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으로 갈 수 있는 최고의 자리’ ‘정권이 바뀌면 바람 앞 등불 신세’ ‘논공행상의 대상’…. 통신업계 맏형으로 불리는 KT 회장 자리에는 이런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2002년 완전 민영화 후 정부 지분이 0%인 회사지만 기이하게도 정권 차원의 후원 없이는 오르기 힘든 자리였다는 뜻이다.KT가 이런 오명을 벗어던질 수 있을까. 현재 진행 중인 황창규 회장 후임 선출 과정에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KT처럼 ‘공민기업(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인 포스코 역시 선출 과정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문재인 정부 들어 ‘KT 회장 자리는 정권이 바뀌면 바람 앞 등불 신세’란 꼬리표는 뗐다.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이 중도 하차하지 않고 내년 3월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부·울·경(부산광역시·울산광역시·경상남도) 단체장들은 역내 주민들의 여론에 따라 2018년 10월부터 6개월간 김해신공항의 문제점을 검증하였으나, 기존 정책을 고수하는 국토부와 의견이 대립되어 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의 적합성 여부를 검증하도록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총리실은 금년 6월 이를 수용하여 현재 검증위원회를 구성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세부적인 검증방식에는 합의를 보지 못하는 답보상태에 놓여 있다. 총리실에서 김해신공항 검증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이를 지연시켜온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하나는 동남권신공항에 대하여 왜곡된 시각을 지닌 수도권 주민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대구·경북의 반대 여론이 완고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2016년 6월 김해신..
지난여름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이 정규직화를 외치며 삭발한 일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급식대란이니 돌봄대란이니 호들갑을 떨면서 정작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에는 무관심한 세상을 보며 마치 강 건너 불구경하듯 혀만 찼다. 학교 급식 조리 노동자들을 아줌마 운운하며 비하한 정치인한테 분노했지만, 금방 수그러들었다. 그 기억을 일깨운 것은 일 때문에 몇 번 만난 열일곱 살 학생이었다.그는 미래와 꿈을 묻는 말에 한참 망설이다가 ‘가족여행’이라고 대답했다. 한 번도 가족여행을 간 적이 없다는 그는 어린 시절에 별로 좋은 일이 없었다며 웃었다. 사실 그 또래의 기억 속에 과거는 그리 아름답지 않다. 부모들은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며, 형제들은 이기적이고, 친구들은 늘 살얼음판 걷듯 예민하니 어린 시절이라고 ..
지난달 말, 소년원의 한 끼 급식비가 1803원으로 중학교 한 끼 급식비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소년원의 1인당 1끼니 급식비는 학교와 비교해 식단을 짜기조차 쉽지 않아 성장기 청소년들에게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기 어려우니, 제대로 된 균형 잡힌 식단을 제공하기 위해 이를 개선하자는 의견이었다. 이 기사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는 그것조차도 과분하다는 냉소적·비판적 견해가 대부분이었다.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 발달, 보호, 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한 협약이다. 한국은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이므로 아동 기본권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소년원생의 대부분은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경제력은커녕 생..
여성의 지위가 ‘달라진’ 상황에 대한 남성의 반발 혹은 젊은 남성의 취업난 때문일까. 여성 관련 이슈가 나오면 꼭 따라붙는 말이 있다. “여자만 힘드냐, 남자도 힘들다(혹은 더 힘들다).” 이들은 ‘하소연’에 멈추지 않고 행동한다. 거의 절박하게 보일 지경이다. 어느 남자 고등학생은 지역 도서관에서 여성주의 책을 구입하는 게 세금 낭비이자 남성에 대한 성차별이라며 담당 사서를 고발하는 민원을 냈다. 영화 에 대한 별점 테러나 ‘XX년생 홍길동’의 삶은 왜 안 다루냐는 항의도 단골 메뉴다. 몇몇 대학에서는 일부 남학생들이 페미니즘을 포함한 인권 관련 강좌를 폐지하고 “의무 수강에서 자유로”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 자체를 부정하는 신(新)운동권, ‘행동하는 양심’들이 계속 등장할 판이다.이러한 상황..
최근 국방부는 아시안게임 금메달 및 올림픽 동메달 이상을 수상한 국가대표선수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 혜택을 골자로 하는 ‘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 현행 유지’ 발표를 했다. 이를 접하니, 안도와 함께 이에 따르는 막중한 책임감이 교차한다.체육요원 대체복무제도의 도입 취지는 우수한 선수 육성과 국제대회 입상을 통한 대한민국 위상 제고다. 그리고 이 제도는 그동안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하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하지만 이 제도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치르고 난 뒤에는 종종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곤 했다. 특히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종료 후 대체복무를 받게 되는 국가대표선수들을 두고 공정성 및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제도 개선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이에 국방부·병무청·문화체육관광..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내년도 트렌드를 예상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트렌드보다 구조, 표층보다 심층에 주목하는 사회학의 특성상 트렌드 예측서에 큰 관심을 갖진 않는다. 하지만 트렌드는 유행인 동시에 추세다. 유사한 추세가 중첩돼 힘을 이루고, 이 힘이 결국 사회변동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그 트렌드에 내재하는 일관된 흐름을 사회학 연구자로서 눈여겨보기도 한다.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 트렌드 예측에서 내 시선을 끈 것은 ‘나 홀로 사회’다. 곧 열릴 2020년에도 ‘나 홀로 사회’ 트렌드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넷플릭스, 미(Me)타임, 코인노래방 등 혼자만의 시공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 예상하고, 다른 이들은 나 홀로 삶이 주는 외로움을 벗어나기 위해 독서·운동·취향 등을 공유하는 소..
아이들의 입장을 금지하는 공간을 뜻하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은 주로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업소에 사용된다. 보호자와 아이의 실루엣, 혹은 ‘Kids’라는 단어에 빨간 사선을 그은 ‘아이 출입금지 표지판’이 연관이미지로 함께 검색된다. 이 신조어는 2014년 무렵 언론에 등장했다. 5년이 지난 2019년 현재 구글을 검색하면 400곳가량의 노키즈존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노키즈존 증가와 함께 논란도 확산됐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노키즈 방침은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며 시정을 권고했지만, 논란은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다. 노키즈존에 저항해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갈 수 있는 ‘예스키즈존’을 제목으로 내건 책까지 나올 지경이다. 최근엔 노키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