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13일, 스물두 살의 청년 전태일은 근로기준법을 불태웠다. 노동법만 불태운 게 아니었다. 스스로를 불살랐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고 외치면서. 전태일의 죽음은 노동운동의 불쏘시개가 됐다. 그가 남긴 불씨는 1987년 노동자 대투쟁으로 분출됐다. 전태일은 ‘노동의 빛’이다. 그의 투쟁은 인간다운 삶을 꿈꾸는 노동자들을 비추고 있다. 오늘은 전태일 49주기다. 시간이 쌓이면 역사가 된다. 전태일보다 9년 뒤에 숨진 박정희는 박제된 인물이 되어 기념관에 갇혔다. 박정희가 밀어붙였던 10월유신, 새마을운동은 기억의 저편에 아스라하다. 반면 전태일은 사후 반세기가 다됐지만, 여전히 펄펄 살아있다. 이 땅에는 그의 뜻을 좇는 제2, 제3의 전태일, 아니 수만,..
청와대 광장 앞에서 ‘생명과 평화의 섬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제주 제2공항 철회를 위한 9일 기도를 했습니다. 제주의 ‘생명을 살려달라’는 우리의 기도가 세상 곳곳에 닿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매일 100배를 하며, 이제라도 국가의 최고 통치자가 이 문제의 해결에 나서길 바라는 간절한 소망을 모아 매일 기도와 미사를 드렸습니다. 아울러 매일 아침 ‘제주 제2공항 철회’의 뜻을 담아 청와대에 청원서를 접수하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어떠한 대답도 듣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계신지요? 우리의 기도가 그곳까지 닿고 있는지요!제주해군기지 건설로 고통받는 주민과 함께하자고 맘먹고 강정에 온 지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 나이도 팔십을 훌쩍 넘어 하루하루를 길 위에서 지내기가 쉽지 않..
그는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날을 앞두고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그건 설렘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이 일반 학교 교실에서 별일 없이 지낼 수 있을까. 똑같은 교실, 똑같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평범함을 익히도록 강요받는 교실에서 남다른 아이가 겪을 고통을 엄마라고 해서 모두 가늠할 수는 없었다. 엄마도, 아이도 처음 가는 길이라서 그 두려움은 더 컸을 것이다. 그의 말에 출산 전까지 초등학교 교사로 있었다는 이가 고개를 끄덕였다.“학교를 잘 아니, 학교가 더 무섭더라고요. 장애가 있는 우리 딸을 학교가 잘 보듬을 수 있을까, 사실 그럴 여력이 안되거든요. 유치원 다닐 때는 선생님이 적당히 선을 잘 지켜주셔서 좋았어요.”그가 감사하게 생각하는 ‘선’이란 관심과 배려를 하되 지나치지 ..
“곳간에 있는 작물들은 계속 쌓아두라고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계속 쌓아두기만 하면 썩어버리기 마련이기 때문에 어려울 때 쓰라고 하는 것이 곳간에 재정을 비축해두자는 것이고.”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CBS 에 나와 한 말이다. 정부가 돈을 지나치게 쓴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저 말을 했는데, 돈이 작물처럼 썩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직책이 대변인이니 이 발언은 그의 소신이라기보다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현 정부가 돈을 많이 쓰는 것에 대한 우려는 계속 나왔다. 지난 9월 말 기준 통합재정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26조5000억원. 그런데도 경제 상황이 어려워 연말까지 계속 돈을 써야 한다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세계 경제사의 혁명이라 할 소득주도성장이 성공적으로 ..
독일 등 세계 37개국의 국공립대 등록금은 무상이며, 그중 한국보다 경제수준이 낮은 나라가 25개국이나 된다. 미국은 이미 많은 주에서 2년제 전문대가 무상이며, 2017년 9월부터는 뉴욕주의 대학에서 무상교육을 실시했다. 일본도 2020년부터 사립대까지 포함해 점차 대학교 무상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반면 한국은 등록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미국, 영국에 이어 3번째로 비싸다.한국도 대학교를 대부분 국립화해 점차 무상교육을 실시하면 대학 서열화가 줄어 사교육이 크게 감소할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24년엔 사립 4년제 대학 절반 정도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현재 6000억원(국공립대 등록금에서 장학금을 뺀 금액)가량이면 국공립대 무상교육이 가능할 것으로 추산..
최근 미국에서도 연예인, 부유층 부모들이 관련된 입시 부정이 언론에 회자됐다. 자식들을 유수한 사립대학에 넣기 우해 미국식 수능을 조작하거나 대학의 하키, 조정 등 스포츠팀 코치나 감독에게 뇌물을 공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주요 언론들이 들고일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당 기간 미국 사회의 비판적 여론들이 비등했다. 그런데 이 사건들은 범법자들이 죄의 경중에 따라 필요한 법적 조치, 즉 실형이나 중한 벌금형, 사회봉사 명령 등을 받는 것으로 끝이 났다. 또한 의회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입법조치에 들어갔다. 미국 사회 누구도 미국 입시제도 자체를 폐기하고 다른 대안을 들고나오지는 않았다.한국 사회는 이와 반대로 학종(학생부종합전형)이 ‘조국사태’로 문제되자 곧바로 학종제도의 개혁을 들고나..
언젠가 드라마 PD를 만난 적이 있다. 그분 얘기가 드라마를 연출하고 드라마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강의도 하면서 그 자신도 드라마의 핵심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찾은 해답은 결국 드라마는 곧 ‘갈등 그 자체’라는 것이었다고. 그 얘기를 들으니 우리가 왜 막장드라마라고 비난하면서도 그렇게 열심히 보는지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끊임없이 미친 듯한 갈등을 만들어내니 계속해서 몰입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때때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삶은 곧 갈등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성립되지 않을 수 없다.한자어에서 ‘갈등(葛藤)’이라는 글자는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으로 이뤄져 있다. 그런데 이 칡과 등나무는..
의정부지법 민사1부는 지난 11일 김모씨(28)가 초등학생 때인 2001년 7월부터 14개월 동안 자신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테니스 코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마지막 범행 후 10년이 지나 손해배상 청구권이 소멸됐다”는 피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소시효 시작일을 김씨가 성폭행 후유증인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을 처음 받은 2016년 6월로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성폭력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폭넓게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 김씨는 ‘체육계 미투(나도 고발한다) 1호’의 주인공이다. 성폭행 가해 코치를 2016년 법정에 세웠고 징역 10년의 대법원 확정 판결을 끌어냈다. 또 언론 등을 통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