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는 현대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가장 강력한 키워드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혐오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고 사용하지만 의미를 제대로 아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은 혐오를 단순한 미움이나 시기, 질투와 같은 것처럼 ‘싫어하는’ 감정인 것으로 이해한다. 사실 혐오는 보다 복잡한 의미를 갖는다. 혐오는 구조와 맞닿은 단어다. 그 속에는 불균형과 차별, 분노와 공포 등이 섞여 있다.즉 혐오는 개인 또는 집단이 누군가를 단순히 좋아한다, 싫어한다의 호오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군가를 잘못 이해하고 차별하고, 오해하고 싫어하는 과정이 개인이나 집단에 의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사회나 국가 또는 관습 등의 구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을 일컫는다. 사회에 떠도는 혐오단어들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 용어..
사과는 아래로 떨어진다. 지구의 중력이 아래 방향으로 사과를 잡아당기기 때문이다. 물리학에서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작용·반작용의 법칙을 따른다. 지구가 사과를 아래로 당길 때, 사과도 지구를 잡아당긴다. 그런데 왜 지구가 안 떨어지고 사과가 떨어질까? 이 간단한 물리학 질문에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이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힘보다 더 커서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은 다르다. 뉴턴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사과가 지구를 당기는 힘은 지구가 사과를 당기는 힘과 정확히 같다. 물론 방향은 반대다. 지구가 사과를 아래로 당길 때, 사과는 지구를 위로 당긴다. 똑같은 크기의 힘이 사과와 지구, 각각에 작용한다. 그런데 왜 사과는 아래로 떨어지지만, 지구는 위로 움직이지 않을까?이쯤 되면, ..
검찰이 6일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키로 했다. “더 이상의 규명이 필요치 않을 때까지 한번 해보겠다”는 ‘끝장 수사’ 의지를 피력하고, 처음으로 특별수사단을 차린 것이다.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참사는 지난달 6일 2000일을 맞고 꼭 한달이 더 지났다. 그럼에도 유족들의 눈은 5년7개월 전의 ‘그날’에 멈춰져 있다. 진상·책임자 규명 작업이 ‘바닥과 끝’을 보지 못한 까닭이다. 검경의 초동수사는 지금까지 부실·외압·축소 의혹에 쌓여 있고, 특별조사위(1·2기)-선체조사위-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는 그간 입을 닫거나 떠넘기는 책임자들의 추궁에 한계만 절감했다. 유족들이 갈구한 마지막 강제수사가 이제야 이뤄지는 셈이다.서울고등검찰청에 설치될 특수단 수사는 ‘세월호의 모든 것..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2004년 개혁을 하면서 의미 있는 두 가지 경험을 했다고 자서전에 적었다. “개혁이 추상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을 때는 주민의 확실한 과반수가 ‘이 나라는 개혁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개혁이 직접적으로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면 개혁 의지는 개혁 거부로 돌변한다. 그리고 개혁 성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한다. 당장 효과가 가시화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은 기다리지 않고 개혁에 대해 곧바로 단죄해 버린다.”슈뢰더는 좌파 계열인 독일사회민주당 소속 정치인으로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총리직을 맡았다. 그는 ‘좌파 속의 우파’를 외치며 이른바 ‘제3의 길’을 표방했다. 그가 취임할 당시 독일 경제는 ‘유럽의 병자’ 취급을 받고 있었다. 슈뢰더는 2004년 개혁안 ‘..
갈색 낙엽이 낙하 중이다. 이런 날엔 에디트 피아프의 샹송을 큰 볼륨으로 듣고 싶어라. 낙엽은 푸른 잎사귀의 죽음. 낙엽을 한 잎 주워 책갈피에 꽂아둔다. 최인호 샘의 글에서 본 기억. 봉쇄 수도원 트리피스에선 단 한마디 말만 할 수 있단다. “형제님. 죽음을 기억합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라틴어. 책갈피 낙엽에 적어두고 싶다. 죽음으로 멈춘 기억들은 남은 자의 몫이겠다.오래전 월간 ‘샘터’에 몇 해 연재를 했었다. 그때 뵈온 동화작가 정채봉, 소설가 최인호, 영문학자 장영희, 사진작가 최민식, 수필가 피천득, 그리고 법정 스님과 류시화 시인까지 모두 시절 인연들이다. 가끔 엽서를 주고받았던 이해인 수녀님도 월간지 인연. 출판사 샘터에서 부탁해와 아포리즘 같은 책..
언제나 틀면 나오는 수돗물. 늘 있었던 것 같지만 한국 최초의 근대 정수시설 도입은 100년 남짓이다. 1908년 설립된 서울 성수동의 뚝도 정수장(현 뚝도아리수정수센터)이 1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물을 많이 쓰는 여름엔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는 게 다반사였다. 1980년대부터 상수도 시설을 확충해 현재 한국의 수돗물 보급률은 99%가 넘고, 1990년대부턴 수질 검사를 국제기준보다 깐깐하게 하며 품질 개선에 주력해 한국 수돗물의 질은 국제사회가 인정할 정도라고 한다. 몇 년 전엔 세계 물맛대회에서 7위까지 차지했다. 툭하면 수돗물 파동을 겪었던 한국으로선 장족의 발전이다. 세계 최초의 수도는 기원전 312년 무렵 건설된 고대 로마의 ‘아피아 수로’다. 그러나 가정에서의 수도 사용은 1619년 런던..
야구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큰돈을 들여 비싼 선수를 데려오는 게 ‘왕도’에 가깝지만, 비싼 선수들 모아놓는다고 우승할 수 없다는 걸, 미국과 한국의 많은 팀이 스스로 증명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은 야구는 물론, 우리들이 살아가는 거의 모든 곳에서 ‘진리’에 가깝다. 그렇다면, 구슬을 꿰는 ‘실’은 어디에 있을까. 누가 어떻게 꿰어야 할까. ‘팀워크’라는 건 진짜 있는 걸까.매년 MIT에서는 ‘슬로언 스포츠 분석 콘퍼런스’라는 회의가 열린다. 2017년 슬로언 콘퍼런스에서 독특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인디애나대학 켈리경영학스쿨 교수와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연구원 둘이 함께 연구했다. ‘리더십’이 뛰어난 선수 한 명이 팀에 어떤 긍정적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분석했다.연구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