우선 이과생들과 거의 같은 수준의 수학(및 과학) 공부를 하기로 마음먹는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 다행히 어느 정도의 적성과 흥미가 ..
안중근 의사의 유해가 소나무관에 안치돼 뤼순(旅順)감옥 공동묘지에 묻혔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국 언론보도를 국가보훈처가 안 의사 의거 113주년인 26일 공개했다. 중국 선양에서 발간된 1910년 3월30일자 는 안 의사 둘째동생인 안정근 지사에게 뤼순감옥 관리자가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하얼빈의 소나무로 만든 관에 유해를 안치하고, 조선 풍속에 따라 관 위에 흰 천을 씌운 영구(靈柩)를 감옥 내 교회당에 둔 후 우덕순 등 3명의 죄수들에게 조선 예법에 따라 두번 절하게 하여 고별식을 치르도록 허락했다”고 보도했다. 국가보훈처 제공 안중근 의사 유해가 하얼빈산 소나무관에 안치됐다고 보도한 중국 신문을 26일 국가보훈처가 공개했다. 중국 선양에서 발간된 1910년 3월30일자 ‘성경시보’는 안 의사 동생인..
1898년 11월7일, ‘제국신문’에는 여학교 교육에 관한 흥미로운 논설이 실렸다. 사람은 모두 평등하기 때문에 조선의 계급 간의 차별, 남녀 차별이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는 비판으로 시작하는 이 논설이 실제 주장하는 바는 여학생들의 입학 조건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배경을 알기 위해서는 1898년 가을에 일어났던 일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1898년 가을은 북촌 벌열가의 부인들, 외국인, 귀화인, 기생, 평민, 과부 등 다양한 배경의 여성들이 모여 만든 찬양회라는 여성단체가 형성되어 정치, 교육, 문화 등 다방면에서 운동을 시작하던 시기였다. 찬양회는 , 즉 여성의 교육권, 정치권, 경제권을 명시한 ‘여학교 설시 통문’을 발표한 뒤 연명 상소를 올리는 등 관립 여학교 설립을 위해 적극적인 정치활..
어른은 공자가 늘 곱씹었던 화두였다. 살다 보면 자연스레 나이를 먹게 되어 도달하는 생물학적 어른이 아니라 ‘어른다운 어른’, 곧 사회적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겨지는 어른다움에 대하여 줄곧 관심을 기울였다. 나름 알려진 “나이 서른에는 스스로 섰고 마흔엔 미혹되지 않았으며 쉰에는 천명을 알았다. 예순에는 들음의 평정을 얻었고 일흔에는 마음 가는 대로 행해도 법도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언급 외에도, 공자는 “나이 마흔, 쉰이 되어서도 그 이름이 칭해지지 않는” 어른은 두려워할 만하지 못하다고 잘라 말했고, “장성해서는 남들에게서 일컬어지는 게 없고 늙어서는 죽지 않고 있으니 이는 도적일 뿐”이라며 친구 원양을 호되게 몰아붙이기도 했다. 들고 있던 지팡이로 원양의 정강이를 때리기까지 했다. 평생 임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