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에 대한 미국 당국자들의 비판은 신랄했다. 지난주 관훈클럽 취재단의 일원으로 도쿄와 오키나와를 도는 동안 주일미국대사관과 주일미군 당국자들로부터 내내 들은 것이 한국의 GSOMIA 종료 결정에 대한 비판이었다. 미 당국자들이 그렇게 노골적으로 한국 정부의 결정을 비판하는 것은 처음 접했다. 당국자들은 한국이 GSOMIA를 유지할 것처럼 하다가 막판에 갑자기 돌아서고, 국민을 향해 미국과 협의해온 것처럼 설명한 것에 대해 분개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 참모들에 대한 반감이 컸다. 외교부와 국방부, 총리실까지 다 반대하는 사안을 청와대 참모들이 주도해 뒤바꿨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이 왜 GSOMIA를 종료하면 안되는지에 대한 미측의 설명은 설득력 있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간사가 14일 주 52시간제 보완입법 심의 일정을 논의했다. 환노위는 향후 탄력근로제 이외에 선택근로제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도입 등을 다룬다. 당초 경사노위가 합의한 탄력근로제 확대 이외에는 더 이상 양보하지 않겠다던 더불어민주당이 재계의 요구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정치권이 52시간제 손질에 나선 것이다. ‘보완’이라지만 자칫 주 52시간의 근간을 후퇴시킬 수 있다. 벌써 노동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의 입장 선회는 전날 고용노동부가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확대방안을 국회에 보고한 것이 계기가 됐다. 노동부는 야당이 탄력근로제 이외에 선택적 근로시간 확대를 강하게 주장해 대신 특별연장근로 완화 방안을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동 주무부처가 나서서 국회에 특별연..
정부가 살인을 저지른 뒤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한 주민 2명을 북한으로 추방한 사건과 관련해 논란이 뜨겁게 일고 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14일 “북한 어민들이 정부 합동조사에서 귀순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도 강제 북송한 것은 귀순자를 공개처형장으로 보낸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당은 강제송환 과정에 위헌 및 심각한 인권침해가 있었다며 태스크포스(TF)를 꾸렸다. 지속해서 귀순 의사를 밝힌 북 주민들을 강제 북송했으며, 정부는 이를 숨기려고 국회에서 거짓말을 했다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통일부는 이들이 조사과정에서 귀순의사를 표명했으나 귀순 동기, 도피행적 등을 종합해 볼 때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반박했다.북한 주민 2명이 동료선원 등 16명 살해라는 중대 범죄를 저지른 점으로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장관 퇴임 이후 한 달, 강제수사 79일 만이다. 조 전 장관은 부인 정경심 교수, 동생·조카, 자녀 등의 비리 혐의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이런 의심을 “알지 못했거나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이날 조사에서는 혐의를 전면부인하며 진술거부로 일관했다. 조사 후에는 “참담하다.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이는 피의자로서 당연한 권리이나 의혹의 당사자이자 법무부 장관 출신이라는 점에서 박수받을 일은 아니다. 조 전 장관은 서울대 교수와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시 그 직위를 이용해 불법적인 혜택을 누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사실이라면 어느 하나 무겁지 않은 사안이 없다. 검찰은..
‘수능’ 날이다. 1년에 한 차례 잠시 대한민국이 멈춰 서는 날이다. 꼭 1년 전 큰아이 수능 날, 종착점의 설렘은 고작 한 움큼, 두려움과 간절함으로 어깨에 멘 가방을 추스르며 돌아서던 뒷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30여년 전 고3 시절 밤마다 주방 한구석에 물 한 그릇을 떠놓으시던 어머니 모습도 겹쳐졌다.이처럼 한국에서 입시는 집안의 큰일이다. 모두가 초조해하고 간절해진다. 그 하루에 세상이 결판이라도 날 것처럼….“아빠! 문재인 아저씨 왜 그래?”며칠 전 둘째가 불쑥 던진 말이다. 평소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던 아이였다. 하지만 ‘정시 확대’만큼은 이해할 수 없다는 투였다. 문제의 그 2022학년도 입시생이다. 수시와 정시 갈림길에 선 고1 교실이 꽤나 설왕설래하는 모양이다. 단순히 제도..
제주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의 하나다. 1~2분에 한 대씩, 거의 쉴 새 없이 항공기가 뜨고 내린다. 이착륙 지연은 일상이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3000만명에 달했고, 국토교통부는 2045년에는 이용객이 4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현재의 공항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한다. 공항을 신설하면 더 많은 사람이 제주에 올 것이고, 그만큼 경제적 효과도 커질 것이다. 대부분의 운항 노선을 제주에 의존하는 지방 공항들도 활성화될 것이다.” 제2공항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논리다. 제주공항의 수용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 공항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여러 가지 의문이 제기되어 왔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사전타당성조사를 의뢰한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이 기존 공항의 개선과 확..
전문용어로 악성신생물이라 불리는 암은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3년 이래 36년째 한국인의 사망 원인 1위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사망자 29만8820명 중 암 사망자가 7만9153명으로 30%에 육박한다. 사망 원인 2위부터 4위까지인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질환 사망자를 다 더해야 암과 비슷해질 정도다.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민들이 기대수명(82세)까지 생존할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36.2%라고 한다. 인구의 3분의 1은 암을 예방할 수 있고 다른 3분의 1은 완치가 가능하다고 하지만, 암은 여전히 불치병의 대명사이자 공포의 질병이다. 환경부가 괴담처럼 떠돌던 전북 ‘암마을’의 비극의 실체를 확실하게 드러냈다. 마을 옆 비료공장이 연초박(담뱃잎찌꺼기)을 건조하면서 나온 1급 ..
‘국교생’이라 불렸던 전두환 시대에 딱 한번 반장을 했다. 반장이 되었다 하니 엄마가 한숨을 쉬었다. 반장 엄마는 돈과 시간이 필요했지만 엄마는 그 두 개가 없었다. 스승의 날과 교사의 소풍 도시락, 각종 성금모금에 ‘솔선수범’을 해야 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크리스마스씰’을 사야 했고, 반장이라면 당연히 한 세트 전장을 구매해야 했고, 고만고만한 형편의 친구들은 마지못해 두 장, 석 장 정도를 억지로 샀다. 홍수가 나거나 연말이면 불우이웃돕기 쌀도 걷었다. 엄마는 4남매가 쌀을 다 갖다 내면 쌀통이 푹 줄어든다며 ‘정부미’ 반말을 들여와 갖다 내라 했다. 영세민이었던 친구는 정부미를 지급받던 형편이었는데 예외 없이 학교에 갖다 내야 했으니 배급받은 정부미 포대에서 한 바가지 퍼냈을 것이다.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