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과 4일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에서는 세계경제포럼의 글로벌퓨처 카운슬 서밋이 개최되었다. 이 글로벌퓨처 카운슬에서는 그 이름에 나타나 있듯이 미래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올해로 11번째를 맞은 이 서밋은 글로벌어젠다 카운슬로 시작하여 현재 38개의 글로벌퓨처 카운슬로 변신해 이어지고 있다. 이 카운슬들에 속한 약 700명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이틀간 난상토론을 벌여 앞으로 1년간 심층 연구할 내용을 정하고 그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또한 여기서 토의된 주요 내용들은 1월 말 스위스에서 개최되는 다보스포럼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진다.38개의 카운슬 명칭들만 보아도 미래에 우리가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을 알 수 있다. 사회·경제·문화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민첩한 거버넌스, 도시와 도시화, 소비, ..
“된장찌개, 깍두기, 장김치 같은 것도 시골 가서는 서울 것 같은 것을 먹을 수 없다. 외국에 간 사람이 자기의 가족보다 서울의 김치깍두기 생각이 더 간절하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식민시기의 인기 잡지 ‘별건곤(別乾坤)’ 1929년 제23호 ‘경성(京城)명물집’ 꼭지의 한 문장이다. 된장찌개에서 김치깍두기마저 서울식이 따로 있었다는 말이다. 가령 떡이라면 “서울의 떡 중에 색절편(오색삼색으로 색깔을 낸 절편)은 시골에서 볼 수 없는 찬란한 떡이다”라고 할 만큼 서울 향토색이 그때까지 음식에 남아 있었다. 지역 김치가 떠올라 꺼낸 소리다.동아일보 1935년 11월13일자는, 기본 양념에다 미나리·갓·조기·생굴·청각·생전복·낙지(또는 문어)·배·밤을 써서 담그는 통배추김치 김장을 ‘서울김장’이라고 소개했다..
어린 시절 우리들의 영웅은 로버트 태권브이와 김일 선수였다. 일제 로봇이 독점하던 때에 혜성처럼 나타난 로버트 태권브이는 곧, 마징가 제트와 싸우면 누가 이길 것인가를 놓고 조무래기들의 주먹다짐도 불사하게 만드는 애국심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마징가 제트 따위는 늦가을 고추잠자리처럼 쉽게 잡을 수 있다고 신앙 고백하듯 말했지만, 일제 샤프펜슬의 상품성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과학기술의 총합체인 로봇 분야에서 일본을 이긴다는 것이 쉽게 확신되지 않았다. 찝찝한 집단적 정신승리에 불과했다. 그 찜찜함을 일거에 날려주는 것은 역시 프로레슬링이었다. 박치기 한 방으로 산만 한 덩치의 상대방을 일거에 침몰시키던 김일 선수나 표범처럼 날아 적들의 가슴팍에 드롭킥을 내리꽂던 이왕표 선수는 우리 시대의 방탄소년단이자 어벤..
수능일이다. 응시생들에게 나눠주는 ‘수능샤프’가 바뀐다는 소문에 청와대에는 제품명을 알려 달라는 국민청원까지 올라왔다. 몇 달간은 학교급식 대신 도시락을 싸는 집도, 며칠 전부터는 실전 과목 순서대로 공부하고 아예 수능일 도시락 메뉴로 ‘실전 적응 훈련’을 하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한다. 모두 오늘 하루 최상의 컨디션을 위해서다. 1994학년도부터 대학 입시에 도입된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이름대로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준비가 됐는지를 평가하는 시험이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아이들은 ‘대학’에서 ‘큰 배움’을 시작할 준비가 잘되어 있을까. 안타깝게도 10년 이상 이날만을 위해 달려온 아이들은 이미 ‘번아웃(소진, Burnout)’ 상태로 대학문을 연다. 대부분 아이들의 ‘배움’은 이 순간 멈춘다. 교육과 혁신..
어디는 얼음이 얼었단 소식도 들린다. 유리창에 손을 대면 뽀드득 소리가 나. 뽀드득 소리란 말에 생각나는 얘기가 하나 있다. 택시 합승을 한 아가씨와 할머니. 아가씨가 방귀가 급해 창문에 대고 뽀드득 소리를 내면서 무사히 실례를 했어. 그런데 할머니가 아가씨를 급 째려봤대. “소리는 잘 처리했는가 몰르겄지만서두 이 냄새는 우짤거여.” 뽀드득 뽀드득…. 들킬 수밖에 없는 냄새. 알츠하이머에 걸려 법정에 출두하지 못한다고 해놓고서 골프장에 간 전모씨. 측근의 변명에 의하면, 골프장을 나오는 순간 자기가 골프를 쳤는지 안 쳤는지 기억을 못한다고 한다. 우와,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지존급. 냄새가 너무 나지만 민주주의 아버지시라는데 어쩌랴. 그이에 비하면 새발에 피지만 나도 기억력이 많이 감퇴되었다. 감퇴란 어..
옌롄커(61)는 위화, 모옌과 함께 중국 문단의 3대거장으로 꼽힌다. 귀에 익은 작가는 아니다. 위화가 로 30여년 전에 스타가 되고, 영화 의 원작자 모옌이 노벨 문학상(2012)을 받은 것에 비하면 늦게 알려졌다. 현재는 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중국 작가다. 등 주요 작품은 대부분 한국어로 번역·출간됐다.지난 12일 대산문화재단 주최 옌롄커 초청 강연에는 300여명이 몰렸다. 작가, 작품, 글쓰기가 궁금한 독자들은 동시통역기를 꽂고 귀를 세웠다. “나는 실패한 작가입니다.” 일성은 의외였다. 모두 놀라는 분위기였다. 최고의 작가가 실패했다니. 그것뿐 아니었다. 그는 군인, 관료로도 실패했고 인생 자체가 실패라고 말했다. “나의 실패는 운명”이라고도 했다. 강연 1시간30분간 내내 ‘실패’를 수십 차..
최근 바깥에서 귀마개를 끼고 다니는 습관이 생겼다. 나는 수도권 인근에 살고, 사무실 없이 불규칙하게 이곳저곳 오가며 일하기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꽤 긴 편이다. 혼자 일을 하거나 바깥 업무 중에 뜨는 시간이 생기면 도시생활자 프리랜서들의 오아시스와도 같은 카페를 주로 찾는다. 곳곳에 자리한 수많은 카페 중에서도 내가 선호하는 곳은 무엇보다 조용한 곳이다. 일하기에 좋고 쉬기에도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그런 공간을 찾아갈 일말의 여유도 없거나 간혹 아무리 돌아다녀도 조용한 곳이 없을 때가 있다.많은 이들이 비유하듯 눈은 감을 수 있지만 귀는 감을 수 없는 탓에, 귀는 바깥에서 들려오는 예측 불가능한 소리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다. 귀마개는 바로 그런 상황에서 크나큰 위력을 발휘하는 비장의 무기였..
일제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 20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 심리로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로서는 근 80년 만에 감내할 수 없는 고통을 준 가해자 일본에 사법적 책임을 묻는 재판이 한국 땅에서 처음 열린 것이다. 피해자 할머니들은 재판에서 “곱게 키워질 나이에 일본에 끌려가 애먼 고문을 당했다” “일본은 한 번도 뉘우치지 않고 있다” “너무너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했다고 한다. 법원은 조속한 판결로 ‘피고 일본’의 잘못을 가리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 날은 2016년 12월 제기된 이 소송의 첫 변론기일이다. 일본이 “주권 또는 안보를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규정한 헤이그협약을 빌미로 송달된 소장을 거부하며 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