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개정으로 올해 고3 학생 중 만 18세가 되는 학생들이 투표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와 동등한 정치적 한 표를 가진 학생들이 교실에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교사인 나에게도 무언가 낯설고 새롭게 다가온다. 적어도 고3 교실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관계에 이전과는 다른 의미가 출현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학교는 한동안 그 새로운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하고 만들어가는 경험의 시간을 겪게 될 것이다. 오랫동안 학생들은 일방적인 가르침의 대상이었다. 그 가르침은 ‘내가 알려줄 테니 너는 그것을 받아들여라’라는 지배적 관계에서 이루어졌다. 봉건사회에서는 권력의 혈통을 가진 귀족들만 ‘말’할 수 있었고 그들의 말은 세상을 지배하는 질서가 되었다. 그리고 절대다수의 ‘말’은 들려지지 못했다.지금도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말..
4일은 24절기의 시작인 입춘이다. 옛날에 우리나라가 음력으로 날짜를 센 까닭에 24절기도 음력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24절기는 태양의 운동과 일치한다. 24절기는 언제나 양력으로 매월 4~8일 사이와 19~23일 사이에 들어 있다.우리가 전통적으로 음력을 사용하면서 양력인 24절기를 함께 쓴 것은 강수량이나 일조량 등이 중요한 농사 때문이다. “씀바귀 잎을 뜯어 나물을 해 먹고, 냉이나물은 없어지며, 보리이삭은 익어서 누런색을 띤다”는 소만(小滿), “씨를 뿌리기 좋은 시기로, 보리베기와 모내기가 이뤄지는 때”인 망종(芒種) 등을 알아야 식구들을 건사할 수 있었다.그렇게 절기에 맞춰 농사를 잘 지을 지혜를 갖게 된 것을 가리키는 말이 ‘철들다’이다. 반대로 그런 것을 모르는 사람이 ‘철부..
3일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망자가 362명으로 집계돼 2003년 사스 때의 사망자 수(349명)를 넘어섰다. 확진자는 2만명을 향해 치닫고 있다. 중국 내 사망자가 하루 50명, 확진자가 2000명꼴로 늘면서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양상이다. 보건 전문가들은 향후 10~14일에 신종 코로나 확산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종료 시기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감염 속도도 빨라졌다. 총 감염자 15명 가운데 11명이 지난달 30일부터 2일까지 4일간에 확진판결을 받았다. 2·3차 감염자가 발생한 데다 ‘무증상 전파’ 가능성마저 엄존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확산 방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한에서 입국해 격리생활..
선거권 18세 하향에 따른 교내 선거 교육의 방향이 좀처럼 정리되지 않고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주에도 “만 18세까지 선거권이 부여된 만큼 선거를 매개로 한 참정권 교육이 무한대로 확대되어야 한다”며 학교 내 모의선거 교육을 허용해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중앙선관위는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방식의 모의선거 수업은 허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일이 70일밖에 남지 않았는데 시간만 보내고 있다. 안타깝고 답답하다. 참정권 교육의 핵심이 모의선거인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선관위와 교육부가 나서 모의선거 실시를 적극 논의하는 게 맞다. 일본과 핀란드도 모의선거를 실시하고 있다. 문제는 사전 준비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회가 18세 투표권을 인정한..
근래 들어 공감이라는 말처럼 크게 성공한 심리학 용어도 없을 것이다. 원래는 그리 흔히 쓰던 말이 아니었다. 조선왕조실록을 찾아보니 여섯 번 등장한다. 한 번은 한명회가 명나라에서 성종의 표문을 올리며 황제의 은덕을 찬양할 때 쓰였다. 나머지는 임금의 성덕에 군신이 같이 감격한다며 쓰였다.혹시 개화 이후 많이 쓰게 된 것일까? 옛 신문을 검색해도 잘 찾아지지 않는다. 그런데 1941년 12월9일 매일신보에 실린 ‘제국을 절대 지지, 독일조야 만강의 공감’ 제하의 기사가 눈에 들어온다. 독일 국민이 일본 제국을 지지하며 가슴 벅차게 공감한다는 내용이다. 기사 이틀 전, 진주만 공습이 있었다.개인적인 기억을 더듬어보아도 예전에는 공감이란 말을 그다지 흔히 쓰지 않았다. 노래 가사에 감동할 때나 썼던 것 같다..