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미국 정부 측에 내년 4월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기를 바란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지난 20일 방미 때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총선이 있는 내년 4월 전후로 북·미 정상회담을 열지 말 것을 요청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 전에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한국당이 선거에서 불리하니 이를 연기해 달라고 미국 측에 요청했다는 얘기다. 방위비 협상과 관련, 초당적 외교를 하러 간 자리에서 미국 당국자들에게 한국당 선거를 도와달라고 매달린 셈이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선거 이해득실 때문에 ‘한반도 평화’마저 미국 측에 거래하고 공작하려..
교육부가 28일 교육 불공정·불평등의 해소 대책으로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대입 정시 비율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서 고교 비교과활동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게 골자다. ‘조국사태’를 계기로 ‘금수저 전형’으로 비판받아온 학종의 비중을 줄이겠다는 취지이지만 정시가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공교육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비판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부의 발표는 ‘공정성 강화 방안’이지만, 사실상의 ‘대학입학제도 개편안’이다. 특히 수시 축소, 정시 확대가 교육 현장에 미칠 파급은 클 수밖에 없다. 교육부는 정시비중이 낮은 서울 16개 대학에서 2022년부터 수능으로 신입생 40% 이상을 선발하도록 할 방침이지만, 수시모집에서 채우지 못해 정시로 이월되는..
언제부터인가 ‘공론화’라는 시민 참여적 의사결정 방식이 활성화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전 국민적 이슈였던 신고리 5, 6호기와 대입제도 공론화가 대표적이다. 2019년 서울교육청(학원 일요휴무제)과 서울시(플랫폼노동)도 공론화를 진행했다. 공론화는 주로 특정한 공공정책 사안이 초래하는 혹은 초래할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모색 과정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올해 두 번째로 시민공론화를 시행했고, ‘플랫폼경제와 노동의 미래’를 주제로 선정했다. 지난 6개월 동안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추진단이 꾸려졌고, 일반 시민과 이해당사자가 참여했다. 추진과정은 의제 선정과 자문회의, 전문가 워크숍과 시민 숙의회의까지 총 15회의 공식회의가 있었고, 시민 250명이 참여했다. 19세부터 69세까지 연령, 성, 지역별 ..
한국인 평균연령은 42.1세, 근로자 가구 가장은 49.5세이다.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시기는 43.3세이다. 보통 취업 후 점차 증가하는 소득은 40대 후반에 정점을 찍는다. 소득 수준이 중간인 2·3분위 가구 가구주 평균연령은 40대 후반이다. 40대는 내집마련과 자녀 학자금 등 돈이 가장 많이 들어가는 시기이다. 생애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40대이다. 그들이 흔들리고 있다. 40대 취업자 수가 지난 10월 기준 48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7년 11월부터 만 4년간 지속돼온 현상이다. 4년 새 40대 고용률은 1.3%포인트 하락한 78.5%였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기는 하지만, 40대 고용률만 마이너스였다. 같은 기간 40대 취업자는 43만6300명 줄었다. 20만2600명 감..
그리스 민주주의는 대화 속에서 꽃피었고, 대화의 소멸과 함께 시들었다. 대화와 소통이, 그리고 말 잘하는 법을 배우려는 의욕이 고대 그리스만큼 넘쳤던 시대는 많지 않다. 그들은 대표를 뽑을 때, 죄지은 사람을 법정에 세울 때, 페르시아 전쟁과 같은 국난이 닥쳤을 때, 참주가 될 위험한 인물을 가려 추방할 때 말로 설득시켜야 했다. 그래서 시민들에게 수사학(rhetoric)은 필수교양이었다.로마시대 키케로도 말(연설)로 일어섰다. 그의 웅변 실력에 감탄한 그리스인 스승은 “지금껏 그리스가 자랑했던 학문과 웅변도 이제는 로마에 빼앗기게 되었다”고 말했을 정도다. 그는 BC 63년 집정관(콘술)에 올랐다. 명문 귀족도 아니고, 금전이나 무력으로 이룬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 대단한 성취였다. 그러나 재치 있..
대학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시기, 다시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어느 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입시, 그것도 대입과 등치되어 버렸다. 교육은 우리 국민 최대 관심사 중 하나지만, 교육이 화두가 되면 정시냐, 수시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주를 이룬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며칠 전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를 통해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이대로 둔다면 금세기 말 3.2도가량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광범위한 기후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기보다 1도가량 높아졌다. 파리협정을 통해 2도 이내로, 더 노력해서..
영광은 영광대로 잡음은 잡음대로 많던 ‘미슐랭의 별’이 이번에도 스캔들을 터뜨렸다. 올해의 스캔들은 미슐랭 가이드북이 자랑해오던 평가 원칙 때문이었다. 미슐랭 측은 암행 평가단이 드러나지 않게 식당을 방문해 별점을 매겨왔다 했지만, 한국에서 처음부터 미슐랭 가이드북에 관여하는 컨설턴트들이 붙어 수수료를 받고 별 3개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줬다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2016년 처음 발행된 ‘2017 미슐랭 가이드 서울 편’에 당시 한국관광공사와 농림축산식품부 산하기관인 한식재단(현 한식진흥원)에서 20억원을 미슐랭 가이드북에 지원해 논란이 있었다. 처음부터 암행의 과정이 아니라 한식 세계화라는 미명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선 것이다. 20억원도 미슐랭 가이드북 측이 요구한 ‘보안유지’를 핑계로 ..
서울 봉천동 탈북모자가 지난 7월31일 통장 잔액 0원인 채로 주검으로 발견되었을 때 우리의 마음이 먹먹해졌던 까닭은 그 죽음이 가난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었기 때문이다. 과연 ‘아사’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장애아동을 돌보느라 일할 수 없었던 엄마 한모씨가 0원만 남은 통장을 들고 먹을 것이 없는 집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어떤 시간을 견뎌왔을지 그 막막함과 외로움을 상상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에서 한씨는 이혼한 사실과 가난을 입증하지 못해 복지의 날카로운 그물망 코에 걸린 채 좌절하고 죽어갔다. 그러나 어찌 한씨 모자뿐이랴. 성북구의 네 모녀도 그렇게 죽었고 문재인케어의 그늘에서 오늘도 가난한 자들의 죽음은 넘쳐난다.하지만 탈북민에 대해 유독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가난에 더해 국가가 그간 탈북민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