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택시업계는 자가용 카풀과의 전쟁으로 고귀한 기사들의 순직 등 희생을 감수하며, 겨우 오전·오후 2시간의 타협과 법률 개정으로 조용해지나 했다. 그러나 ‘타다’ 등 유사택시와의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고, 개인택시 기사의 순직과 고발사태를 거치며 혼돈을 거듭했다. 그러다가 지난 7월17일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방안’ 발표로 수습국면에 이르러 서로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면서 언론과 소비자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타다’의 불법성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잠잠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타다’ 등은 택시제도 개편방안으로 오히려 정부로부터 면죄부를 얻은 양, 서울 도심에서 여전히 영역을 확장해왔다. 결국 지난달 28일 이재웅 쏘카 대표와 ‘타다’ 운영사인 VCNC 박재욱 대표가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 이..
청년세대가 공정에 과민하다는 볼멘소리가 들려온다. 선배세대의 진보와 보수가 서로 다투면서 이룩한 민주화와 경제성장이 이들에게는 공정하지 않은 것으로 체험된다. 진보의 민주주의는 공정하지 않다. 소수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노력 없이 남이 이룬 성과를 빼앗아 누리는 무임승차자를 양산하기 때문이다. 나는 온갖 진입장벽을 넘어 정식으로 여기 들어왔는데 너희는 평등 운운하며 데모해서 날로 먹겠다고? 보수의 성장주의도 공정하지 않다. 스스로 뿌린 대로 거둔다는 능력주의를 믿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그 보상이 부모가 뿌리고 거둔 성과를 누리는 세습과 비교해 너무도 초라하다. 빽 없이 혼자 힘으로 성과를 이루려고 애쓰고 있는데 너희는 잘난 부모 둔 것도 능력이라고 우리를 조롱하며 알맹이를 모조리 차지해?청년세대가 보기에 선..
남영동 대공분실. 이 악명 높은 고문시설은 정교하게 만들어졌다. 이 시설을 만든 사람은 당대 최고라 칭송받던 건축가 김수근이었다. 88올림픽 주경기장과 체조, 수영, 사이클 경기장을 모두 설계했던 사람이다. 김수근 주변 사람들은 인정하지 않겠지만, 남영동 대공분실은 공포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건물이다.남영동 대공분실은 조사자의 공간과 피조사자의 공간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마치 사람이 사는 집과 짐승 우리가 다른 것처럼, 빛과 어둠이 대비되는 것처럼, 각각의 공간은 너무도 다르다. 먼저 경찰관들이 활동하는 공간은 남향을 기본으로 구성되었다. 잘 꾸며진 일본식 정원, 동시에 두 경기를 즐길 수 있는 널찍한 테니스장, 통유리로 꽤 괜찮은 전망을 만든 식당에 이르기까지 세심한 배려를 곳곳에서 느낄 수..
우리 고등교육의 발전을 훼방 놓는 집단은 다양하다. 사립대의 운영권을 가로채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아 ‘소유주’로 행세하며 온갖 부정을 저질러온 사학비리집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그러나 교수와 직원이 자신의 안위만을 챙기느라 학교가 망가지는 꼴을 수수방관하거나 사학 ‘소유주’에게 붙어 수족 노릇을 한 책임도 무겁다. 비리사학과 얽힌 정치권 일각은 논외로 하더라도, 국공립대이든 사립대이든 감독 의무를 다하지 못했을뿐더러 일부 관료와 사학의 유착관계가 종종 터져나온 교육부의 책임도 엄중하다.3년 전 온 국민이 들어올린 촛불에 힘입어 대학구성원들이 경영진의 비리를 밝혀내며 학교 정상화의 시동을 건 경우가 적지 않다. 비리집단과 민주화세력이 팽팽하게 맞선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대학도 많다. 민주적 역량이 취..
미국이 한국과의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주한미군 순환배치와 한·미 연합훈련에 드는 비용까지 포함해 50억달러 가까이를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한 중인 제임스 드하트 방위비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가 6일 한국 정부 관계자들에게 이 금액을 제시했다고 한다.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의 5배가 넘는 금액이다. 미국의 요구는 터무니없다. 미국은 ‘신속기동군화’ 전략에 따라 해외 주둔 병력의 일부를 주기적으로 순환배치하고 있는데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을 앞으로는 한국도 분담하라는 것이다. 또 한·미 연합훈련으로 미군 병력이 본토 등에서 증원될 때 소요되는 비용에 대해서도 분담을 요구했다고 한다. 요컨대 직접 ‘주둔비용’이 아니더라도 한반도 방어 목적에 해당된다고 미국이 판단하는 비용에 대해서는 한국도..
‘사람중심 경제’를 표방하고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이 정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구호를 내걸었다. 소득주도성장을 통해 시민의 소득을 늘리고 이것이 소비·투자·소득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또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혁신성장을 추진하고, 공정경제를 통해 경제활동이 정의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를 통해 높은 경제성장과 많은 일자리, 정의로운 분배를 달성해 ‘사람이 먼저’인 사회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었다.임기 절반의 성적표는 참담하다. ‘3%의 성장을 갖춘 경제’를 약속했지만 첫해만 3.2%였을 뿐 다음해에는 2.7%로 하락했고 올해에는 2%마저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경제위기가 아닌 경우 성장률이 2% 아래로 내려간 적이..
정부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외국어고(외고), 국제고 등 3개 고등학교 유형을 완전히 없애기로 결정했다. 현재 초등학교 4학년이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2025년 이들 학교는 일제히 일반고로 전환된다. 설립 취지와 달리 입시 명문고로 기능하며 학교별 서열화를 유발하고, 사교육 심화와 교육 기회 불평등을 초래한 이른바 ‘특권학교’ 폐지는 올바른 진단이고 필요한 결정이다. 적지 않은 반발이 있겠지만 일관성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이행해야 한다. 교육부가 7일 발표한 ‘고교서열화 해소 및 일반고 역량강화 방안’에 따르면 교육부는 우선 올해 말까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이들 3개 유형 학교의 근거조항을 없앤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하던 지역 일반고(49곳)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영재학교와 과학고는 유..
얼마 전 발생한 ‘성북구 네 모녀 사망 사건’이 주는 경고는 ‘언제까지 복지 사각을 방치할 것인가’일 것이다. 수천만원 카드빚에 월세·건강보험료를 수개월간 내지 못했을 정도로 어려웠지만 이들은 정부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취약계층이 아니라는 이유였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송파 세 모녀’ ‘의정부 50대 부부와 딸’ ‘시흥 30대 부부와 두 자녀’ ‘대전 40대 부부와 두 자녀’ ‘중랑구 모녀’ 등 가난 때문에 최소한의 삶조차 살 수 없어 일가족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건은 기억에서 잊혀질 만하면 발생한다. 대법원이 7일 투렛증후군을 앓는 사람도 장애인복지법상 장애인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내놓았다고 한다. 투렛증후군은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얼굴 등 신체 일부분을 빠르게 반복적으로 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