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위에 물감을 바른 뒤 두 겹으로 접거나 다른 종이를 그 위에 두고 눌렀다 떼어내는 방식의 미술 기법을 ‘데칼코마니’라고 한다. 올 시즌 미국과 한국 프로야구에서 데칼코마니 한 듯 각각 닮은꼴 활약을 펼친 두 ‘외국인’ 투수가 있다. LA 다저스의 류현진과 두산 베어스의 조쉬 린드블럼이 그 주인공이다. 1987년생 동갑내기로 각각 MLB와 KBO리그 최고 수준의 성적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두 선수는 MLB, KBO 올스타전 선발 등판과, MLB 사이영상(Cy Young Award) 후보, KBO MVP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평행이론을 펼치며 한국과 미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투수로 자리매김했다.류현진은 올 시즌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커쇼를 대신하여 선발로 나선 이후 29경기에 등판해 ..
공무원노조는 2008년 대정부 교섭 합의사항으로 ‘공무원 보수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산하기구인 ‘초과근무수당 개선 실무협의회’를 올해 8월부터 본격 추진해왔다. 전문가위원과 정부위원, 그리고 노조위원이 머리를 맞대고 초과근무수당의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보자는 취지다. 공무원노조는 노사교섭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협상에 임해왔지만, 10월 중순경 참여를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가 전문가그룹의 중재안 일체를 거부하고 ‘재탕 삼탕식’의 연구용역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중재안은 법적 근거 없는 감액조정률 55%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그 대신 초과근무 상한시간을 축소하라는 것이다. 국민에게 보편적인 수당 단가 지향, 부정수급에 대한 처벌규정 강화 조항도 추가로 포함됐다. 전문가 그룹의 중재안대로라면 민간 대비 절..
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글쓰기만큼이나 재밌고도 난감한 일이다. 좋은 글이 왜 좋은지, 별로인 글이 왜 별로인지 명쾌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그 설명을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쓰기 교사라면 잘해야만 한다. 교사의 말이 학생들이 다음주에 써올 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은 채로 얼떨결에 글쓰기 교사가 되었다. 전공했다면 더 좋았을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그건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라 알 수가 없다. 이번 생에서는 부지런한 독서와 정기적인 글쓰기 모임으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글을 어떻게 읽고 쓸지 훈련하는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계속될 즐거운 훈련이다. 죽었거나 살아있는 작가들이 책으로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 친밀하지만 결코 호..
글에 대해 말하는 것은 글쓰기만큼이나 재밌고도 난감한 일이다. 좋은 글이 왜 좋은지, 별로인 글이 왜 별로인지 명쾌하고 정확하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모두가 그 설명을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글쓰기 교사라면 잘해야만 한다. 교사의 말이 학생들이 다음주에 써올 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나는 문예창작을 전공하지 않은 채로 얼떨결에 글쓰기 교사가 되었다. 전공했다면 더 좋았을 부분이 분명 있겠지만 그건 살아보지 않은 인생이라 알 수가 없다. 이번 생에서는 부지런한 독서와 정기적인 글쓰기 모임으로 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이 두 가지는 글을 어떻게 읽고 쓸지 훈련하는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계속될 즐거운 훈련이다. 죽었거나 살아있는 작가들이 책으로 말하는 목소리를 듣는 것. 친밀하지만 결코 호..
민희(가명)가 학교에 오지 않았다. 며칠 뒤 민희 어머니가 찾아왔다. 아이가 왕따를 당했다고 했다. 수학여행에서 숙소는 여섯 명씩 두 개 방으로 나누었다. 잠들기 전 선생님이 잘 자라고 인사할 때까지만 해도 아이들은 마냥 신나 했었다. 밤사이 아이들은 민희만 놔두고 모두 한쪽 방으로 가서 잤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은 황당하다고 했다. 6학년 여학생들 치고 밝고 명랑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여겼기에 더 그렇다고 했다. 그중 몇 명을 가르쳤던 나도 믿을 수 없었다. 착하고 이해심 많던 아이들이 따돌림에 동조했다니…. 어디까지 진실이고, 아이들은 언제부터 가면을 썼던 것일까. 민희 어머니는 학폭위를 열어달라고 했다. 문제는 단순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민희가 친구들 사이를 이간질해왔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이 분명한..
오래 내리지 않는 가을비를 가지고, 잔걱정은 가을비처럼 금방 지나간다며 ‘가을비는 장인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한다’는 속담을 말합니다. 가을비란 워낙 성기게 내리니 성긴 구레나룻 밑에서도 피할 수 있다는 말이지요. 앞날이 비 쏟아질 듯 어둡고 눈에서 비가 내리지만 몇날며칠 뒤 어찌어찌 해결하고 보면 별일 아닌 것도 꽤 됩니다. 그러니 해묵도록 근심할 일 아니면 그리 너무 속 태우지 말라며 노심초사하는 이에게 이 속담을 건넸습니다.그런데 비를 긋는 데가 왜 하필 장인어른에, 수염도 아닌 구레나룻 밑이었을까요? 장인어른과 사위가 나란히 선 상태에서 사위가 장인 구레나룻 밑에 비를 피하려면 어찌해야 할까요. 네, 맞습니다. 장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야 상투부터 윗머리까지 장인의 턱과 구레나룻으로 비를 가릴 수 ..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제도권 정치를 떠났다. 3선의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임종석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 통일운동에 매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세연은 “한국당은 존재 자체가 역사의 민폐”라며 당 해체를 촉구했다. 집권세력의 핵심이자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의 리더(임종석)와 제1야당의 개혁세력 대표주자(김세연)가 나란히 기득권을 내려놨다.임종석과 김세연의 결단을 환영한다. 더 많은 86그룹 정치인과 다선 의원이 뒤를 따르기 바란다. 정치권의 판갈이는 시대적 요청이다. 비우지 않으면 채울 수 없다. 낡은 세력이 떠날 때 새로운 에너지가 스며들 공간이 생긴다. 여성과 청년들이 빈자리를 채울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젠가 나중에, 잘난 누군가가 법과 제도를..
“왜 당신이죠?” “왜 당신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죠?” “그 이유는 바로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아무도 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미국의 ‘아싸’ 여성 정치신인 4인의 의원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에서 의원이 되기 전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자신이 왜 뉴욕 14선거구 하원의원 선거 민주당 경선에 출마했는지를 이렇게 설명한다.1989년생인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텐더로 일해왔다. 정치경력은 없다. 그런 그가 여성, 유색인종, 노동자 계급을 자기정체성으로 규정하고, 기득권과 반대 방향에 놓인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을 대신하는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공약도 철저히 이 원칙에 따른다. 모든 사람을 위한 건강보험, 그린뉴딜로 불리는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