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있으면 따라오등가.” 부장이 혼잣말하듯 툭 던지고 문 쪽으로 걸어갔다. 석달 전 ㄱ씨(35)가 서울에서 대전지사로 근무지를 옮긴 첫날, “뭔 말인가 했다”는 충청도 화법이다. “밥 먹으러 가자”는 말이다. 그 점심부터 충청도에서 듣고 접한 대화는 ㄱ씨 스마트폰에 쌓여가고 있다. “참외 파는 거예요?” “그럼 뭐하게유”로 시작하는 좌판 대화는 고전 격이다. “5000원?” “냅둬유 개나주게.” 돈을 치르고 “빨리 싸주세요” 하면 또 따라붙는 말이 있다. “그렇게 바쁘면 어제 오지 그랬시유.” 수틀리면 나오는 “냅둬유 개나주게”는 2010년 정초 MB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내놨을 때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이 써서 전국적으로도 유명해졌다.축약과 해학. 충청도 사투리를 상징하는 두 단어다. 충청도 말엔 복모..
가을이 깊어간다. 나무들은 이제 하늘을 향해 뻗었던 광합성 전진기지를 서서히 철수하고 있다. 물과 영양분이 들락거리던 지난 성하(盛夏)의 물관과 체관으로 한 켜의 나이테를 더한 나무는 작년보다 몸통을 더 키웠다. 공기 속의 삶을 선택한 나무들은 위로 높이 솟구치기 위해 밑동을 부풀린다. 나무가 생산하는 유기화합물의 90% 이상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비롯된다. 10%가 채 안되는 나머지는 뿌리를 통해 흡수하는 지각 속의 물에서 나온다. 그렇기에 땅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나무는 가히 대기권에 근거를 둔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무는 어떻게 꼿꼿이 서게 되었을까? 식물은 리그닌(lignin)이라는 생체 고분자 화합물을 발명한 덕분에 수직 상승을 현실화시킬 수 있었다. 목재 혹은 나..
2012년 2월부터 일반주택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단독경보형 감지기를 포함한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법률이 개정되었다. 소화기는 세대별·층별 각 1대 이상,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구획된 실마다 1개씩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주택용 소방시설(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은 초기 화재 대응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지난 9월 서울 봉천동 한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주방 후드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관악소방서에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 홍보차 무상으로 설치해준 단독경보형 감지기가 화재로 인한 연기를 감지해 경보를 울렸고, 거주자가 소화기를 이용하여 소방대 도착 전 화재를 진화했다. 자칫 대형화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 화재는 단독경보형 감지기의 울림으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조그마한 울림..
이름이 같은 사람을 찾아 항공권을 양도한 ‘김민섭씨 찾기 프로젝트’도 벌써 2년이 지났다. 나의 삶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고 그와 연결된 여러 재미있는 일들이 아직도 일어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다른 김민섭씨들에게서 종종 연락이 온다는 것이다. “저도 밤나무입니다” “너도 밤나무로구나” 하는 전래동화가 떠오를 만큼 “저도 김민섭입니다” 하는 여러 김민섭들과 만났다. 93년생 김민섭씨가 여행을 다녀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72년생 김민섭씨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는 “저의 이름을 이렇게 널리 좋은 이미지로 알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두 김민섭님께 저녁식사를 대접하고 싶어요” 하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왔다. 자신이 만든 파스타를 들고 웃으면서 찍은 사진도 함께였다. 93년생 김민섭씨는 그를 한번 만나보고 싶다고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