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광고 하나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반려견 ‘테리’(래브라도 레트리버)가 주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테리는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가 어린 시절 공을 입에 문 채 ‘형’과 함께 찍은 사진을 쳐다본다. 뭔가 결심한 듯, 공을 물고 집을 나선다. 완전자율주행 전기자동차가 집 앞에서 테리를 기다린다. “헬로 테리!” 뒷좌석에 오른 테리는 어린 시절 형과 함께했던 기분 좋은 꿈을 꾼다. 알아서 달린 자동차는 늦은 밤 어느 주택가에 선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훌쩍 커버린 사진 속 형이 테리를 반긴다.자율주행시대가 가져올 우리의 미래다. 정부가 5일 부분자율주행차(레벨3) 안전기준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7월부터 레벨3 자율주행차의 출시·판매가 가능해져, 실제 도로주행이 시작되는 ..
2018년 2월 서울북부지검 근무 시절, 검찰간부의 호출로 인사동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한 적이 있습니다. 전년도 인사에서 부장 승진에 탈락한 사법연수원 31기 검사들이 2018년 상반기 인사에서 추가 승진했는데, 30기 부부장인 제가 신경 쓰였나 봅니다. 검찰총장 특사를 자처한 그는 서지현 검사의 미투사건 참고인이라 부득이 승진을 못 시켰다고 양해를 구하고, 해외연수를 느닷없이 권했습니다. 검찰개혁은 이제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던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지요. 서 검사는 인사 발표 후 미투를 한 건데, 준비한 변명이 너무 성의 없었으니까요.하반기 인사에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장을 시켜줄 테니 승진 걱정하지 말고 어학공부에 매진해 12월에 해외로 나가라, 한참을 설득했지요. 진지하게..
새로운보수당을 필두로 중도세력을 표방한 야권의 재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승민 의원 등 바른미래당 탈당 의원 8명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보수당이 5일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유 의원은 “개혁보수의 가치를 지킬 사람이 오늘 여기에 다 모였다. 죽더라도 이 길을 가자”고 했다. 또 해외에 머물던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의원이 설을 전후해 귀국해 정치활동을 재개한다. 야권 정당·세력들이 혁신을 통해 정치권에 새바람을 불어넣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하지만 이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개혁보다 선거용 급조 정당의 조짐이 보여 실망스럽다.새보수당은 이날 당의 정강·정책을 통해 다시 한번 개혁보수 노선을 선언했다. 공정과 정의를 강조하며 청년층에게 다가서고자 한 것은 긍정적이다. 공동대표 8명이 번갈아가..
20대 국회의 상징적인 민생·개혁 법안으로 꼽히는 ‘유치원 3법’(사립학교법·유아교육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유치원 3법의 처리 순위를 여권 지도부가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검찰개혁 법안 등 다른 우선순위 법안들에 밀리는 형국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의 지역구 로비를 의식한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4월 총선 이후 법안을 처리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온다고 한다. 참으로 답답한 상황이다.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내일(6일) 본회의가 열리면 절차에 따라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된 법안 2개, 유치원 3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방해) 신청이 걸려 있는 184개 민생법안까지 모두 상정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유치원 3법의 ..
새해가 밝았다. 사흘째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는 보지 못했다. 추위가 물러가자 어김없이 미세먼지가 해를 가렸다. 기상캐스터는 중국에서 스모그가 유입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미세먼지가 해를 가림은 이제 웃어넘길 일이다. 나라마다 찬란한 인공의 빛이 새해를 장식했지만 정작 태양은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던 박두진 시인의 ‘해’도 미세먼지에 가렸다.마을 강가(고양시 공릉천변)를 걷다보면 덤프트럭이 슬금슬금 다가와 흙을 쏟아내고 달아난다. 흙 속은 오물 투성이다. 나만 목격한 것이 아니다. 공릉천에 살고 있는 왜가리와 오리들도 보고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렸더니 친구들이 신고해서 혼을 내주라 했다. 신고하..
새해를 맞아 금연을 한다, 술을 끊거나 줄이겠다, 운동을 하겠다는 등의 결심을 한다. 올해는 꼭 지키겠다며 떠오르는 해를 보며 다짐하기도 한다. 새해를 맞아 하는 다짐들은 대개 건강하게 살자는 거다. 물론 건강이 최고다. 한국인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은 세계 최고다.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나 싶을 정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지난해 통계에 따르면, 본인 건강이 양호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한국인은 29.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88.5%가 스스로 건강하다고 응답한 캐나다는 물론, OECD 가입국 평균인 65.7%에도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한국 사람들은 병원에 세계에서 가장 자주 간다. 국민 1인당 연간 16.6회로 OECD 평균 7.1회의 두 배가 넘는다.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도 ..
“분홍색 옷을 준비하세요”, “파란색 옷을 준비하세요”. 아기의 성별을 암시하는 이 말은 산부인과에서 흔히 들을 수 있다. 의심 없이 ‘분홍색은 딸, 파란색은 아들’로 받아들여진다. 100여년 전만 해도 반대였다. 분홍이 남성의 색이었다. 색의 인문학,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책 에는 색에 얽힌 다양한 일화들이 나온다. 1897년 는 ‘아기의 첫번째 옷’이라는 기사에서 “분홍은 대개 남자아이의 색으로, 파랑은 여자아이의 색으로 간주되지만 어머니들은 그 문제에서 자신의 취향을 따르면 된다”고 충고했다. 1918년 영국의 은 “널리 받아들여지는 통념에 따르면 남자아이에게는 분홍이, 여자아이에게는 파랑이 좋다. 분홍은 좀 더 분명하고 강해 보이는 색으로 ..
움직일 수 없기에 식물의 경쟁은 동물보다 훨씬 치열하다. 영역싸움에서 밀리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동물과 달리 그 자체가 생사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처음엔 함께 커가는 동종 간 싸움에서 이기면 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종의 침입을 막아냄과 동시에 동종 간 영역싸움, 즉 공격과 방어를 함께하면서 어려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게 식물이다. 대개 처음에 자라나는 식물은 상대적으로 방어능력이 뛰어나며, 방어를 뚫고 자란 후발주자는 공격능력을 발휘한다. 소나무도 별반 다르지 않은 운명을 타고났다. 다양한 연유로 척박한 흙이 드러나게 되면 소나무는 빠르게 자리를 차지하고 다른 종들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데, 솔잎에 다량 함유된 항생물질이 이 역할을 한다. 다른 종의 침입을 막는 데 힘을 쏟지만 종내경쟁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