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단식이 24일로 닷새째 이어졌다. 그제 청와대 100m 앞에서 노숙 철야농성까지 한 황 대표는 23일 오후부터 텐트 안에 누워 거동을 최소화하고 있다. 추운 날씨 속 장시간 실외에 머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한다. 황 대표는 방미 직후 농성장을 찾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사실 (단식을) 시작한 것은 선거법 때문”이라고 말했다. 24일 단식 텐트를 찾은 이낙연 국무총리에게도 “대통령에게 말씀을 잘 전해달라”고만 했다. 세 가지 요구 사안 중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가 연장된 후에도 단식을 접을 뜻이 없다고 한 것이다. 비상신호가 켜진 그의 몸에도, 막바지 정기국회에도, 다시 공전 위기에 처한 정치와 민생에도 부담만 키우는 결정이다.황 대표가 1차 단식 사유로..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3일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과 회담한 뒤 “다음달 말 중국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게 조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일 양국이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효력을 조건부 연장하면서 국장급 정책 대화를 시작하기로 한 데 이어 정상회담 개최에 공감한 것이다. 한·일 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을 환영하며, 이를 계기로 양국 간 갈등이 조속히 풀리기를 기대한다. 이 같은 대화 분위기는 그동안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꺼려왔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GSOMIA 연기가 일본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양국이 갈 길은 멀다. 일본 정부는 수출규제 완..
일명 ‘민식이법’이 지난 2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 소위를 통과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국민과의 대화’(19일)에서 첫 질문자로 나선 김민식군 부모의 절절한 호소가 수많은 법안 더미에 파묻혀 폐기 직전이었던 민식이법을 겨우 끄집어냈다. 아홉 살 김민식군은 지난 9월 학교 앞 스쿨존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다 속도제한을 어긴 차량에 치여 숨졌다. 이 사고로 스쿨존 내 신호등과 과속 단속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고, 가해자 처벌 수위를 높인 ‘민식이법’이 발의됐다. 다음달 10일 마지막 정기국회가 종료되는 20대 국회에는 이처럼 안전사고로 희생된 아이 이름을 건 법안이 모두 6개가 있다. ‘해인이법’은 어린이가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된 경우 응급조치를 의무화한 내용이, ‘하준이법’엔 주차장 안전 관리자의 책..
학교에서 교수로서 해야 하는 면담 중에 가장 어려운 것은 취업 면담이다. ‘스펙’이 어느 정도 갖춰진 3~4학년 여학생과 만날 때 가장 난감하다. 내가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라면 “공모전을 열심히 해라, 학점과 토익 점수를 좀 더 높여라, 자소서를 직무역량에 맞춰서 정성껏 써라” “교환학생도 가고, 인턴십도 더 해라” 말했을 것이다. 지금도 많은 경우 그렇게 말을 하지만, 이따금 공허할 때가 있다.적당한 스펙이라면 현실적으로 지역의 적당한 중소기업 사무보조직이나 시민사회단체, 사회적기업, 도시재생센터, 또는 학교의 조교나 계약직 행정직원이라도 찾아보라고 권할 것이다. 그런데 열심히 공부하고 이런저런 활동을 했던 학생들이라면 21세기 직장인의 키워드인 ‘커리어패스’(직업경로)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직업을..
선거에 출마하려는 정치인의 기부행위는 상시 금지된다. 이는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기부행위 금지를 캠페인과 신문 기고를 통해 끊임없이 홍보하며 계도하고 있으며 연말연시를 맞이하여 기부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과연 정치인들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부행위’는 없는 것일까. 공직선거법은 112조에서 기부행위를 정의함과 동시에 법적으로 가능한 기부행위도 규정하고 있다. 특히 112조 2항 3호에서 구호적·자선적 행위를 규정하여 정치인들의 기부행위를 허용하고 있다. 예컨대 법령에 의하여 설치된 수용보호시설에 의연금품을 제공하는 행위나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중증장애인에게 자선·구호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등이 가능하다. 또한 연말연시 구호·자선단체가 개최하는 소년소녀가장, 장..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는 자주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지난주에는 교황이 가톨릭 교리에 ‘생태에 대한 죄악’을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반쯤 졸던 눈을 번쩍 떴다. 역시 프란치스코 교황이다. 가톨릭에서 ‘죄악’을 재정의한다는 것은 그리 가벼운 일이 아니다. 전 세계 신자들의 행동지침과 교회의 지향점을 새로 제시하는 일이니까. 교황이 예전에 했던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신은 용서해도 자연은 우리를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교황은 대기, 수질 오염과 동식물의 대규모 파괴를 ‘생태학살’이라 부르며 그런 행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했단다. 또 환경파괴 행위를 ‘평화에 반하는 범죄’로 불렀다고도 한다. 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언제나 정곡을 찌른다고 생각해왔다. 교..
16세의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는 지난 9월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을 강하게 질타했다. 미래 세대를 실망시킨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는 경고도 했다.오늘날 기후변화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온난화 탓이 크다. 온실가스는 산업혁명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증기에너지의 효율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석탄과 석유의 사용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화석연료를 사용한 에너지 생산이 보편화됐고, 이렇게 생산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이 발전해왔다. 덕분에 인류의 삶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에너지도 어마어마하게 커졌고, 이를 충당하려 지금 이 순간에도..
#베트남에서 온 사람이 한국에서 죽었다. 자기보다 15살이 많은 한국 남성과 결혼하고 한국에 온 지 3개월 만에 남편의 손에 죽임을 당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생활비와 용돈을 달라는 아내의 요청에 남편은 “너의 생활은 네가 알아서 하라”며 폭언을 했고, 그녀가 일자리를 구하려고 하자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말다툼을 하다가 살해하고 암매장했다고 한다.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그녀가 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한국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을지, 낯선 타국의 삶을 선택한 그녀에게 ‘생활비’와 ‘용돈’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한국말이 서툰 그녀와 그녀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 남편 사이에 어떤 ‘대화’와 ‘말다툼’이 오고 갔을지. 우리는 어렵지 않게 떠올려볼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두 사람의 결합을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